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8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는 베테랑 미용사가 있었다. 나 역시 어머니 손에 이끌려 자주 곤욕을 치렀다. 매달이 성인식이었다. 짧아진 모습에도 어머니 성에 차지 않으면 돌아가 다시 이발해야 했으니 머리카락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쏙쏙빠지는 눈물을 견뎌내야 했다. 남자아이의 머리 길이는 어째서 짧아야 하냐 당위성에 대한 질문보다, 나는 왜 그렇게 머리 깎기 싫어했는지 의문이 든다. 의례가 끝나면 아저씨의 맨손은 나를 한 번 훑고 지나갔다. 우리 환자들 앞에 두고, 보호자들이 내게 어김없이 하는 질문이 있다. 규칙적으로 진동하던 이발기 소리가 그들의 절박한 말처럼 들린다. 쉼 없이 머리를 자르던 남자 미용사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두피를 관리해주던 그는 묵묵한 정원사였다. 아마 나도 무성했던 것 아닐까, 잡초처럼.
▶ 대전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2014년<시와사상>등단. <필내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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