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S와 침술-대법원의 오해

IMS와 침술-대법원의 오해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7.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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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 전통 한방 침술·경락 이론 무관...시술부위, 해부학 지식으로 결정
기존 판례, 학문적 원리에 따라 의과·한방 행위 구분...IMS 무죄 마땅

대법원 ⓒ의협신문
대법원 ⓒ의협신문

작년 12월 30일 대법원은 2012년에 IMS(intramuscular stimulation, 근육 내 자극 치료법) 시술을 했다가 무면허의료행위 혐의로 고발당한 의사에 대한 부산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파기 환송시켰다. 이에 따라 부산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시술 부위를 찾는 방법이 침술의 촉진(觸塵)과 유사하고, 시술 부위가 경외기혈 또는 아시혈 유사의 부위로 전통적인 한방 침술행위의 시술부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고, 시술 도구가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침과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았으며, IMS 시술에 사용되는 플런저(plunger)를 사용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의 의료행위가 침술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유사성이 많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 판결에는 몇 가지 오해와 오류가 드러난다. 

IMS는 dry needling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외국에서는 한의학을 전혀 배우지 않은 의사와 물리치료사들이 주로 시술한다. 침술 면허를 가진 사람들도 IMS 교육과정을 수강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침술은 침사 면허자가 시술하는데, IMS는 의사가 시술한다. 

국제학술지에도 IMS가 침술인지에 대한 논란이 실리기도 한다. 재밌게도 IMS가 전통 침술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저자들은 모두 중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다. 중국계가 아닌 저자들은 전통 침술과 무관하게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IMS가 전통적인 침술과 경락에 대한 이론과 무관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기존에 한방의료행위 여부를 다투는 사건들에서는 원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IMS는 한방원리와 무관함에도, 대법원 판결에서는 IMS를 시술한 부위가 "경외기혈 또는 아시혈"이라는 한방 측 주장에 속아 넘어가 한방원리에 가깝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을 보면 시술한 부위가 "경혈 그 자체는 아니라 하여도 경외기혈 또는 아시혈 유사의 부위로 전통적인 한방 침술행위의 시술부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했다. 그러나 아시혈은 한의학에서 깊이 있게 다루는 개념도 아니며, 한방 원리나 한방 지식이 반영된 개념이 아니다.

2021년 한국의사학회지에 실린 '<승정원일기>를 통해 살펴본 조선 왕실의 아시혈 활용'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승정원일기에서 아시혈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왕은 5명에 불과하며 총 159건이 검색됐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선조 때만 5건이 검색됐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아시혈의 정의와 기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아시혈은 눌러서 아픈 곳이나 혹은 기타 병리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곳을 혈자리로 정한 것을 말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천금요방(千金要方)에 "오(吳)와 촉(蜀)지역에서 흔히 사용하는 뜸법 중에 아시혈(阿是穴)의 방법이 있다. 말하자면 병을 앓아 통증이 있을 때 곧 그 부위를 눌러 주어 속이 그 해당하는 자리이면 혈자리이든 아니든 곧바로 편해지거나, 혹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고 곧 아시(阿是; 아! 맞다)라고 말하는데, 이곳에 뜸을 떠 주면 대체로 효과가 있으므로 아시혈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스포츠마사지를 받을 때 "아! 거기가 아프니 거기를 더 안마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한의학에서는 그 부위를 아시혈이라고 부르겠지만 이 행위가 한방원리에서 나온 건 아니다. IMS의 시술부위가 한의사들이 아시혈이라고 주장하는 부위와 중복되는 곳이 많더라도 그것의 본질이 한방인 것은 아니다. IMS의 시술부위는 단순한 통증유발이 아닌 근골격계, 신경계, 순환계 등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결정되는데 이것은 한의학에서는 없는 개념이다. 

참고로 전통적인 경혈 자체도 고대 중국인들의 믿음에 의존하는 실체가 없는 개념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표준을 정하려는데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용되는 경혈의 위치가 총 361개 중 92개나 다르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결국은 2003년에서 2006년까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합의를 통해 표준 위치가 결정됐다. 경혈은 측정이 불가능한 실체가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엉터리 믿음을 근거로 한의사들이 어떤 위치가 경혈이나 경외기혈(아시혈)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 위치에 대한 자극이 무조건 한방의료행위라고 인정해서는 안 된다.

IMS와 침술의 차이. 2018년 <span class='searchWord'>대한IMS학회</span>가 발행한 [IMS와 IMNS를 이용한 통증치료] 중 일부 자료 재구성. ⓒ의협신문
IMS와 침술의 차이. 2018년 대한IMS학회가 발행한 [IMS와 IMNS를 이용한 통증치료] 중 일부 자료 재구성. ⓒ의협신문

대법원 판결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시술도구다. 대법원은 IMS 시술에 사용된 도구가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침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술도구는 한방의료행위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한의사들은 약침이라는 이름으로 한약 추출물을 주사기를 통해 경혈에 주사하는 시술을 한다. 주사기는 한의학과는 무관한 도구다. 게다가 약침술의 기원도 전통 한의학이 아니다. 1960년대 이후 남상천과 김정언 등 한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들에 의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시작돼 민간으로 퍼지고 그 뒤 한의사들에게도 전해졌다. 

추나요법은 한의사들이 주로 서양의 수기요법을 참고해 개발하고 이름만 중국식 이름을 붙였다. 추나 시술에 카이로프랙틱 베드를 사용하는, 이것은 서양의 대체요법인 카이로프랙틱의 도구다. 

의과행위와 한방행위의 기준으로 시술 도구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약침술과 추나요법도 한의사들이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여지가 생긴다. 특히 IMS는 의과 급여로 등재된 '근막동통 유발점 주사자극치료'와 약물 주입 여부만 다른 유사한 시술인데, 한의사들이 통증 유발점에 주사를 하면 그 본질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 근막동통 유발점 주사자극치료를 흉내낸 무면허 의료행위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약침은 검증되지 않은 물질을 체내에 주사하기 때문에 위험성 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IMS에 대해서도 기존의 다른 판례들처럼 행위의 원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술 부위와 환자의 증상이 인체에 대한 과학적 이해로는 연결이 불가능하고 한의학 이론에서만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한방의료행위로 봐야 마땅하다. 반대로, 의사가 선택한 시술 부위를 과학적 배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현대의학적 의료행위다. IMS 또는 dry needling도 시술자에 따라 방식에 차이가 있는데, 플런저 사용이나 전기 자극 여부 등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이 점들을 고려한다면, 고발당한 의사가 전통 경혈 개념에 의존해야 하는 부위에 시술했다는 혐의가 없는 이 사건은 무죄로 결정돼야 마땅하다. 만일 유죄가 된다면 통증부위에 약침을 시술하는 한의사들을 현대의학의 '근막동통 유발점 주사자극치료'를 모방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해 볼 수 있겠다.

<span class='searchWord'>대한IMS학회</span> 학술대회 장에서 선보인 IMS 시술용 '자동 플린저'.  ⓒ의협신문
대한IMS학회 학술대회 장에서 선보인 IMS 시술용 dry needling '자동 플런저'.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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