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사회 2022 대의원 총회

영국의사회 2022 대의원 총회

  • 안덕선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전 고려의대 교수·의인문학교실)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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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업성·책무성·친절·대표성·존중 가치 바탕으로 행동

영국의사회의 정기 대의원총회(Annual Representative Meeting 2022)가 6월 하순에 대면, 비대면의 혼합된 형태로 진행됐다. 특이한 점은 영국의사회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회원 행동 원칙을 회의자료의 첫 장으로 구성한 점이다.

영국의사회에서 회원은 어떤 원칙에 의하여 행동해야 하는가를 크게 5가지 원칙으로 표현했다. be professional·be accountable·be kind·be representative·respect others의 5가지 구인(construct)을 영국의사의 구체적 행동 강령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말로 억지 번역을 하면 의사는 전문직업성·책무성·친절·대표성·존중의 가치를 바탕으로 행동할 것을 강조하며 대의원총회가 생산적이고 원활하게 진행 될 수 있도록 참가한 의사회원이 어떻게 행동하여야 할지를 직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2022 영국의사회 대의원총회는 80여 개가 넘는 안건에 대한 심의와 각종 산하단체의 보고, 그리고 새로운 안건에 대한 접수 등 광범위한 회의로 4일간 진행됐다.

영국 의사는 공무원은 아니나 영국의료시스템(National Health System)과 계약을 맺고 있는 의사이고 영국의사회는 공인된 전문직노조로 우리의 협회와는 구조가 다르다.

노조 소속인 회원이 BMA를 위한 업무로 자리를 비우거나 대의원총회에 참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노조 활동으로 근무 시간과 보상이 법으로 보호를 받는 활동이다. 주말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우리의 대의원총회와는 사정이 사뭇 달라 보인다. 

미국의사회, 영국의사회 모두 다양한 회원의 집합체가 제안한 의제를 바탕으로 이익단체인 의사회의 공식적인 Policy가 수립되고 있다. 광역·중·소 지역 단위의 의사회나 다양한 직역 그리고 학생으로 구성된 모든 말단 하부 조직이 Policy 생산에 참여한다.

2022 영국의사회 대의원총회는 자체적인 정관 규정 개정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여러 가지 동의안(motion)이 상정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이 내용에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명확한 동의안 11개는 별도의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가부로 일괄 처리를 했다.

토론을 거쳐 심의될 내용은 유사한 관련 내용끼리 묶어 내용에 관한 소주제 제목을 부여하고 안건별로 처리하고 있다. 

2022 영국의사회 대의원총회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동의안은 Covid19 사태 관련 동의안 들이었다. 의과대학생 연합회에서 상정된 내용은 일부 종교의 백신 관련 의학적 지식과 신뢰 부족으로 백신 접종 거부 사태를 보여 이에 대한 대처를 요구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NHS(영국의료제도)에 관해서는 코로나로 인한 대기 환자 증가에 따른 적정 인력의 배치 방안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민간 사립 의료로 외주가 가능한 예산배정을 요구했다. 심각한 의사의 소진과 사직에 대한 대처방안 수립을 요구하는 동의안도 상정됐다.

의사의 연금과 급여라는 소주제에서 현재 영국 의사 급여는 2008년과 비교해 소매물가지수 30%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5년 내 2007년 수준으로 환원을 요구하는 동의안이 채택됐다. 

과학·건강·사회(Science·Health·Society)의 소주제에서는 사회복지 관련 사안으로 부모의 신생아 입원에 대한 부모의 휴직과 이를 위한 전액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건강한 삶을 위한 정부 지원과 지난 5년간 평균수명 지체 현상에 대한 정부의 대처와 최고의 주거환경을 위해 정부의 지원 요구를 결의하는 동의안도 포함됐다.

의사와 환자의 안전(Safe Doctors and Safe Patients)이라는 소주제에서 환자나 환자 가족에 의한 폭력과 악성적인 불만 제기로 인해 의료인이 받는 심각한 상처에 대한 대처방안을 동의안으로 담고 있다. 즉 문제 인식 제고와 피해 의사에 대한 지원, 자기방어를 위한 교육 등을 골자로 한 내용이다. 

전문직자율규제와 영국의학협회(Profedssional Regualtion, Appraisal and General Medical Council)의 소주제는 영국의 최고전문의 콘퍼런스에서 발의된 것이다. 영국의 의사면허기구인 영국의학협회(GMC)가 의사의 진료 적절성(Fitness to practice) 판단에서 의료표준으로 명시된 Good Medical Practice에 대한 심각한 위배 사항에 집중하고 현재보다 개선된 조사 기간의 시간적 배려와 전체의사에 대한 본보기로 신분이 취약한 의사를 처벌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조사 자체가 주는 심리적 영향을 고려할 것과 자율규제에 관한 최종결정을 제삼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GMC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도 주문했다. 영국의사회(BMA)는 의사의 이익단체 공인 전문직노조로 법정 자율기구인 GMC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인 소주제로 상당히 많은 영국의사회 산하단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과 공개적 비난을 결의하는 동의안이 상정됐고 중국 정부의 위구르 신장 사태에 대한 인권유린 그리고 영국 정부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동의안도 상정됐다. 영국의사회가 이익단체이기는 하나 단체적 전문직업성이 추구하는 초월적 가치 추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의학교육에 관한 소주제에서 전공의단체는 전공의 계약 관련 보고서에 교육자에게 유리한 보고를 하는 보고자의 경질을 요구했다. 인턴교육(Foundation Program)에서 순환근무에 대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지역에 대한 시정과 형평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한 인턴 순환 원칙과 이미 공지된 순환의 변경은 인턴의 동의가 있어야 변경 가능한 결의를 동의안으로 회의에 부쳤다.

의과대학 졸업자는 반드시 인턴과정을 보장받아 교육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라는 결의와 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의학교육의 수준 변화를 우려하고 이웃 유럽국가들과 표준화 유지할 것과 NHS가 독점하는 전공의교육을 민간 사립 의료기관도 가능하도록 요구했다.

이것은 NHS의 민간 사립의료기관 외주에 따른 전공의교육의 기회 상실을 우려해 제안된 동의안으로 보인다. 매우 진보적 요구로 의과대학과 전공의교육에서 전일제가 아닌 시간제(part time)교육도 개설하라고 요청했다. 

지면 제약으로 모든 의제를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통상적으로 약 100개 전후의 의제를 4일간 소화해 내는 BMA의 대의원총회의 단체적 역량이 솔직히 부럽기도 하다.

의학과 의료의 발달을 과학과 기술의 진보로 국한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의학과 의료가 갖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자산의 획득을 위한 우리 의료계의 단체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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