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결정 과정·재정운영위원회 구성 등 문제 제기
"현행 수가 결정 과정 건보공단의 의료기관 통제 수단" 비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2023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 협상)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모든 책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으며 비민주적 수가 결정 방식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6월 15일 성명을 통해 "의료계를 농락하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수가협상 구조에 분노한다"며 "수가 인상률로 2.1%를 통보받은 의료계는 황당함을 떠나 모멸감과 분노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수가 결정 과정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구성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가 인상률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현행 제도상 수가 협상의 양 당사자는 건보공단과 의료 유형별 7개 단체임에도 전체 의료비 인상률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고, 결정된 밴드 안에서 7개 단체에 각각의 인상률을 제시하고 협상을 한다"며 "이는 의료 유형별 단체들의 제로섬 게임을 유도하고, 각 단체는 건보공단이 의도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가 결정 과정은 협상이라기보다는 협상이라는 단어로 포장해놓은 건보공단의 의료기관 길들이기이며 통제"라고 지적하면서 "협상이 결렬되면 의료계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에도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패널티를 주는 방향으로 수가협상 구조를 개선해야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 가입자 단체와 공익 대표만 참여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재정운영위원회에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와 공익대표만으로 구성된 것은 시장 경제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건보공단이 제시하는 수가 인상률 밴드를 결정함에 공급자인 의료계가 배제된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수가협상은 매번 의료 공급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의료계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 "임금 및 물가 상승률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 지표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SGR 모형을 이용한 수가 인상률을 의료계에 강요하는 것은 저평가된 의료수가를 더욱 왜곡시키고, 장기적으로 일차 의료기관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는 "지금이라도 수가협상 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의료계를 농락하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수가 협상 구조에 분노한다.
2023년도 의원 유형 요양급여비용 수가 협상이 또다시 결렬되었다. 지난 6월 1일 마무리된 수가 협상에서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으로부터 2.1%라는 인상률을 통보받은 의료계는 황당함을 떠나 모멸감과 분노의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되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라는 국가적 비상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헌신한 의료계로서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감사와 보상이 아닌 역대 최저의 인상률 제시로 의료계를 농락한 건보공단의 행태에서 갑의 횡포를 떠올리게 된다. 이에 이번 수가 협상 결렬의 책임이 건보공단에 있음을 밝히며, 그동안의 지속되어온 비민주적 수가 결정방식에 그 근본 원인이 있음을 천명하며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수가 협상이라 불리는 수가 결정의 과정은 진정한 의미의 협상인가?
협상이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협상 당사자들이 서로의 조건을 조율하고, 입장차를 줄여 양측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쪽이 상대를 핍박할 힘을 이용해 한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론을 이끌어 나간다면 이를 평등한 협상이라고 할 수 없다.
현행 제도상 수가 협상의 양 당사자는 건보공단과 의료 유형별 7개 단체이다. 하지만 전체 의료비 인상률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되고, 결정된 밴드 안에서 7개 단체에 각각의 인상률을 제시하고 협상을 한다. 그 결과 의료 유형별 단체들의 제로섬 게임을 유도하고, 각 단체는 건보공단이 의도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 의원 단체도 2019년(2.27%), 2020년(2.9%) 2021년(2.4%) 3년간 협상이 결렬되었고, 2022년 협상에서는 코로나19의 위중한 상황에서 협상안(3.0%)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2023년 수가 협상에서는 역대 최저의 인상률(2.1%)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널티를 주는 수순이 반복되려고 한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향후에도 한쪽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수가 결정이 반복될 것이다.
지금의 수가 결정 과정은 협상이라기보다는 협상이라는 단어로 포장해놓은 건보공단의 의료기관 길들이기이며 통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의료계뿐만 아니라 건보공단에도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패널티를 주는 방향으로 수가 협상 구조를 개선시켜야 공정하고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2.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
현행 수가 결정과정에서 전체 의료비 인상률은 건보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재정운영위원회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와 공익대표만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장 경제체제에서 가격의 결정은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상식이다. 가격을 소비자와의 협의를 통해서만 결정한다는 것은 시장 경제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애초에 건보공단이 제시하는 수가 인상률 밴드를 결정함에 있어 공급자인 의료계가 배제되어있는 구조는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그동안 매년 수가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게 된 근본 원인일 것이다. 이러한 재정운영위원회의 편향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의 수가 협상도 매번 의료 공급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고, 의료계의 분노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3. 수가 인상률은 최소한 물가 상승률 이상이 되어야한다.
현재 의료 수가의 인상률을 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모형은 여러 가지 문제가 지적되어 왔고, 미국 등에서도 폐기한 실패한 모형이다. 건보공단에서도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된 SGR 모형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해 왔다. 하지만 이번 수가 협상에서도 SGR 모형을 그대로 적용하여 2023년 전체 의료수가 인상률 1.98%, 추가 소요재정 1조 848억원이라는 수치를 제시하였고 이는 2022년에 비해서도 하락한 수치이다. 최근 KDI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4.2%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였고,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은 44.6%에 달하고 있다. 임금 및 물가 상승률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경제지표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SGR 모형을 이용한 수가 인상률을 의료계에 강요하는 것은 이미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된 의료수가를 더욱 왜곡시키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운영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일차의료기관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건보공단이 진정으로 의료계와 협상을 원한다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SGR 모형은 폐기하고, 의료계와의 소통을 통해 최소한 물가 상승률이 자동으로 반영되어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가가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이번 협상 결렬의 책임은 건강보험공단에 있음을 지적하고, 또한 이러한 비합리적인 수가 결정 구조를 만든 정부에도 그 책임이 있음을 성토하며, 지금이라도 수가 협상 구조의 근본적 개혁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22년 6월 15일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