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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19 13:14 (화)
10년을 지나 '개화산에 가는 이유'가 찾아왔다
10년을 지나 '개화산에 가는 이유'가 찾아왔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6.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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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사시인회 창립 10주년…열 번째 사화집 출판기념회

영혼을 치료하는 시인과 몸을 치료하는 의사가 하나가 된다. 진료현장의 순간순간은 시로 옮겨지는 과정이 되고, 그렇게 태어난 시들은 다시 진료현장 속으로 들어온다. 

한국의사시인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 번째 공동시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를 펴냈다. 의사시인회는 6월 25일 오후 서울 인사동 옥정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번 시집에는 유담(중심성 암정/영상 통화/겨울 눈썰미), 김호준(월유/실조/침습), 홍지헌(슬품은/개화산에 가는 이유/그는 누구인가?), 한현수(첨성대/적는다/침묵), 김기준(새들에게 배운다/내가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일/브이아이피 증후군), 김세영(기파의 강/기화가 되다/안단테 칸타빌레), 송명숙(덧 쌓인 것들/라떼/BCG), 박언휘(이름을 부르면/물의 노래/파도), 김경수(별이 있는 창문/기차역/위험한 사랑), 권주원(4차원  코로나사태/고도리판 세상/미세먼지 나라), 최예환(참치마요/말/봄날), 김승기(봄밤/흘레/상념 혹은 불안), 김연종(마이 리틀 장례식/뒤집힌 팬티/차명계좌), 주영만(봄비의 은유/잎이 진 빈 가지처럼/아무 까닭도 없이), 서화(모세의 기도/첫 경험/사망진단서), 조광현(또 하나의 봄/혼수/잃어버린 청진기), 박권수(함께 하는 이유/추우면 옷 사 입고 와/푸른 이모티콘), 정의홍(꽃씨를 심으며/어느 봄날/잡초) 시인 등이 참여했다. 

시인들은 공동시집에서 이태동안의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며, 시인으로서의 자아와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존재의 쓸쓸함과 우울함,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서정적 낭만 등을 풀어냈다. 

'시인의 말'에도 시인들의 마음이 옮겨진다. 

"수십 년 익혀온 재간이라면 앞을 가려도, 멀리 떼어 놓아도 볼 수 있을 법한데, 눈을 크게 뜨고 안경을 닦는다."(유담 시인)

"올해는 지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틈새를 좁히고, 반드시 몸을 잔뜩 웅크려야 한다."(김호준 시인)

"산에서 보는 나무의 모습은 바로 내 모습이다. 늘 나를 물들이고 있는 감정도 결국은 내 모습이다."(홍지헌 시인)

한국의사시인회는 6월 25일 창립 10주년 기념 공동시집 10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한국의사시인회는 6월 25일 창립 10주년 기념 공동시집 10집 '개화산에 가는 이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꽃으로 말하게 하고 꽃으로 시를 쓰게 하고 시집 속에 내가 산다"(한현수 시인)

"우리 모두는 지상에 잠시 머무는 시한부 인생. 사랑할 날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오늘 저녁 장미꽃 한 다발 준비하여, 아내의 품에 안기려 합니다. 그리고 말하려구요. 내모든 것을 다하여, 진심으로 사랑한다고."(김기준 시인)

"기철학에서 기본적인 단위인 기氣는 현대 물리학에서의 쿼크(quark)에 해당한다. 이 기에 리理가 내재돼 있듯이 물질의 우주 세계에는 영성 우주세계가 내재돼 있다고 믿는다…."(김세영 시인)

"2022년 4월 오후 3시 춘곤증은 눈꺼풀에 묻는다 코로나 시계는 오후 3시를 지났겠지?? PCR 음성 확인서를 기다리며 이륙을 준비하는 코로나"(송명숙 시인)

"꽃을 피우려 애쓰는 목련이, 하양쌀밥같은 이팝나무가 아름답다고만 느껴지지않는 것은 헐떡이던 코로나 환자의 숨소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끝내 보내지 못한 그리운 얼굴들이 꿈틀거리며, 손을 휘젓고 있다"(박언휘 시인)

"현대시의 주요 특징 중의 하나가 시는 독자가 스스로 해석하도록 한다는 점이다."(김경수 시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날들이 현재진행형이다. 이 불투명하고 불화실성의 시대가 어찌 될 것인가 마스크 쓴 눈으론 표정을 알 수 없어……."(권주원 시인)

"오랫동안 펜을 놓아두어 많이 궁하다. 오래전 쓴 그들을 뒤적여본다. 그래도 좋은 핑곗거리가 하나 생겼다. 코로나가 고맙다."(최예환 시인)

"시를 안 쓰면 못 배기던 시절이 있었다. 밤 새워 써야했고 무수히 유산되던 언어, 상념들! 끝없이 밀려오던 그것들이 지금은 다 어디가고 조용하다.…… 예전의 나는, 아니 세상은 지워져가고 있고, 백지가 되어가고 있다. 그 위에 새로운 언어가 올까?"(김승기 시인)

"생生이여, 나를 깨우지 마라. 실컷 늦잠 자고 온종일 빈둥거리다가 비단각시거미의 근사한 기둥서방이 되어 나무늘보처럼 잠들고 싶다. 내게 필요한 건 그물침대와 시집 한 권 뿐."(김연종 시인)

"오늘도 아침이면 동쪽에서 해가 떠서 서쪽으로 간다 그 하루는 아침에 집을 나서서 세상 속으로 군중 속으로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간다 도무지 혼자 가는 길이다"(주영만 시인)

"생전에 보았왔던 당신들의 미소 살아서 바라보던 그대들의 눈매 아, 지금은 가고 없는데 나만 혼자 이렇게 오월 속에 있습니다 보고싶습니다"(서화 시인)

"코로나19에찌든 세월에도 또 하나의 봄이 와서 벚꽃은 피고 진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환난 중에 소망이다. 요양병원 중환자실에서 청진기를 잃어버린 날. 문득 그리운 것을 그리워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조광현 시인)

"벚꽃 지는 날 괜찮아 저렇게 날리는 건 다 근심이야"(박권수 시인)

"봄이 왔습니다. 죽어서 누렇게 말랐던 풀잎에 새 생명이 돌아오고 여기저기 산마다 봄이 불을 지릅니다. 가슴을 펴고 이 순간의 봄을 가만히 만져 보려 하나 어느새 저만치 달아난 봄은 순식간에 고개를 떨구고 바람에 날려갑니다. 안개 낀 꿈길에서만 잠시 봄을 만난 듯, 문득 둘러보니 저 멀리 한 세월이 낯선 노인의 손을 잡고 위태롭게 고개를 넘어갑니다. 다시 봄을 기다립니다."(정의홍 시인)

창간기념식에는 홍지헌 한국의사시인회장을 비롯 유담·박언휘·정의홍·김완·서화·박권수·김기준·송명숙·김연종·김경수 시인이 참석했으며, 시인·수필가·여행작가로 활동중인 이병률 시인의 문학강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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