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겸 의무이사
[특집] 현행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관 기능의 현황 및 문제점(1)
올해는 새정부의 출범과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의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의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2022년 연중 특집 세션의 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선정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계간 의료정책포험>에 실린 특집 원고를 게재한다.
<글싣는 순서>
<시론1> 정글의 법칙만도 못한 의료전달체계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시론2>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정립
-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1. 의료전달체계에서 대학병원의 현황과 개선책
-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2. 중소병원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의무 부회장
3. 개원의 관점에서의 현행 의료전달체계
- 박준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겸 의무이사
4.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안되는 이유
- 이세라 서울특별시의사회 부회장
*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상 일차 의료는 보건복지부 고시 제2020-140호,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규정'에 따르면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1.간단하고 흔한 질병에 대한 외래진료 2.질병의 예방 및 상담 등 포괄적인 의료서비스 3.지역사회 주민의 건강 보호와 증진을 위한 건강관리 4.장기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로서 입원할 필요가 없는 환자의 진료 5.간단한 외과적 수술이나 처치 등 그 밖의 통원치료가 가능한 환자의 진료 6.다른 의원급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뢰받은 환자의 진료 7.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의 표준 업무에 부합하는 진료를 마친 후 회송 받은 환자의 진료를 의미한다.
2020년도 건강보험 통계연감에서 일차의료로 잠정적으로 볼 수 있는 기관별 외래 통계를 이용하여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이 크다(표 1).
하지만 환자는 아픈 곳을 바로 치료해주는 곳과, 세분화되고 종합적인 검사를 실시하는 병원으로 이분해서 의료를 인식하고 있다. 환자의 관점에서 약국, 한의원, 보건소 등 보건기관 및 병원급 기관의 외래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 앱은 일차의료 이용이 가능한 곳이다.
약국의 일차의료 규모는 생산 실적기준으로 보면 2019년도 3조 2245억원 정도이며,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일반약 매출은 2조 2957억원이다(표 2).
또한 의약분업 예외로 약국의 직접 조제 규모를 보면 50위 순위까지의 진료비는 약 65억원, 급여비는 39억원 정도 된다. 비록 규모는 적지만, 약국 1개소 당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한 일차의료 이용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보건기관은 의료비 총계로 보면 0.2% 비중 밖에 되지 않지만, '요양급여비용 청구방법, 심사청구서·명세서서식 및 작성요령'에 따르면 보건소에서 처방전을 발행 시 요양급여 비용총액 5320원, 본인부담금 500원, 물리치료시 각각 6820원, 1000원이다. 보건지소는 처방전 발행시 각각 4670원, 500원, 물리치료시 각각 6170원 1000원으로 의원급 의료 기관과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보건기관 1개소당으로 계산하면 보건지소와 보건소에 환자가 더 자주 내원하고 더 많은 요양일수를 차지하지만, 요양급여비는 낮은 현상을 보인다. 즉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있는 지역에서는 일차 의료가 보건기관위주로 재편된다(표 3).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보건소는 진료의 기능은 거의 없다(표 4).
한방의 일차의료내 규모 추산은, 건강보험 통계연보에서 질병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급여현황 전체와 한방 상위 10개 질병 코드로 비교해 간접적으로 추정해 보았다(표 5).
일차의료 중 한방은 거의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이며, 전체적으로 약 40% 정도 차지하지만, 약 2배 차이나는 의료기관 수를 고려하면, 일차진료 중 근골격질환내에서 한방의 이용률은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상급병원의 100대 경증질환자 진료비를 보면 일차의료 붕괴 및 의료 전달 체계의 왜곡현상을 뚜렷이 알 수 있다(그림 2).
하지만 심사평가원의 상급종합병원 경증질환자 의료이용 분석 및 효과평가 연구에 따르면 경증질환자 비중이 줄고 있다고 한다(그림 3). 진료비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은 연구 대상이 되는 경증 질환에 대한 업코딩(Upcoding)문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게다가 투약일수별 처방전 발행기관종별 원외처방전건수를 보면 상급 종합병원은 60일과 60일 이상 처방전이 50%를 넘고 있으며, 보건기관도 50%를 넘고 있다. 장기 처방은 단순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가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경증질환 통계에서 비중은 줄지만 진료비는 높을 수밖에 없다(그림 4, 표 6).
장기 처방은 의료의 질을 담보할 수 없으며, 고혈압과 당뇨병 적정성 평가 결과를 검토하면(표 7, 표 8), 보건기관의 비율도 높기 때문에 당연히 적정성 평가를 한다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에 경쟁적으로 분원 설립 예정이다. 또한, 경기 북부에서도 2019년도 의정부을지대병원(1000병상)이 개원했고, 2023년에는 동두천제생병원(200병상)과 남양주 현대병원(700병상)이 확장을 계획중으로 개원 시 주변 일차 의료 기관의 고사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표 9)
코로나19로 임시 허용된 원격의료 앱의 누적 진료가 2022년 1월 기준으로 352만 3451명으로 확대중이며 대부분 일차의료를 주 환자층으로 하고 있어 의원급 일차의료체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은 Babylon GP at Hand라는 프로그램으로 원격의료앱에서 무료로 환자와 의사를 연결해주고, eHUB(그림 5)로 지역별 환자전달체계를 구축중이다.
정리하자면, 의원급 일차 의료의 붕괴는 약국, 한방의료기관, 보건기관, 원격의료앱, 상급 종합 병원 외래 등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중복되는 일차 의료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은 보건기관의 진료 기능은 일차의료 기관으로 넘기고 보건기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중 외래 경증환자 구성비율 절대평가기준 '11%이하'를 더 강화하고 업코딩 문제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제정해야 한다.
의료 질평가까지 하면서도 실제로 광범위하게 진료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보건기관에 대한 평가는 외면 중인 현 상태에서 장기 처방에 대한 의료 질 평가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참고문헌>
[1] 데일리팜. 코로나의 그늘 작년 일반약 시장 주춤...거담제 급감 (dailypharm.com)
[2] 매경이코노미. 원격 진료 350만명 시대…규제 완화 목소리 높아졌다. 2022.02.05.(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2/1043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