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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의사과학자 양성 논의 중 '의전원 부활' 필요성 등장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의사과학자 양성 논의 중 '의전원 부활' 필요성 등장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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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길 택한 교수들 "실패했던 의전원 제도 고려해야" 의견
통합 인재 양성·교육 과정 개발 용이…카이스트 의전원 대안 될 수도
(왼쪽 위부터) 안신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과), 기선호 고려의대 교수(미생물학교실), 신현우 서울의대 교수,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김철훈 연세의대 교수(약리학교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고려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사진=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영상 캡쳐] ⓒ의협신문
(왼쪽 위부터) 안신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과), 기선호 고려의대 교수(미생물학교실), 신현우 서울의대 교수,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김철훈 연세의대 교수(약리학교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고려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사진=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온라인 영상 캡쳐] ⓒ의협신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과대학 교육과정 검토 과정에서 소위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제도의 부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해당 필요성이 실제 의사과학자 길을 택한 교수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대한의학회는 6월 16일∼17일 더케이호텔에서 진행되는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첫날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적절한가?' 주제를 다뤘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주제발표자와 패널토의자 모두 의사과학자의 길을 택한 이들로 구성했다.

김인겸 경북의대 교수(약리학교실·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는 주제발표에서 "의전원 제도에서 실패했던 MD-PhD 제도를 (6년제 의대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도입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 과정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 교육 체계보다는 의전원 제도를 통해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 더 쉬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더불어 최근 KAIST에서 의전원과 병원 설립을 추진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해당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인겸 교수는 "카이스트 포스텍 의생명과학과와 복수학위 운용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파견 형식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는 형태를 제안한다"며 "최근 카이스트 의전원 추진 행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도입 과정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봤다.

김인겸 교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조사해보니, 의과대학에서 의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며 "학위과정 통합 근거가 있고, 의과대학 6년과 석·박사과정 3, 4년 정도로 전체 9∼10년씩 운영한다면 좋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정원 외 3∼5% 배정, 군 대체 복무 제도 적용, 일정 기간 교육·연구기관 근무 의무조항, 전면 장학생 제도 등을 고려할 것을 함께 제안했다. 

안신기 연세의대 교수(의학교육학과) 역시 의전원 과정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안신기 교수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데이터를 보면, 의전원 학생들이 진로 고민에 있어 학문적 관심이나 적성에 대한 고려를 더 많이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직관적으로 봤을 때는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직관적 평가보다는 이러한 과학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의전원 제도가 있어야 학위과정이 더 자유롭다. 다른 영역으로 통합된 인재를 키울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의과대학 안에 대학원과 학부과정을 함께 운영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전원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기선호 고려의대 교수(미생물학교실)는 "의전원 과정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식은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해당 방식은 특정 학생들에게 의사과학자 자질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실습을 통한 자질 양성의 기회를 모든 학생이 균등하게 받을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의전원의 실패 이유는 내부적인 문제였다"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겸 경북의대 교수(약리학교실·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 ⓒ의협신문
김인겸 경북의대 교수(약리학교실·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 ⓒ의협신문

이날 최근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기초의학 수업이 줄어드는 추세나 의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적은 현상이 의과학자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실제 최근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기초의학 수업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초의학 수업의 감소는 의과대학생들이 의과학자를 지망하는 동기 유발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인겸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초의학과목 교육시간은 2012년과 2014년 모두 1200시간이 넘었지만, 2020년도에는 800시간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실습시간의 경우, 2012년 600시간에 가까웠던 것이 2020년에는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선호 교수는 "기초의학과목 수업이 과도하게 줄었다. 의과대학을 6년제로 바꾸면서 더 심해졌다"며 "실습은 학생들과 교수가 만나 과학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다. 학생들이 이러한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김인겸 경북의대 교수(약리학교실·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 발표자료 발췌] ⓒ의협신문
[자료=김인겸 경북의대 교수(약리학교실·대한기초의학협의회 부회장) 발표자료 발췌] ⓒ의협신문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고려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은 플로어 의견 개진을 통해 "의학분야 전체 교수 중 한개 이상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비율이 50%정도에 그친다"며 "의학은 환자만 잘 보면 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비를 받는 숫자도 다른 분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이는 시스템이 없다는 의미다. 의학계의 문제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의학연구의 사령탑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인력이나 연구비를 한군데 모아 방향성을 잡아 추진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에게 연구제안서를 직접 써보는 경험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신기 교수는 "교육과정 중 필수적으로 연구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수님 지도 하에 연구제안서를 써보고, 실제 연구비 선정 발표를 하는 과정까지 일련의 체계화된 연구 경험을 부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과학자 길을 택할 수 있는 유인책을 개발해야 한다는 제언들도 다수 나왔다. 현재 의사과학자 선배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해 해당 분야를 선택했을 때 제시할 수 있는 비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철훈 연세의대 교수(약리학교실)는 "월급도, 삶의 질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 분야를 선택했을 때 탑티어가 될 수 있는 과정이 마련돼 있는 가가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그 과정 속에서 본인이 보람을 찾고, 리더십을 갖출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의사가 레지던트 수련을 거쳐야 환자를 볼 수 있듯 과학자 역시 학부과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과정으로는 동기부여만을 줄 수 있다"며 "(의사과학자를 택하지 않는 이유는)단지 급여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최근 개원의 수익이 줄어 큰 차이가 없어졌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연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막연한 두려움으로 의사과학자길을 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산업의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 지점에서 의학교육이 1차 진료인을 양성한다는 목표에서 사회의 요구도에 맞춰 범위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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