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법적 격리 해제, 의료대응체계와도 연결…단순한 문제 아냐"
정부 "격리의무 해제 시, 아프면 쉬는 제도적 및 문화적 조치 함께 검토"
정부가 오는 6월 17일 격리의무 해제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방역 지표가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재유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문가들도 다수여서 해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지난 12일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여부를 오는 17일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격리의무 해제는 당초 5월 23일부터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신종 변이 유입과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4주 유예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정부는 감염병·방역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TF를 구성,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를 위한 기준과 함께 격리 의무 연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TF 검토 결과 현재 방역 상황이 해제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이 날 경우, 빠르면 오는 6월 20일부터 격리 의무가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
6월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재택치료자는 5만 5122명이다. 두 달 전 4월 100만명 대를 기록한 것에서 대폭 감소한 수치다. 위중증환자는 전국 126명, 준중증은 219명, 중등증은 152명 등으로 모두 10% 미만의 병상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소 추세에도 감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격리 의무 해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가을을 기점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계속되고 있다.
김재석 한림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포스트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코로나19 미래와 대책' 전문가 세미나에서 "코로나19가 정착화되는 과정에서, 오는 9∼10월 코로나19 재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특히 노인 등 취약계층이나, 예방접종을 2회만 받은 군에서 상당한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원석 고려의대 교수(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역시 "델타 바이러스 유행 당시 이보다 사람에게 잘 붙는 바이러스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오미크론이 등장했다"며 "어떤 변이가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유행하게 될지 예상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역시 15만명 내외의 확진자 정점 발생을 예측하고 있다.
정통령 질병관리청 총괄조정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은 가을께 재유행 가능성이 높다"면서 "15만명 내외에서 정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내외 전문가들 모두 한목소리로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재유행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법적 격리의무까지 해제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며 "백신 효과나 감염된 사람의 면역이 떨어지면 유행이 다시 악화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법적 격리 유지 없이는 유행상황 통제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아프면 쉬는' 문화 기반이 약해 법적 통제 기전 없이는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이재갑 교수는 "일용직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진단 뒤 쉬게 되면 이에 대한 휴가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검사자체를 안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격리해제는 휴가체계와 보상체계를 갖춰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감염병 대응에도 양극화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아프면 쉴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갈리게 되며 사회적 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법적격리 해제는 의료대응체계와도 연결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재갑 교수는 "법적 격리를 해제했다고 해서 병원 내에서 다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쓸 수는 없다"며 "당연히 병원 내에서 격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한 조치를 전혀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환자를 일반격리실에서도 볼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의료대응체계의 개편을 위한 논의를 의료계와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사회적 여건을 준비하지 않고, 단순히 격리를 비용으로만 생각해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법적 격리 해제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엔데믹이 되지 않았는데 엔데믹이라고 우긴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정부 "격리의무 해제 시, 아프면 쉬는 제도적·문화적 조치 함께 검토"
정부는 격리의무 해제에 따른 우려 목소리가 거세지자 "격리의무가 해제될 경우 아프면 쉴 수 있는 제도적·문화적 조치를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6월 13일 "법률적 강제 격리가 해제된 상황이 된다면 아픈 상태에서 원활하게 쉴 수 있는 제도적 또는 문화적 여러 조치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영래 반장은 "격리의무 해제 여부에 대해 질병청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고 있다"면서 "제도적·문화적 보완 조치를 포함해 의무 변경에 수반되는 여러 사안도 함께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격리의무 해제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일반격리실 치료에 대한 수가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반장은 "여러 가지 가산 수가를 뽑고 있다. 이 외에도 좀 더 특별한 수가를 정할 필요성이나 환자 특성에 따라 수가 체계를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의료계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