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현 보험약제과장 "삶의 질 떨어뜨리는 희소질환 포함할 것"
신속 등재 위한 심평원·공단 규정 개정과 함께 '올해 연말' 시행
희소질환 치료제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 대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확대 대상은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희소질환'으로, 신속 등재를 위한 건강보험심평원·국민건강보험공단 규정 개정 작업과 함께 올해 연말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6월 14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경제성평가 면제 부분(대상)을 넓혀보려고 한다. 신속등재를 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행정 절차 기간 단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희소질환 치료제 경제성평가 면제 적용 기준은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희소질환 치료제 접근성 제고를 위해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희소질환'까지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중증·희소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도입 등 고액의료비 부담 완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확대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오창현 과장은 "국정 과제에서는 항암제나 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위험분담제 확대 적용 등을 언급했다"라며 "신속등재를 위해 심평원·건보공단에 행정 절차를 개선해 검토 기간을 단축시킬 예정이다. 위험분담제 확대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면제 대상을 넓히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경제성평가 면제 항목 확대다. '경제성평가'는 소위 '희소질환 신약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데 희소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신약 개발 자체가 어렵고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오창현 과장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이 너무 나쁜 희소질환이 있다. 그쪽 분야를 확대하면 될 것 같아 검토 중"이라면서 "검토 중인 희소질환은 질병관리청에서 산정특례로 적용하는 희소질환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질환의 치료제 중 고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입 시기에 대한 질의에는 "심평원 규정과 건보공단의 규정을 손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4분기인 7∼9월 전에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9월까지 검토를 마치고, 연말까지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정부는 신속등재를 위한 심평원·건보공단 행정 절차 개선 방안으로는 '경제성 평가 소위원회' 절차를 생략하고, 심평원에서 평가 완료 이전 건보공단에 미리 자료를 제공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대 60일까지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창현 과장은 "심평원 규정 개정을 통해 경제성평가 소위원회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면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또 어느 정도 평가가 끝나가는 약제에 대해 건보공단에 미리 자료를 제공하도록 해 건보공단 협상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줄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총 60일의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규정 개정을 위한 행정예고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규청해야 할 운영지침의 구체적 명칭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다.
오 과장은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확대는 조항을 따로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기간 역시 심평원 약제 급여평가위원회 완료 이전 검토 결과를 건보공단에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개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초고가 신약이 잇달아 급여권으로 진입하면서, 약제비 규모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여기에 이번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확대가 더해진다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수 있는 상황.
같은 날 간담회를 진행한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 대상 확대에 대해 "고가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고 및 보장성 강화라는 순기능도 있는 반면, 학계 등에서는 참조한 외국 약제의 위험분담제 적용 등으로 가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어적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김애련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임상적 필요도가 있으나 환자 수 소수 등 사유로 근거 생산이 어려운 경우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2020년 10월 국가필수의약품까지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을 이미 확대한 바 있기 때문에 제도 시행의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확대에 따른 확대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초고가신약 급여권 진입 단계에서 환급형·총액제한형·성과기반형 등 3가지 방식의 위험 분담제를 적용할 계획이며 신약 등재가 많아질 경우, 기존 약품들에 대한 재평가 등 사후관리를 통해 약가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살피겠다고도 밝혔다.
오 과장은 "고가 신약등재가 급여 등재되면서 재정 순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은 있다. 기존 5년간 약품비 자체가 1조원 정도씩 늘고 있는데 신약 등재나 고령층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자 확대 영향이 있을 것 같다"며 "기존 약제에 대한 사후관리 기전을 최대한 작동해 정상적 수준에서 약품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21년도 통계를 보면 총 진료비가 88조원 정도 되는데 약품비는 21조원 정도로 2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과거 사례에서 약제비 비율이 27∼28% 정도가 넘어가면 국회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적정수준은 없지만 가급적 평상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관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