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요양병원 두고 왜 전문요양실?

논설위원 칼럼 요양병원 두고 왜 전문요양실?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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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월 30일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연장 확대를 발표했다. ⓒ의협신문

안그래도 이슈가 많은 의료계에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이 최근 새로운 이슈로 가세했다.

이 시범사업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9년 도입 당시에도 의료계와 요양병원계가 원칙적으로 반대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그때와는 우려와 저항 강도의 결이 사뭇 다르다.

2019년 건보공단이 주최한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자문회의에서 당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단독 간호를 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처럼 격앙된 반응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건보공단이 지난 5월  30일 시범사업 연장 확대안을 발표하자 의협과 요양병원협회 뿐 아니라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시범사업 철회 촉구를 강하게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건보공단의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요양시설 내 병동 단위로 간호서비스가 필요한 장기요양 1~4등급 입소자에게,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전문적인 간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요양과 건강관리를 통합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9년 4월 20개소를 대상으로 시작했으며, 올해 25개로 확대해 시범사업을 연장했다. 

건보공단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면 "시범사업 참여 요양시설 입소자 중 영양관리, 욕창관리 등 전문적 간호처치가 필요한 어르신은 차별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어르신의 심신기능 상태에 따라 동일 시설 내에서도 일반실과 전문요양실을 이동하며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전문적 간호처치'란 계약된 촉탁의사의 전문요양실 간호지시서에 따라 영양·배설·호흡·상처관리 등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1주일에 한 번 방문하는 계약의사가 구체적인 증상에 대해 처방을 지시한 것은 아무래도 무리로 보인다.

실제로 촉탁의로 일하는 의사에 따르면 의사의 지도감독이 반드시 필요한 기관절개 튜브,  L-tube,  폴리카테터 등이 요양시설에서 마음대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어서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사업', '의료법 위반의 범법행위"라는 의료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은 "촉탁의가 1주일에 한번 오기 때문에 간호인력이 의사의 지시 없이 단독으로 기관지 절개 교환 등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니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시범사업을 하는 것이어서 의료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변해왔지만 '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이 의료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서 간호사의 의료적 처치에 날개를 달아주는 위험한 제도로 변질될 소지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확대된 시범사업의 내용이 2019년과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의료계가 보다 더 격앙된 반응과 우려를 보이는데는 아무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호법의 목적에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포함돼 있어 간호법이 통과될 시 간호사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할 것이란 의료계의 예상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년전 시범사업 도입 당시 간호계의 입장을 보자. 의료계와는 확연히 다르게 대한간호협회와 노인간호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노인요양시설의 전문요양실 설치는 2015년 개정된 의료법에서의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구분을 장기요양보험법에서도 따르게 된 매우 의미 있고 진일보된 정책제도"라고 반색하면서,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간호사 배치수준 상향을 주장하는 등 적극적이었다.

3년 전 전문요양실 시범사업과 현재 간호계가 총력을 벌이고 있는 간호법 제정이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느낌이다. 의협이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최근 보건의료계의 극심한 분열과 대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간호법안과 직접 연계된 사안으로, 간호사의 독자적 의료행위를 위한 단독개원의 교두보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은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논리적 타당성이 충분해 보인다.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은 전국에 1600여개에 달한다. 전문요양실이 미국의 전문간호시설(SNF:Specialized Nurse Facility)을 따라 했다는데 미국은 값비싼 의료비 부담 때문에 장기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이 의사의 상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차선책으로 도입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에서 의사의 전문적 처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2020년 자료를 보면 의사 1등급, 간호 1등급을 갖춘 요양병원의 의료최고도 일당정액수가는 8만 2240원이지만 의사가 상주하지 않은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수가는 9만 9660원으로 오히려 높았다. 시범사업의 특성상 수가를 높이 책정한 측면도 있겠지만, 수가를 비교해봐도 굳이 미국의 모형을 따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요양시설 입소자가 의료적 처치가 필요할 경우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으로 전원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으면 될 일이다. 굳이 '불법-무면허 의료행위 조장'이란 오명에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을 무시하면서까지 제도화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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