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호리지 한국로슈 대표이사, 주요 의약품 연구개발 현황 등 밝혀
"신속 등재제도 개선 등 공약이행 관심...혁신 의약품 접근성 향상 기회되길"
로슈는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서도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해에만 매출의 23%인 161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입하며 항암 영역을 비롯해 면역치료, 감염성 질환, 신경계 질환 등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학적 수요가 남아있는 분야에서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 로슈에 한국은 매우 의미있는 나라다. 각종 임상에 기여하고 있어서다. 지난 20여년간 한국에서 4만명 이상의 환자가 로슈의 임상 연구에 참여했다. 작년 한해에만 해도 그 수가 5000명이 넘는다. 연구 중에는 한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도 다수 포함돼 있다.
국내 급여 영역에서는 고전을 겪기도 했는데, 최근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비소세포폐암 급여 확대, '티쎈트릭·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의 급여 신설이 확정되면서 모처럼 결실을 얻었다.
[의협신문]이 최근 닉 호리지 한국로슈 대표이사를 만나,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닉 호리지 대표이사는 2005년 로슈 뉴질랜드 지사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국가에서 마케팅 사업부 리더로 로슈 주요 품목들의 출시와 성장을 주도해왔다. 로슈 베트남 지사장을 거쳐 2018년 한국로슈 대표이사로 취임해 햇수로 4년째 조직을 이끌고 있다.
Q. 한국로슈 대표로 부임한지 4년째다. 그간 국내 헬스케어 생태계에 어떤 인상을 받았나?
=재임 기간 동안 전례 없는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우리의 일상과 업무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다행히 한국 정부의 훌륭한 리더십으로 주변국에 비해 타격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매우 인상 깊었다. 내부적으로는 애자일 트렌스포메이션 등 조직문화 혁신으로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였다.
Q. '내일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오늘 행하라(Doing now what patients need next)'는 것을 기업 미션으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영역의 치료제를 개발, 최고의 치료제를 가장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신속하게 제공한다는 미래 지향적 관점이 담겼다. 글로벌 차원에서 다양한 R&D 활동으로 효과적인 신약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우리의 혁신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로슈도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국은 R&D 측면에서 로슈의 주축이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지난 20여년간 한국에서 4만명 이상의 환자에게 1~3상 임상 연구 혜택을 제공했으며, 작년 한 해에만 5000명 이상의 환자 분들이 연구에 활발히 참여했다. 연구 중에는 한국 현지에서 진행한 연구자 주도 임상이 다수 포함돼 있다.
Q. 최근 티쎈트릭의 폐암 1차 치료제로의 급여 확대가 확정됐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급여 등재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이 있다면?
=-PD-L1 양성 및 EGFR 또는 ALK 유전자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등 특정 환자군의 1차 치료에 티쎈트릭이 확연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진과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 옵션이 많아 지는 것 자체도 큰 가치가 있으며 의료진분들도 역시 이러한 점에 대해 동의하고 계신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단순히 의약품의 허가와 보험급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최적의 환자에게 티쎈트릭이 안전하게 처방될 수 있도록, 한국의 의료진들과 협조하며 필요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다.
Q. 지난해 상반기 림프종 신약 '폴라이비(폴라투주맙)' 급여를 신청했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소식이 없다.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림프종의 경우 '맙테라(리툭시맙·한국로슈)' 이후 특별한 치료제가 등장하지 않아 관심이 높은 영역이다.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폴라이비 사용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OS)이 기존 요법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고, 최근 1차 치료에서도 20여년만에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해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 새로운 옵션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만큼 국내 환자들에게도 임상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로슈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 중인 '간테네루맙'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간테네루맙은 베타(β)-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치료제로 환자들의 뇌세포를 사멸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줄여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이다. 올 해 하반기에 3상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더불어 알츠하이머 치료 영역에서 로슈는 치료제의 개발뿐 아니라 환자의 조기발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환자에게 치료제를 처방할 경우, 이미 벌어진 뇌 손상의 재생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간테네루맙의 임상 연구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전제 하에, 이러한 로슈의 접근 방식은 환자들에게 아주 가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제약기업 수장으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 정부가 내세운 헬스케어 정책에 대해서는 기대가 크다. 로슈의 경우 다수의 희귀 중증 질환 관련 혁신 의약품을 개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신속 등재 제도 등 한국 국민의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매우 반갑다. 혁신 신약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폭넓은 접근성 확대가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국가 재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체 약제비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도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부의 관련 공약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