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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난임치료' 출산 실패 위험 최대 8배
'한방난임치료' 출산 실패 위험 최대 8배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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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중심의학연구원 "한방치료 시 출산 실패율 최대 46%" 지적
지자체 지원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분석 "자연임신율 못미쳐"
강석하 원장 "한방난임치료 임신·출산 실패 가능성 높여…중단해야"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한약이 유산이나 사산 등 출산 실패 위험성을 최대 8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민간 연구기관인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은 "임신에 성공한 난임 환자 중 출산 성공률에 대한 정보가 담긴 3편의 한의학 논문을 검토한 결과, 현대의학적 난임 시술로 임신한 경우보다 유산 위험이 최대 8.4배까지 높다"고 9일 밝혔다.

과의연은 한방 치료에서는 28.6~46.2% 수준의 출산 실패율이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2017년 정부가 지원한 현대의학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에서는 출산하지 못한 비율이 인공수정 5.5%, 체외수정(시험관아기 시술) 21.6%로 한방 치료 환자들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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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의 한의학 논문 중 C 한의원의 환자를 분석한 2010년 논문에서는 난임시술 없이 한방치료 단독으로 임신한 환자 중 28.6%가 출산하지 못했다. Y 한의원의 환자를 분석한 2022년 논문에서는 한방치료 단독 34.5%, 인공수정 병행 33.3%, 체외수정 병행의 31.5%가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2019년 발표된 김동일 교수팀(동국대 일산 한방병원)의 한의약 난임치료 임상연구에서는 46.2%(13명 중 6명)가 유산했다. 2017년 난임시술 지원사업(현대의학)에서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환자들 중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한 4.2%보다 11배 높은 수치다.

당시 김동일 교수팀은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유효성 근거가 없다는 의학계 비판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의과의 인공수정(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과의연을 비롯해 의학계는 "한의약 난임치료 성공률 14.4%는 월경 7주기를 합산한 성공률이다. 월경 1주기로 계산하는 인공수정의 성공률보다 기간이 7배나 길다는 사실은 숨기고 결과를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한의약 난임치료 14.4%는 '원인불명의 난임(피임 없이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도 1년 동안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환자가 7개월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자연임신율보다 높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관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방치료 단독으로는 평균 7.7개월 기간에 12.5%의 임신율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외국 연구자료를 분석, 난임 환자 집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자연임신율을 13.4%로 제시하면서 "한방난임치료의 임신 성공률이 치료를 받지 않은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바른의료연구소 고문은 "지자체들은 난임여성이 효과적인 난임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지 말고,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의연은 "한약이 임신 성공률을 높이지 못하거나 오히려 낮추고, 복용 환자들의 유산 위험이 크게 나타나는 현상은 한약의 독성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임신을 확인한 뒤에 곧바로 한약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이미 임신 초기 몇 주는 자궁이 한약에 노출된 뒤이며, 일부 성분은 체내에 오랜 기간 남아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 한약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임상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만, 국내외에 세포실험 또는 동물실험을 통해 난임 관련 처방에 사용하는 한약 또는 한약재의 위험성을 제기한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3월 31종 한약 처방의 심장 독성을 세포실험 평가 결과를 <대한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한의학연구원은 난임 치료에 빈번하게 사용하는 조경종옥탕이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을 유발하는 독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2014년 대한한방부인과학회지에 발표된 '한방 난임 치료의 특성과 결과에 대한 분석-2011년 주요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및 연구 참여 한의원을 중심으로' 논문에서는 사산 발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이 논문에서는 유산(임신 20주 이내)과 사산(임신 20주 이후의 태아 사망) 데이터를 분리해서 보고했다. 출산 실패의 원인은 주로 임신 초기의 유산인데, 논문에서 분석한 임신 환자 중 유산이 8.8%, 사산이 9.1%로 사산 비율이 유산보다 높았다. 만삭 분만은 38.2%, 조산 0.7%였으며, 41.2%는 최종 결과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2015년 타이페이의대 연구팀은 난임 여성과 임신한 여성들의 혈액과 생활습관을 조사한 결과, 난임 여성들은 임신한 여성들에 비해 체내 납과 비소 농도가 더 짙었고, 한약을 복용하는 비율도 높았으며, 특히 한약 복용량에 따라 납 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에 발표했다.

강석하 과의연 원장은 "한의계에서는 저조한 임신 성공률에 대해 한방 치료를 받은 환자 중 난임 시술에 실패한 환자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변명하지만, 난임 시술의 데이터에도 시술에 여러 차례 실패해 재시도한 사례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상당수는 시술 전 한방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데이터로 볼 때 난임에 대한 한약 치료는 임신과 출산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아서 한약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일조차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한 강석하 원장은 "지자체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관련 논문과 보고서에는 출산 성공 여부를 추적하지 않은 불완전한 데이터만 제시하고 있는데, 유산이나 사산을 한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후속 조사를 통해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약 복용을 전면 중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자체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은 2009년 대구에서 시작해 확대되고 있다. 2016년 부산시가 '한방난임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한 이후 여러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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