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의료진 폭행 중대 범죄로 관용 없는 처벌" 촉구

대개협 "의료진 폭행 중대 범죄로 관용 없는 처벌" 촉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2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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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의료진 및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정부와 국회에 대책 마련 호소
특별법 제정해 '의료기관 안전구역 선포'…안전 의료환경 위해 투쟁 결의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최근 잇따른 응급실에서의 의료진 살인미수 사건 및 방화사건에 대해 의료진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안전한 의료 환경이 만들어지는 날까지 투쟁을 불사할 것을 결의했다.

대개협은 6월 25일 열린 제35차 정기평의원회에서 이같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의료진 안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개협은 "지난 2018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은 우리나라 의료현장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폭력에 의료진은 물론이고 환자들마저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경악스러운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 차원의 대책은 실효성이 없었고, 전혀 개선될 기미 없이 방기되고 있다"며 통탄했다.

"최근 용인시 모 병원에서 응급실 도착 당시 사망 상태였던 환자의 남편이 며칠 뒤 담당 의사에게 살인을 계획해 낫을 휘두른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힌 대개협은 "피해 의사가 입은 심각한 심신의 상처는 물론이고, 그로 인해 생명이 경각에 달린 응급 환자들을 돌보는 응급실 담당의사가 폭력의 위협을 느껴 제대로 일하지 못한다면 그 손해는 누구에게 미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게다가 "6월 24일 부산대병원에서는 술 취해 응급실에 온 자기 부인을 빨리 봐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있는 응급실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지르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며 "불행 중 다행으로 크게 다친 환자나 의료진이 없었지만, 자칫 하면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뻔한 경악스러운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는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라고 밝힌 대개협은 "의료진의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원가 이하의 저수가, 의료의 기본이 되는 일차의료 및 필수의료의 붕괴, 의료 직역 간의 화합과 균형을 깨뜨리는 악법 입법 시도 등 고질적인 문제들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민들이 안전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가' 라는 물음만 접해도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의료진들만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만, 머지않아 범법자의 난폭한 칼끝과 저주의 불길이 환자나 보호자들을 향해 무방비로 쏟아진다면,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의료현장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왜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는 상황을 안이 하게 판단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대개협은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이번에도 한 개인의 단순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치부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정부나 사법 당국은 물론이고 이를 방관한 모두가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해치는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 "지난 3년 간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어오면서 의료의 공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온 국민이 뼈저리게 경험했다"라며 "국가적인 의료시스템에는 의료기관은 물론이고 의료진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응급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분야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절대 단기간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개협은 "의사들은 의료제도의 큰 변화를 접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국민건강을 위한 전문적인 의견을 피력해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순간만 지나면 정부나 국회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무시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은 전문적인 의료진의 손에 달려 있지 않고, 법을 만들고 정책을 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국가의 손에 달려 있다"라며 "의사들은 생명의 위협이 없는 진료실에서 소신을 지키면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대개협은 ▲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모든 의료기관을 안전구역으로 선포하고,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법행위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공공의 범죄로서 관용 없이 처벌하라 ▲의료진의 의학적 권고에 악의적으로 불응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자에게 건강보험 자격을 박탈해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제도를 확립하라 ▲환자를 대면하는 모든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수립하라. 이에 필요한 안전 장비 및 인력을 정부에서 제공하라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진에게 적절한 위험수당을 지급하고, 폭행에 희생된 의료진과 의료진 가족에 대한 현실적이고 충분한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하라 ▲의료진에게 가해지는 폭행을 정당화하거나 무분별하게 방송해 이런 행위를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안전한 의료 환경이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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