한방난임치료?…난임여성 자연임신율 절반 수준
한방난임치료?…난임여성 자연임신율 절반 수준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5.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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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정책연구소, 2017∼2019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 분석
한약·침구·약침 등 치료법 효과 연구 거의 없어…"유효성 입증 못해"
공동연구 김성원 바른의료연구소 고문·안형진 고려의대 교수(의료통계학)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한방난임치료 임신 성공률, 난임여성 자연임신율 절반 수준."

한방난임치료의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2017년∼2019년 시행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 결과 한방난임치료의 임상적 임신율은 12.5%로, 난임 여성 자연임신율(24.6∼28.7%)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없다는 방증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연구보고서(공동연구책임자=김성원 바른의료연구소 고문/안형진 고려의대 교수·의료통계학)를 공개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방난임사업은 한약을 비롯 침구·뜸·약침·전침·적외선조사요법·봉침 등을 전부 또는 일부 병행 조합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각 치료법에 대한 난임치료 효과 연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보고서에 나타난 각 치료법의 효과 분석에서도 한약·침구치료·약침술 등 어떤 치료법도 임신성공에 미치는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 

게다가 남성들의 난임요인을 치료해야 임신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한의계의 주장으로 부부공동치료까지 도입했지만, 2018년 서울시 사업에 참여한 36쌍 가운데 단 2명(5.6%)만 임신에 성공했다.

또 부부 참여자가 전체 대상자의 90%에 이른 2019년 서울시 사업의 임신율(11.3%)은 난임여성만 참여한 2019년 21개 지자체 사업 임신율(13.5%) 보다 낮았다. 

이 뿐 아니다. 워낙 임신 성공률이 낮다보니 갖가지 편법도 자행됐다.

가장 대표적인 비윤리 사례는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은 한방난임치료 결과로 보고한 행태다. 한 지자체는 2018년도 사업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에서 당초 44명 중 중도탈락자 3명을 제외한 41명 중 8명이 임신했다고 밝혔지만, 추후 검증과정에서 8명 중 4명은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사례는 장기간 추적 관찰로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도 한방치료의 효과로 보고했다. 한방치료로 가임력이 개선돼 임신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방난임치료의 가임력 개선 효과는 한의계의 시범사업 평가 논문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중도탈락자 및 치료 순응도가 낮은 대상자를 제외하고 사업 완료자 기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업을 자의로 포기하지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탈락 기준에 해당하면 중도탈락자로 간주해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선정 기준이라면 한방 치료의 부작용, 효과 부족, 신뢰 부족 등으로 중도탈락자가 많아질수록 임신 성공률은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자연임신 가능성이 높은 난임여성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는 대상자 나이를 44세 이하가 아니라 38세 이하, 보조생식술 시술 횟수 3회 이내, 부부 모두 난임 유발 기질적 질환이 없는 경우 등으로 제한해 선정했다. 

나이는 더 젊고, 난임 기간은 더 짧고, 보조생식술 시술 경험이 없는 대상자들로 사업을 진행해 1년만에 임신 성공률을 10%에서 31%로 높인 지자체도 있었다. 

이와 함께 연구보고서는 한방난임치료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 생명윤리법 위반 소지 여부, 낮은 경제성, 안전성 책임 정부 부처 부재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더 큰 문제는 난임여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다.

조기폐경이 임박한 젊은 여성이나 난소예비능이 거의 고갈돼 가는 고령 여성의 경우에는 한방난임치료를 받는 그 몇 달의 기간이 유일한 임신의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는 "한방치료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폐경이 되면 환자들은 시험관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라며 "지자체들은 난임여성이 효과적인 난임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지 말고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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