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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낙태약, 약국에서 팔겠다고? 의료계 "위험한 발상"
먹는 낙태약, 약국에서 팔겠다고? 의료계 "위험한 발상"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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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국회 낙태법 입법 세미나서 '낙태약 약국 판매' 드라이브 
산부인과의사회 "낙태약은 치료약 아냐...전문가 양심 저버리는 행위"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경구용 임신중절의약품 이른바 '먹는 낙태약'의 국내 도입을 앞두고, 약계가 낙태약 약국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의료기관 내로 약물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의료계는 임부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영희 대한약사회 이사는 6월 14일 국민의 힘 서정숙·최재형·전주혜 의원 주최로 열린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에서 "약물(임신중절의약품) 사용을 병원 내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해 의약품 사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결정"이라며 "약물 복용을 병원 내에서 할지 가정복용 할지는 여성의 선택권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먹는 낙태약을 국내 도입하더라도 임부의 안전을 위해 병·의원에서 이를 직접 투약하고, 경과 모니터링을 진행토록 하는 등 철저한 안전장치를 둬야 한다는 그간의 논의 내용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 취지에 따라 약물 도입의 정책 방향 역시 여성의 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면서 "약물 사용에 있어 접근성 보장, 경제적 부담 완화, 안전한 임신 중단 서비스 환경 조성 등은 자기결정권 존중과 연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먹는 낙태약을) 단독 사용하도록 하면 약물 혹은 수술에 대해 판단에서 경제적 이윤에 따른 결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며 "복용 후 이상반응 관찰을 5시간 가량 강제하는 것도 입원실이나 관찰실이 없는 병원에서는 투약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접근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원내처방 및 조제의 상황에서 비급여 적용시 의료인이 자신의 이익을 약가에 과도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물 사용을 병원 내로 제한하는 것은 낙태죄를 폐지하고 약물을 사용한 임신 중단을 허용한 헌재 결정에 반해 의약품 사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결정이므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약물 복용을 병원 내에서 할지 가정복용을 할지는 여성의 선택권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정상적인 의약분업 체계 내에서 의약품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오남용 예방 및 안전사용에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국내 첫 경구용 임신중절의약품으로 품목허가 신청된 '미프지미소'.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의료계는 임부의 건강은 염두에 두지 않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임신중절의약품은 치료약이 아니며, 이를 다른 의약품처럼 약국에서 판매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는 비판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약물낙태의 경우 빈혈이나 자궁 외 임신 등의 경우에 사용할 수 없고, 투약 후에도 불완전 유산 등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관련 의약품의 국내 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현재에도, 불법 구매한 낙태약을 먹고 계속되는 출혈로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임부들을 적지 않게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물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임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약계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은 김 회장은 "그럼에도 해당 약물의 약국 판매를 주장하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와 학회는 임신중절의약품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사전 준비로 위해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가교임상을 통해 국내 여성에서의 의약품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하며, 국내 도입 때는 임부의 상태에 따라 투약이 가능하도록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하도록 하고, 복용 후 부작용 관찰 등의 조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김재연 회장은 "약물이 국내에 도입된다면 약물의 안전한 사용과 여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약 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초음파를 이용해 정확한 임신 주수를 확인할 수 있고, 복용 후 이상 질 출혈이나 과다 질 출혈 등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처방해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절의약품 안전관리방안 주요 내용(식품의약품안전처)
임신중절의약품 안전관리방안 주요 내용(식품의약품안전처)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임신중절의약품 안전사용법'에 대한 윤곽을 밝힌 바 있다.

약제를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 외국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의사의 진료와 처방 아래 사용하도록 한다는 게 원칙으로, 보건의료인에 의해 투약하며, 약물 복용 후 7∼14일 후 병원을 다시 방문해 임신중절여부를 확인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첫 경구용 임신중절의약품 '미프지미소(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판매사 현대약품)'의 품목허가도 검토하고 있는데, 입법 공백 및 안전성 논란 등에 부딪혀 1년 가까이 결론은 내지 못하고 있다. 

미프지미소는 영국 제약사인 라인파마인터네셔널이 내놓은 임신중절의약품이다.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mcg)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형태로, 미페프리스톤 1정을 먼저 먹고 하루 뒤에 미소프리스톨 4정을 먹는 것을 용법으로 한다. 

미페프리스톤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결합해 그 작용을 방해해 자궁내막을 탈락시키는 기전으로 임신을 종결시키며, 미소프리스톨은 강한 수축을 일으켜 탈락된 조직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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