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형외과학회 22일 기자간담회 "미래 인재 양성 가능성 제한 우려"
복잡한 동시수술 100% 인정·치료재료 실가격 보상·내과질환 고령환자 전문질병군 지정 제안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 위한 7가지 생활수칙' 공개... '관절과 척추통증 원인부터 해결까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정형외과 질환 역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정형외과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수술 수가는 답보 상태이며, 갈수록 전문화·고도화 되고 있는 치료재료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은 교수 요원·의료장비 확보 등 정형외과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런 여파는 전공의 수련 문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정형외과 질환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가운데 중증도에서 낮게 평가돼 있다. 전문진료질병군 415개 가운데 정형외과 관련 질환은 33개(2.99%)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급종합병원 인증 평가 기간이 되면 중증도가 낮은 정형외과 수술과 입원을 줄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한정형외과학회는 6월 2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술 수가·급여기준 현실화, 산정 불가 치료재료 실가격 보상, 80세 이상 내과질환 동반 환자 수술 전문진료질병군 지정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5년간 정형외과 분야 주요 질환 발병 추이와 함께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도 공개했다.
김명구 대한정형외과학회장(인하의대 교수·인하대병원 정형외과)은 "정형외과는 진료를 수행할 능력과 미래 인재 양성 가능성이 제한되고 있다. 척박한 진료 환경과 낮은 건강보험 수가는 우수한 인재의 정형외과 전공의 지원율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정형외과 의사 배출이 어려워지면 적절한 환자 진료가 이뤄질 수 없고, 결국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승범 정형외과학회 보험위원장(고려의대 교수·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은 수가 현황과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정형외과 분야의 고충을 토로했다.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열악한 원가보상률로 인해 정형외과 근골격계 치료의 중심이 비급여 위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근골격계 질환과 외상의 중증도가 낮게 평가돼 있는데다 상급종합병원의 투자 저조로 교수 충원과 새로운 의료장비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인구 고령화도 간과할 수 없다. 정형외과 수술이 위축될 경우 급증하는 노령인구는 물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정형외과 영역의 복잡한 동시수술을 100% 인정하고, 산정 불가 치료재료를 실제 가격으로 보상해야 한다"면서 "정액수가인 관절경 치료재료도 현실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형외과 질환의 낮은 중증도 문제도 지적했다. 고령의 정형외과 수술 환자는 뇌·신장·심장·류마티스 질환과 암환자 일부 등 4개 내과질환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해도 단순진료질병군으로 오인하고 있다.
한승범 보험위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내과적 질환을 동반한 80세 이상 고령환자에게 정형외과 수술을 하는 경우에는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래야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고, 갈수록 위축되는 상급종합병원 정형외과를 유지함으로써 전공의 수련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실력과 자격을 갖춘 전문의 양성, 수련병원 유지, 정형외과 기술 발전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우 정형외과학회 이사장(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은 "대한정형외과학회는 68년 역사를 품고 회원 8830명이 가입돼 있다. 최근 학회 영문학술지 <CIOS>가 SCI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라며 "학회는 '관절과 척추통증 원인부터 해결까지 정형외과'를 슬로건 삼고, 국민건강 증진, 최고 전문가 양성, 회원권익 향상, 국제화 추구, 조직 운영 효율성 추구 등을 비전으로 정형외과학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수행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용찬 정형외과학회 홍보위원장(서울부민병원 진료부원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근 5년간 정형외과 분야 주요 질환 발병 추이와 함께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을 위한 7가지 생활 수칙'을 공개했다.
정형외과 영역에서 지난 5년간(2016∼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 환자수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질환은 골다공증이다. 31%나 급증했다. 지난해 골다공증 입원 및 외래 환자수는 112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기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어깨 병변과 척추 협착을 포함한 기타 척추병증이 뒤를 이었다. 어깨병변 환자는 19%, 기타 척추병증 환자는 16% 늘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 기타 추간판장애, 무릎관절증 등은 증가세에서 코로나 시기에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용찬 홍보위원장은 "허리디스크·척추협착증·무릎관절증 등의 입원·외래 환자수가 코로나 기간 동안 감소한 것은 실제 환자수가 줄었다기보다 상대적 비중이 큰 노년층 환자의 병원 방문율이 낮았기 때문"이라며 "반면 골다공증과 어깨 병변은 지속적으로 환자사구 늘어났는데, 이들 환자는 거동에 불편함이 없어 코로나 기간에도 내원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골다공증은 특히 고혈압처럼 증상이나 합병증이 발생하기까지 오랜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백세시대 관절·척추 건강을 위한 7가지 생활 수칙'도 소개했다. ▲관절과 척추가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 취하기 ▲적절한 체중 유지하기 ▲내 발에 맞는 편한 신발 신기 ▲체중부하 운동을 포함한 활동적인 생활 실천하기 ▲가정에서 낙상 위험 요소 제거하기 ▲충분한 양의 비타민D 복용하기 ▲관절 및 척추 통증의 참지 말고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검진 받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