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원칙' 편리성·산업화 아닌 '안전성'

비대면 진료 '원칙' 편리성·산업화 아닌 '안전성'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2.07.04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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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 POLICY 특위 2∼3일 부산 워크숍...비대면 진료 원칙·방향 큰 틀서 논의
김홍식 위원장 "현장 목소리 반영"...이필수 의협 회장 "국민 생명 문제 신중히 접근해야"
고형우 과장 "비대면, 연말까지…환자 수 제한"...문석균 실장 "편안함 보다 안전 우선"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7월 2~3일 부산에서 상반기 세미나 및 워크숍을 열고 재택치료와 원격의료에 관한 고찰했다. KMA POLICY 특위 위원을 비롯해 의협 집행부, 대의원회 의장단, <span class='searchWord'>감사단</span>, 시도의사회, 부산시의사회 등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7월 2~3일 부산에서 상반기 세미나 및 워크숍을 열고 재택치료와 원격의료에 관해 고찰했다. KMA POLICY 특위 위원을 비롯해 의협 집행부, 대의원회 의장단, 감사단, 시도의사회, 부산시의사회 등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진료의 원칙은 편안함이나 산업화가 아닌 '안전성'이 기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비대면 진료 역시 의학적·기술적 안전을 우선한다는 대면 진료의 원칙과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7월 2~3일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상반기 워크숍 및 세미나를 열어 원격의료의 원칙과 의료계의 정책 아젠다를 공유했다.

김홍식 KMA POLICY 특위 위원장은 코로나19 재택치료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들면서 "소비자 편익을 높이겠다고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안전성이나 진료의 정확성을 해치게 된다"면서 "환자가 불편하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대면진료를 해야 하고, 위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전문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홍식 위원장은 "원격의료를 하기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고, 양질의 제도를 만들어냄으로써 공급자·소비자·관리자가 모두를 만족하는 제도로 나아가야 한다"며 정책 추진에 앞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요청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협의 입장은 대면 진료가 원칙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지만 안전성, 유효성, 접근 방법 등 세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료사고와 오진 가능성에 관한 검증하지 못했고, 정보통신기기와 인터넷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해킹과 개인정보 보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임상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만큼 유효성이 있는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지, 접근성에 대한 효과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화를 앞세운 경제 부처의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필수 서비스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 회장은 "다만 AI, 사물인터넷,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시대적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변화와 함께 의학도 변하고 있는데 과거에만 머물수도 없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 회원의 권익을 지키면서 정부와 신중히 논의해 나갈 것이다. 이것은 절대 빨리 갈 문제는 아니다. 신중히 논의하고, 하나하나 해결해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일 재택치료와 원격의료를 주제로 KMA POLICY 특별위원회 세미나 및 워크숍이 열렸다. 왼쪽부터 주제발표를 한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과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지정토론에 참여한 권인호 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좌장을 맡은 임인석 대한의학회 부회장·이동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의성)·임민식 원장(참재활의학과의원)·최준민 유비케어 상무이사.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2일 재택치료와 원격의료를 주제로 KMA POLICY 특별위원회 세미나 및 워크숍이 열렸다. 왼쪽부터 주제발표를 한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과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지정토론에 참여한 권인호 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좌장을 맡은 임인석 대한의학회 부회장·이동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의성)·임민식 원장(참재활의학과의원)·최준민 유비케어 상무이사.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시행에 관한 고찰' 주제 발표를 통해 "대면진료에서는 시진·촉진·타진·청진을 다 이용하고,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지만 불확실한 정보와 시진 만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비대면 진료 상황에서는 의학적 안전성이 저해되고, 의료사고 발생이 당연히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문석균 실장은 "대면 진료와 비대면진료가 동등한 임상적 효과가 있는지 유용성을 봐야 하지만 비교연구가 전무하다.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아직 검증이 안돼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의 의료 과소비로 재정 문제와 함께 대면 진료 이상으로 많은 요구를 하면서 진료에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약사회에서 반대하고 있는 의약품 택배 배송 문제도 해결과제로 꼽았다.

문 실장은 "의료기관 이용을 제한하지 않으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일어나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분들은 나이 드신 어르신인데 앱이나 컴퓨터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면서 디지털 역차별 문제를 지적한 문 실장은 오진과 정보통신 기술 결함으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문제와 온라인 녹취로 인한 의료분쟁 문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응 전략으로 1차 의료기관이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팅하고,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이나 지역 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섬, 산간벽지, 원양어선, 교도소, 중증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하되 일반환자나 2-3차 의료기관에서는 필요한 경우 원격협진만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문 실장은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편안함보다는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한 섬이나 중증 장애인을 공공의료에서 담당하고,  민간의료는 1차 의료기관에서 담당하도록 법과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비대면 진료가 나아갈 방향은 결국 지역 커뮤니티 케어"라고 강조한 문 실장은 "몇 년 뒤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결국 1차 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를 이용해 재택치료를 하게 될 것이다. 의료 마이 데이터를 화면에 띄워놓고 환자와 화상 진료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비대면 진료에 관해 논의할 때 지역 커뮤니티 케어까지 염두에 두고 큰 그림으로 접근해야 환자에게 안전한 진료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MA POLICY 특별위원회에는 위원을 비롯해 의료계 주요 인사 100여명이 참여, 재택치료와 원격의료에 관해 논의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이날 워크숍 및 세미나에는 KMA POLICY 심의위원회·연구지원단·법제 및 윤리분과·의학 및 의학정책분과·건강보험정책분과 위원을 비롯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의협 집행부·감사단·시도의사회장·대한개원의협의회·대한병원의사협의회·한국여자의사회·부산광역시의사회 임원 및 구의사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진료와 재택 치료의 시작과 추진 방향' 주제발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산업이나 경제적 분야에서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제 성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안전이나 의료 체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면서 "정부 추진안을 바탕으로 의료계, 약계,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서 좋은 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의료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성, 유효성, 경제성 평가"라고 강조했다.

고 과장은 "현재는 비대면 진료를 굉장히 폭넓게 허용하고 있어 이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보건복지부도 보건의료 정책적 관점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만성질환자 중 상시적인 관리가 필요하거나, 의료 취약지나 취약계층에 대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거동 불편 환자, 만성질환자, 스스로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종료 시기와 관련해서는 "현재 코로나19 감염병 단계가 2급으로 내려갔지만 심각단계는 조금 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계속해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할 것 같다"면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시기가 확진 환자 수 증가 여부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의료계에서 제기한 문제점에 관해서는 개선 의지를 밝혔다.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이나 비대면 전용 약국은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고 과장은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 하면 명확한 근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과 위험성 문제에 관해서는 "고려해야 하고, 책임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만 책임을 전혀 없게 할 수는 없고 중과실이나 고의 외에는 면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영국·일본·미국·중국·호주 등 외국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연구한 자료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 과장은 "의정 합의에서도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계와 가장 먼저 협의해서 진행했으면 한다"면서 "비대면 진료를 무조건 제도화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안전성이나 유효성 측면에서 검토하고 의료계 입장, 국민의 입장을 반영해 나갈 것"이라면서 "재택 치료는 환자가 급증하다 보니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필요했다.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셨다. 2년 6개월 이상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우리나라가 평가로는 1위인 것 같다.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많이 지원해 주셨고 도와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KMA POLICY 워크숍 및 세미나에서는 의료계 관심사 중 하나인 재택치료와 원격의료에 관해 집중적인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이날 KMA POLICY 워크숍 및 세미나에서는 의료계 관심사 중 하나인 재택치료와 원격의료에 관해 집중적인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송성철기자] ⓒ의협신문

지정토론에 나선 권인호 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는 "원격의료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아 시장성이 없는 게 아니라 본래 시장성이 없다"며 "1만 6000원 진찰료에서 플랫폼 업체가 10% 정도 수수료를 받아서는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진단한 뒤 "EMR 회사들이 비대면 플랫폼을 붙이는 순간 플랫폼 업체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10∼20대 디지털 세대는 새로운 인류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세대들한테 기존의 관념을 강요하며 비대면 의료는 무조건 안된다고 하면 안 듣는다"면서 "의료계가 비대면 의료 가이드라인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플랫폼이든 EMR이든 안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 원격의료에 대한 생각을 미래 지향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민식 전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대한재활학과의사회 부회장) 역시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있을 수 없다"면서 "의료계도 평상 시 비대면 진료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과 전문의 출신 법조인인 이동필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현행 의사-환자 간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근거해 국가 비상 사태나 위기 사태를 전제로 하고 있어 평상 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의약품 역시 약국을 벗어나 판매할 수 없고, 복약지도도 해야 하므로 약사법까지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추가적으로 비대면 진료 녹음과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건강보험 수가도 논의해서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규민 (주)유비케어 상무이사는 "지난 20년 동안 원격진료를 논의하고, 시범사업도 했지만 잘 안 되는 이유는 사업을 논의하는 주체에 정부와 기업체도 있는데 실제 진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의사가 원격진료에 참여할 동인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지지부진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 3차 의료기관까지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 환자쏠림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최 상무이사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 도입·운영으로 인한 부담이 증가하므로 반대 급부를 마련해야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KMA POLICY 특위 세미나 겸 워크숍에는 이필수 의협 회장·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임인석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이윤수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홍순원 한국여자사회 수석부회장·김영진 의협 대표 감사·김병석 의협 감사·최상림 의협 감사·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김태진 부산광역시의사회장·최성근 경상남도의사회장·강병구 부산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나상연 대전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곽우근 충청북도사회 대의원회 의장·문영진 제주특별자치도의사회 대의원회 의장·김영완 KMA POLICY 특위 초대위원장을 비롯해 부산시의사회에서 김보석 총무이사·임현수 공보이사·이석재 정책이사와 김교진 사상구의사회장·양거정 중구의사회장·주남영 서구의사회장·권오헌 사무처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박성민 의협 대원의회 의장은 "올해로 출범 7년째를 맞이한 KMA POLICY는 각 분과와 심의위원회를 거쳐 대의원 총회에서 힘들게 102개의 폴리시를 결정했다"면서 "KMA POLICY의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아직까지 사회와 의료계 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국민건강 증진과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의장은 "먼 훗날 후배들이 여러분들의 업적을 평가해 박수와 찬사를 보낼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현재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주제발표 말미에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주제발표 말미에 "국민은 훗날 2년 6개월이 넘도록 코로나19에 대응한 의사 회원 여러분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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