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관참시(剖棺斬屍)를 통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제재

부관참시(剖棺斬屍)를 통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제재

  • 임종규 삼정행정사사무소 대표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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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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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참시(剖棺斬屍)란 죽은 뒤에 큰 죄가 드러난 사람에게 극형을 추시(나중에 실시함)하는 것을 일컫는다.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거는 형벌이다. 조선시대 김종직·한명회·정여창·남효온 등이 부관참시를 당했다고 한다.  참으로 끔찍하고 극악무도(極惡無道)한 형 집행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끔찍한 형 집행이 국민건강보험법에 근거해 업무정지를 대신하는 과징금 부과처분에서 태연하게 재현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더욱 강화하려는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요양기관 업무정지 제제 논란을 짚어 보고자 한다.

행정벌에서 과징금제도를 도입한 본래의 취지는 행정법규를 위반한 대상자에게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집행하면 국민의 불편이 초래하므로 영업정지기간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되 그 수익금을 과징금으로 환수한다는 취지다. 

버스회사가 행정법규를 위반해 영업정지를 당하면 운행을 중단해야 하므로 국민의 불편이 크다. 때문에 버스운행을 허용하되 이익금을 과징금으로 부과토록 하는 데서 제도의 취지와 유용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행정법규를 위반해 영업정지 또는 업무정지의 행정벌을 받는 당사자에게 본래의 처분을 이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민불편 해소라는 공익적 필요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과징금제도를 운용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과징금) 제1항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이 제98조 제1항 제1호 또는 제3호에 해당하여 업무정지 처분을 하여야 하는 경우로서 그 업무정지 처분이 해당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하여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른 하위법령인 보건복지부 고시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적용기준' 제2조의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기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의 하나로 '요양기관이 행정처분 절차 중에 폐업하였거나, 법인이 개설한 요양기관이 대표자의 인격이 변경되어 처분 대상 기관이 없는 등으로 인하여 업무정지처분이 제재수단으로서 실효성이 없어 과징금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상의 과징금제도는 제99조에서 '업무정지 처분이 해당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경우'이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해 국민불편 해소라는 공익성에 근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서는 과징금 부과대상으로 '요양기관이 행정처분 절차 중에 폐업하였거나, 법인이 개설한 요양기관이 대표자의 인격이 변경되어 처분대상기관이 없는 등으로 인하여 업무정지처분이 제재수단으로서 실효성이 없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이 고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폐업한 요양기관은 그 사유가 무엇이든 행정청의 입장에서는 업무정지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폐업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업무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앞서 거론한 부관참시를 자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두 번째, 과징금제도를 국민불편 해소라는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정지처분의 실효성 확보라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살펴보면 보건복지부 고시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적용기준' 제2조의 과징금 부과대상에서 '폐업 또는 처분대상기관이 없는 경우'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임 입법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행정입법권의 일탈과 남용으로 다투어 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본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과징금의 수입은 건강보험재정으로 충당되는 만큼 정부가 건강보험재정 확보 수단으로 과징금제도를 무리하게 운용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그렇다면 '요양기관이 폐업하거나 처분 대상 기관이 없는 경우'에 업무정지가 예정되어 있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에는 어떻게 업무정지의 실효성을 확보할 것인가를 살펴보자.

업무정지처분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요양기관이 이미 폐업하여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여 다른 용도로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요양기관이 아니므로 업무정지처분의 효력이 미칠 수 없고, 과징금처분도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요양기관이 폐업하거나 법인의 대표를 변경하여 해당 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요양기관을 개설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상황이 다르다. 위장 폐업 후 다시 개업하는 형태로 업무정지처분을 면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정지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요양기관의 업무정지처분에 관한 절차를 진행하는 초기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정지처분 절차 진행 사실을 해당 지자체에 통보함으로써 요양기관 개설 신고와 허가과정에서 업무정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해야 업무정지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심평원 요양기관 업무개시신고 시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할 경우에는 업무정지처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해 새롭게 개설하는 의료인에게 업무정지처분이 승계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대법원은 최근 판결(2022두30546 판결, 2022년 4월 28일 선고)에서 요양기관의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 등의 대상은 개설자가 아닌 요양기관에 하는 대물적 처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판결을 고려해 업무정지처분 대상 요양기관과 그 개설자가 업무정지처분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업무정지처분 또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러나 업무정지처분 대상 요양기관이 처분 절차 진행 이전이나 진행 중에 폐업하여 해당 시설을 요양기관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업무정지처분과 과징금부과처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업무정지처분 대상 개설자가 다른 곳에서 새로 요양기관을 개설할 경우 업무정지처분 효력 발생에 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업무정지처분이 가능해야 폐업을 가장한 도피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업무정지처분 대상 요양기관이 해당 시설에서 다른 이름으로 요양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는 행정기관 간에 정보를 공유하여 새롭게 개설하는 요양기관에 고지할 필요가 있다. 고지를 받고도 개설을 진행하면 업무정지처분이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령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임종규 전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의협신문
임종규 전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의협신문

정부는 지난 6월 30일자로 보건복지부 고시인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적용기준' 제2조 과징금 부과대상의 '기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 '행정처분 절차 중에 폐업하는 경우'를 '행정처분 확정 전에 폐업하는 경우'로 개정했다.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대가 있었음에도 이를 확정·공포했다. 

개정된 고시는 과징금 부과대상을 '행정처분 확정 전'이라는 매우 포괄적이면서 애매하게 확대해 행정입법권을 더욱 일탈·남용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개정 법령에 근거해 과징금을 부과처분 하면 위임입법권 일탈·남용을 사유로 처분에 관해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시를 개정·공포했으니 끝났다고 안주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령을 위반한 요양기관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과징금 부과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집행할 수 있도록 고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행정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행정철학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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