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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3분 진료 비보험 진료 누가 만들었나?
3분 진료 비보험 진료 누가 만들었나?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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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불공정한 의료수가 결정 과정
인력·재료 줄이지 못해…임금 상승률·물가 상승률 수가 반영 필수
재정(밴딩) 결정 과정 공급자단체 배제…불공정·불합리 구조 개선해야

필자는 최근 미국에 장기연수를 다녀왔다. 중간에 혈액검사를 하나 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의원에 예약을 하려고 전화하면서 진료비를 물었더니, 진찰료가 보험 여부에 따라 90∼250달러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초진료인 1만 7000원 (13∼14달러)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금액이다. 국민소득이나 전반적인 물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현저히 낮다.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이번에도 예상대로 의료수가 협상(?)은 결렬됐다. 의료계에서는 정부도 인정하다시피 의료 원가 보상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매년 너무 낮은 인상률로 의료기관의 존립이 어렵다고 하고, 반대하는 측에서는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 가입자 부담 등의 이유로 수가 인상을 반대한다.  

현재의 의료 수가는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추가 투입 재정(밴딩)를 토대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가 협상을 하게 된다. 협상이 결렬되면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환산지수를 의결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면 확정돼 버린다. 

상대가치점수니 환산 지수니 하는 테크니컬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의료 원가의 절반 정도는 인건비, 나머지는 재료비와 관리비이다. 그렇다면 결국 인건비나 물가가 오른다면 이것이 수가 인상에 적절히 반영돼야 한다.

지난 10년간의 임금상승률은 연평균 3.7%정도였고, 최저임금은 더 빨라서 연 평균 6∼8%정도씩 상승해 10년이 채 되지 않아 2배 이상으로 인상됐다. 소비자 물가는 지난 10년간 1.3%정도로 안정적이었으나, 2021년에 2.5%, 그리고 금년에는 5월까지 4∼5%정도로 인플레이션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반면, 지난 10년간의 수가 인상률은 매년 2.0%전후였다. 금년도에도 병원은 1.6%고, 의원은 2.1%가 제시된 상황이다.

단순화해서 인건비 상승률과 물가 상승률을 의료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 만큼인 절반 정도씩 반영해 수가를 결정하는 식으로만 해도 훨씬 합리적일 것 같은데, 매년 의료수가 인상율은 이에 못미치다 보니 매년 조금씩만 차이가 나더라도 복리(複利)효과에 의해 10년쯤 지나면 상당한 정도로 의료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추가 투입 재정(밴딩)에 따라 개별 행위의 수가를 결정하는 부분도 상식적이지 않다. 추가 투입 재정은 국가 단위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이고, 개별 행위의 수가는 진료나 의료기관 단위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정체기에 들어섰지만 고령화로 인해서 의료 이용은 당연히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건강보험 보장률도 강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투입도 있다. 즉, 인구가 동일해도 전체적인 건강보험 투입 재정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의료기관 입장에서 의료 행위에 들어가는 인력·재료 등의 자원은, 국가단위의 총 비용을 고려해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수가가 줄어들다 보니, 의료기관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봐야 했고 이미 3분 진료는 고착화됐다. 이제 더 이상은 진료시간을 줄일 수 없다 보니, 각종 비급여 진료로 수입을 벌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얼마 전 개원의 선생님들과 함께 학회에서 워크숍을 했는데, 보험 진료를 십 수년간 해오신 원장님들도 요새는 미용진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경영이 어렵다고 한다. 현재 정부가 의료수가를 산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SGR(sustainable growth rate) 모형은, 총 의료비의 지나친 증가를 막기 위해 의료비 목표치를 정하고 실제치를 목표치에 근접 시킬 수 있도록 의료수가를 조정하는 방식인데, 이를 처음  도입한 미국에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 문제로 2015년 영구 폐기를 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수가 결정 과정이다. 현재 협상의 기준이 되는 추가 투입 재정(밴딩) 결정 과정은 공개되지도 않고, 공급자 단체는 참여조차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금년에는 밴딩을 협상 전날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과정을 '협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단일 건강보험체계에서 당연지정제로 인해서 공급자는 협상에서 약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일방적인 결정 과정은 심히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다고 본다. 

불만이면 의사 그만 두면 되지 않냐고? 그래서 다들 필수 의료 안하고, 보험 수가 적용 안받아도 되는 미용 성형·건강검진·비급여진료로 몰리는 것이다. 왜 필수 의료과를 기피하냐고 의사들의 인성(人性)을 탓하기 전에, 그렇게 몰아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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