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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중소병원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특집 중소병원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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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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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대한의사협회 의무 부회장

[특집] 현행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관 기능의 현황 및 문제점(1)

올해는 새정부의 출범과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의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의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2022년 연중 특집 세션의 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선정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계간 의료정책포험>에 실린 특집 원고를 게재한다.

<글싣는 순서>
<시론1> 정글의 법칙만도 못한 의료전달체계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시론2>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정립
  -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1. 의료전달체계에서 대학병원의 현황과 개선책
  -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2. 중소병원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의무 부회장

3. 개원의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 박준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겸 의무이사
4.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안 되는 이유
  - 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지난 2년간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면 어느 것도 논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이 전염병에 대해 미래의 사가(史家)들은 20세기 초반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맥락에서 다루게 될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허와 실을 돌이켜보는 계기로 방역이 실패하고 의료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 의료 전달체계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조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중소병원이 팬데믹의 시대를 지나면서 어떤 역할을 하였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의료전달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중소병원은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중소병원이 없었다면 코로나19 전담병원, 생활치료 센터, 재택치료 운영, 수많은 신속항원검사(RAT), PCR 검사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3회에 걸친 백신 접종, 일부 중증환자들을 제외한 수많은 경·중증 환자들에 대한 진단과 치료는 보건소나 대학병원, 의원급 의료기관들로만 감당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1차 의료기관(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고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의료 기관을 병원과 의원으로 나누고, 병원은 일반 병원과 종합병원(종병), 상급종합병원(상종)으로 구분되어 있다. 병원과 의원은 29병상을 기준으로 구분되고 있어 기능적 구분보다 규모에 의한 구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런 규모에 따른 분류는 규제라는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가져오는 근본적 원인이 된다. 가령 30병상 규모의 중소병원과 2000병상을 가지는 상급종합병원은 시설과 인력, 경영지표, 진료 과정이 완전히 다르지만 '병원'이라는 동일한 의료기관으로 취급되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 중소병원들 중 경쟁력을 갖춰 전문병원으로 선정된 대다수가 100병상 이하이며, 전체 병원 중 100병상 이하인 경우가 가장 많은 것이 현실인데 이들이 종병, 상종과 유사한 조건으로 규제를 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국가인증원에서 주관하는 인증기준의 예를 들어보면 2000병상의 상급종합병원과 30병상의 일반 병원이 같은 인증기준으로 심의하는데, 이것이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중소병원은 대체로 병원의 영세하지만 규모면에서 인력집약적이어서 정부정책에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작은 규제와 정책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고 병원이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한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진행된 지난 5년간 중소병원은 점점 어려워졌으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중소병원들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중소병원이 어렵지 않았던 적은 없으나, 지금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으며 이것이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판단과 예상치 못한 외부적 효과에서 기인했다고 믿기에 더 그렇다.

지금부터 쓰고자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배경과 중소병원의 관점에서 그에 대한 비판, 그리고 정부의 입장과 병원의 입장에서 바라본 중소병원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것으로, 중소병원의 역할을 규정하여 미래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함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우리나라 의료가 서구와 다른 여러 가지 점이 있지만, 저렴한 비용과 탁월한 접근성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장점을 찾을 수 있다. 건강보험이라는 단일 보험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급여항목은 모두 동일하여 의료기관간 가격 차이는 없으나, 의료전달계에 따라 종별간 접근성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어 있다. 상급 종합병원의 이용은 높은 선호도에도 불구하고 의료전달체계에 의해 접근성이 저해되는 측면이 있으며, 의원과 상종 사이의 중소병원들이 그 틈새를 메우고 상당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는 생사를 다루는 필수적인 부분과 통증이나 알레르기처럼 불편감과 건강한 삶의 질을 다루는 영역, 그리고 미용처럼 건강과는 무관한 선택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 의료 이용량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증가되어 왔는데, 그 이유는 의료의 영역이 필수질환중심에서 삶의 질을 다루는 영역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과 더불어 여명이 늘어가면서 암종(malignancy) 질환은 과거보다 빈발함에도 여전히 상급 종합병원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통증 질환, 만성질환의 관리는 상종을 벗어나 병·의원급으로 이관되었으며,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된다. 2000년 이후 많은 전문병원들이 상종과는 다른 형태의 전문화된 진료를 표방하면서 내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경쟁력을 갖춘 전문 병원들이 다름대로 역할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또, 대도시를 근거로 진료가 이뤄지는 대학병원과는 다르게 도서(島嶼) 지역의 병원은 인구 구성, 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해 중소병원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보건소와는 다른 형태로 지역의 필수 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도서 지역의 중소병원들은 사실상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으며, 응급과 비응급을 구분하고, 응급인 경우 비응급으로 바꾸는 처치를 하고,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병원의 역할은 대학병원과는 다른, 대학병원이 할 수 없는, 틈을 채우는 역할을 다져왔다. 

의료전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종별간 의료기관의 역할 분담이며, 그 역할 구분은 질병의 중증도와 난이도에 기반해야 한다. 중증도의 관점에서 대학병원을 포함한 상종은 최상위 난이도의 질환을 다뤄야 하지만, 우리 현실은 상급종합병원이 의원, 일반 병원과 직접 경쟁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개인 의원에서도 가능한 일반적인 고혈압, 당뇨 질환에 대한 처방도 하고, 간단한 통증에 대한 신경차단술 클리닉을 운영하고, 개원 외과에서 충분히 시행 가능한 항문 관련 질환 수술, 충수염 수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기관별 역할의 문제, 특히 상급 종합병원의 어두운 그림자이고 동시에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들이다. 

의료전달체계는 합리적이어야 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인 의료인이나 정책자들에게나, 또한 환자들에게 물어보아도 모두 합리적이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의료인들이 생각하는 부조리한 것과 환자들이 생각하는 잘못된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고, 정책자들이 생각하는 오류는 또 다른 것일 것이다. 의료인은 효율성과 시스템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고, 환자들은 진료의 불편감에서 그 원인을 찾을 것이고, 정책자들은 비용과 방향성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다. 

이 세 가지 관점을 해결하는 정답은 없겠지만 모범답안은 만들 수 있으며, 세 가지 관점의 공통점, 즉 합리성과 공통 인식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의료전달체계의 목적이 종별간 진료 구축이므로 경증 질환은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중증은 그에 상응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해야 한다. 병의원의 모든 전문의들은 수련병원이라는 대형병원에서 경험을 쌓고 지식을 축적하지만, 여러 가지 규제에 의해 경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의료기관이 체감하는 규제는 삭감이나 실사, 그로 인한 환수 및 고발의 형태로 다가오고, 이는 결국 검사와 치료를 제한하는 제도권 의료(속칭 '심평의학')의 형태로 나타난다. 즉, 급여 기준에 대한 종별간 차별적 적용은 의원과 병원, 병원과 상종 간의 격차를 가져오게 되어 의료전달체계를 무력화시킨다.

동네 병의원에서 시행해도 되는 검사를 삭감과 환수의 두려움 때문에 상종으로 전원하는 것은 의료전달체계의 커다란 문제로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으며 접근성을 훼손하여 비용을 유발하고 불편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중소병원, 특히 300병상이하 중소병원 무용론을 주장하며 그 근거로 규모의 경제를 든다. 이런 주장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의료라는 특성과 단일 보험인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할 때 시장 친화적 규모의 경제는 잘못된 주장이다. 중소병원에 대한 규제와 어려움은 규모의 경제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런 시각을 폐기한다면 중소병원은 지금보다 더 나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근본적으로 자유경쟁이라는 시장 친화적인 자본주의적 단어이다. 규모의 경제는 원자재의 대규모 구입에 따른 비용 절감, 낮은 금리로 용이하게 융통할 수 있는 금융여건, 그리고 규모에 대한 수확증가라는 믿음에 기인한다. 그러나 규모에 대한 수확(returns to scale), 즉 생산에 필요한 모든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똑같은 비율로 증가시켰을 때 생산량이 증가하는 비율이 반드시 규모의 경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규모에 대한 수확불변(constant returns to scale) 혹은 규모에 대한 수확감소(decreasing returns to scale)처럼 규모의 非경제로 (dis- economies of scale)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의료를 지향하면서 자본 투자는 민간이, 관리와 수가는 정부가 통제하는 이중적 체계로 의료 시장이 국가 주도형 자연적 독점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과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겨지지 않았다는 점 등에서 규모의 경제를 적용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병상 규모가 일정 규모에 도달할 때까지 경제성을 가지지만 더 커지면 투자와 인력 구성면에서 비효율적인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로 의료에 있어서 무조건적 규모의 경제는 적절하지 않다.

중소병원이 느끼는 가장 어려운 점은 정책적 소외로 정부 시각이 중소병원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중소병원을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의원과 병원은 겨우 29병상을 기준으로 구분되지만 병원은 30병상에서 2000병상 이상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특히, 병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00병상 이하의 소형 병원은 내외산소, 이른바 메이저과를 다루지 않는 단과 전문 병원 형태로 운영되어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과는 전혀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보건 정책은 모든 병원을 동일하게 치수화하는 방법을 채택해왔으며 이로 인해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의 격차는 커져, 결과적으로 중소병원의 역할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감염관리 시행, 환자안전관리 인력배치, 의사1인당 일평균 환자수 및 간호사1인당 일평균 환자수 등의 적정성 평가는 규칙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규제를 강화하여 중소병원을 압박하는 예들이다. 

접근성 측면에서 상급종합병원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중소병원들이 지금까지 받쳐왔기 때문에, 의료전달체계 속에서 중소병원을 경원(敬遠)하는 정책을 벗어나 실질적 일원으로 받아들여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상종은 접근성에서 아직까지 높은 벽을 가지고 있으며, 예약을 한다 하더라도 하루에 진료를 완성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원스톱으로 쉽게 접근하여 치료 받을 수 있는 중소병원에 대한 일차 진료를 활성화 하는 것이 전달체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의 상당 부분은 대학병원을 포함한 상급 종합병원위주로 시행되고 상대적으로 중소병원을 압박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질관리 가산금, 안전관리 전담요원, 감염관리 전담인력 등에 대한 가산금등을 포함한 많은 정책들이 중소병원을 배제하고 있어 중소병원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원인이 결과를 낳고, 결과는 새로운 원인의 발단이 된다. 원인과 결과는 뒤바뀌기 일쑤이고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논하는 것처럼 무지한 자를 혹세무민하는 속임수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중소병원에 관련된 문제는 중소병원 자체에서 발생한 것인지,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것인지 선후 관계를 돌아보아야하지만, 중소병원에 씌워진 덫과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편리함 사이의 문제, 그리고 정부가 바라보는 의료 관리의 차원에서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절세(節稅)와 탈세(脫稅)는 본질적으로 동일하지만 전자는 선의(善意)를 후자는 악의(惡意)를 담고 있다. 300병상이하 중소병원 무용론, 규모의 경제 등의 논리는 이런 절세와 탈세를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의료라는 전체 틀에서 반드시 필요한 의료기관의 역할을 규모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절세로 포장하고 누군가는 탈세라는 덫을 씌우는 것과 같다. 중소병원의 존재이유가 절세인지 탈세인지는 정부의 시각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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