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송
바닷가 모래언덕에
허리 휘고 등 굽은 해송이 산다
높은 파도와 세찬 바람에 맞서느라
곧게 한번 서보지도 못하고
기울어진 몸으로 평생을 사는데
보라, 제 걸어온 삶처럼 곡절 많은 가지가
저 큰 보름달을 한번에 안아 올리는 구나
풍랑이 잦아진 밤이면
굽은 등 위에서
수억 광년을 건너온 우주의 시간들이
도란도란 앉아 파도 소리를 듣는다
▶ 정의홍 강릉솔빛안과원장/ 2011<시와시학>등단/ 시집 <천국아파트><북한산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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