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방문진료? "의사가 진료실 닫고, 나갈 수 있게 해줘야"

인터뷰 방문진료? "의사가 진료실 닫고, 나갈 수 있게 해줘야"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7.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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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재 원장 "웰다잉 시대 속 역할 부각…커뮤니티케어도 의사가 지휘해야"
'기회 비용'까지 고려한 수가 현실화·시스템 정비 필요

장현재 원장(<span class='searchWord'>파티마의원</span>, 서울·노원구)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장현재 원장(파티마의원, 서울·노원구)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열은 몇도 정도인가요? 혹시 으실으실 몸을 떨진 않나요?…열이 39도나 된다구요? 코로나19일 수 있으니 일단 키트가 있다면 검사부터 해보세요"

장현재 원장(파티마의원, 서울·노원구)과의 인터뷰는 순탄치 않았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던 점심시간 동안만 환자 가족, 사회복지사들의 전화가 10통 가까이 이어졌다. 모두 방문 진료를 이용 중인 환자 1명과 관련한 통화였다.

"보셨죠? 1명의 환자에 대해 환자 가족들, 방문 나간 사회복지사·간호사들까지 전화를 엄청나게 해야 합니다…현재 시스템 안에서는 마음이 많이 열려있는 의사가 아니면 (방문진료에)참여할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통계청 2021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한 진료 문제 역시 더욱 부각됐다. 이러한 필요성 속에서 '비대면 진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제1 근거로,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오랜 기조다. 이에 의사가 직접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찾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부터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3차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의료기관 모집을 진행, 오는 7월 18일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전국 300여 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실제 방문진료를 하는 기관은 이보다 더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장현재 원장은 방문진료 시범사업과 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되기 전부터 방문진료를 해 오고 있다. 긴 시간 동안 해 온 이력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왕진 의사'라는 타이틀이 붙곤 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방문진료의 필요성과 함께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견을 단숨에 풀어냈다.

"IMF 시기에 개원하면서부터 방문진료를 시작했다. 당시부터 고령화 사회가 심화할 것을 예측하는 자료가 많았다.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 내왔다. 국가 역시 이를 대비한 장기요양보험을 시작했다. 이후 더 활발한 방문진료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방문진료 수가는 2022년 기준으로 방문진료료 I (IA001)는 12만 4280원, 방문진료료 II (IA002)는 8만 6460원이다. 여기서 별도행위료는 방문진료료 II만 산정할 수 있다. 방문진료료 I 의 경우, 행위료, 치료재료나 약제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가로는 의사들의 참여율을 끌어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의사가 1명의 방문진료 환자를 보기 위해선 진료실을 나와 환자의 집까지 찾아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드는 비용은 교통비나 진료비, 치료재료 외에도 진료실에서 외래 환자를 볼 수 있었던 '기회비용'도 발생한다.

"솔직히 수입으로만 본다면 외래진료 환자가 더 중요하다. 방문진료를 위해서는 항상 이른바 '스탠바이'를 해야 한다. 나의 경우, 부원장이 있어 외래 환자를 맡기고 나갈 수 있다. 1인 의사만 있는 경우에는 일정 시간을 정해놓는 방법이 있겠지만, 정말 어렵다고 본다"

"의사가 바로 현장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돼야"

장현재 원장이 운영 중인 파티마재가복지센터(방문진료센터)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장현재 원장이 운영 중인 파티마재가복지센터(방문진료센터)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수가 외에도 의사가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현재 원장의 경우,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방문진료센터(재가복지센터)를 함께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체계화된 시스템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문진료센터는 장 원장의 지휘 아래 사회복지사, 방문간호사, 요양보호사들이 팀으로 함께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가 전달한 정보를 통해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가 방문하는 방식이다.

"제도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방문 진료를 가기 전 환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해야 한다. 또 집을 찾아가는 일 자체가 어렵다. 이런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다 마련해야 한다. 의사가 언제든 참여하기 쉽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웰다잉 시대 속 방문진료 의사 역할 부각…"커뮤니티케어 역시 의사가 지휘해야"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불었던 '웰빙' 열풍을 지나 최근에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존엄한 죽음', '행복한 죽음'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지난 2018년도에는 '연명치료중단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2020년부터 시작한 시범 수가운영 기간을 거쳐 올해부터는 정규 수가로 편입했다. 

제도 시행 4년간 연명의료 중단까지 이행된 사례는 19만 7547건. 특히 2021년 이행 건수는 5만 6511건으로 의료기관 내 사망자 중 24.9%에 해당한다.

더불어 삶의 마지막을 병원이 아닌 가족의 품속에서 보내는 일에 대한 요구도 올라가는 추세다. 최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임종을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던 비극을 겪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죽음'에 대한 관심 역시 상승했다. 이러한 과정을 가능토록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방문진료 의사다.

"대부분 임종 직전 입원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기간은 상당히 힘들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추후 초고령사회 진입 시에는 병상 부족 문제도 있을 거다. 하지만 의사, 요양보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함께 도와준다면 평생 살던 집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다. 급성기 등 환자가 필요로 할 때만 내원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간호법과 관련해, 이슈가 됐던 '커뮤니티케어'에 대해서도 결국엔 의사의 역할이 방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진단부터 약 처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사가 없다면 이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는 것.

실제 영국과 일본 초기 커뮤니티케어 모델에서도 '의료'를 배제한 채 중앙정부 주도형 복지 정책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의사가 행하는 케어다. 특히 일차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예방접종이나 진단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봤을 때, 의사의 책임감을 느꼈을 거라고 본다. 의사 주도하에 만드는 모델이 가장 정확하고, 경쟁력 있다. 특히 고령화될수록 환자들은 대부분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환자들에 대한 종합적 대처를 바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바로 의사다"

장 원장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며 의사들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 참여를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부도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줘야겠지만 의사들 역시 발로 뛰는 적극적인 참여를 보여줘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경우, 누군가는 치료해야 한다. 결국엔 의사들 역시 움직여줘야 한다고 본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이러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짐을 나눠 든다는 열린 마음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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