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 연구보고서 발간
직장인 대비 우울증 의심군 비율 높아…20대·30대·개원의 위험 두드러져
개인적·구조적 개입 모두 필요…번 아웃 해결 최적 방법론 연구 이어져야
의사들의 정신건강은 직무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진료 질 저하, 환자 대기 시간 증가, 진료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 문제에 머무르지 않는다. 게다가 주의력·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비롯되는 각종 사고는 의료 과실을 초래할 수 있어, 환자 건강에 직·간접적 위해는 물론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지게 된다. 의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까닭이다.
의사들의 정신건강이 심상찮다.
전반적으로 일반 직장인 대비 우울 고위험군 비율이 높았으며, 대부분 전공의나 임상강사인 20대, 개원의, 봉직의 비중이 높은 30대 등에서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특히 20대 의사들은 수면, 낮은 통제감, 식습관, 번아웃 빈도, 주당 근로시간 등에서 다른 연령대 의사들에 비해 많은 문제들을 겪고 있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의사의 정신건강 관리 모형>(-대한민국 의사의 정신건강 현황을 토대로-)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의사들의 정신건강이 일반 인구에 비해 나쁜 상태로 알려져 있지만, 전반적 현황과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파악하고 정신건강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론에 다가서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는 모두 343명(남 217명·여 126명)의 의사가 참여했다. 40대(158명·46.1%)가 가장 많았으며, 30대(87명·25.4%), 50대(60명·17.5%), 60대(19명·5.5%), 20대(14명·4.1%), 70대 이상(5명·1.5%) 등이었다. 직역별로는 개원의(146명·42.6%)·봉직의(111명·32.4%), 교수(49명·14.3%), 전공의(11명·3.2%), 임상강사(5명·1.5%), 보건기관(3명·0.9%) 순이었다.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20대는 높은 직무 요구, 직장문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으며, 30대는 관계 갈등, 직무 불안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로 겪었다. 40∼50대는 매너리즘이 가장 높았다.
마음자산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마음 자산은 우울·불안·수면장애 등 스트레스 반응으로 표현되는 마음건강 저하가 일어날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긍정적 요인들을 이른다. 이번 연구에서는 '통제감', '열정', '끈기', '사회적 지지' 등을 평가했다.
마음 자산 평가결과 대부분 영역에서는 직장인 보다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사회적 지지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 스트레스 중에서는 '관계 갈등'이 가장 높았으며, '직무 요구'가 뒤를 이었다. 관계 갈등의 경우 연령에 따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개원의는 연령에 관계 없이 관계 갈등이 높았다. 혼자 진료와 의원 운영을 감당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20대·40대는 직무요구 스트레스가 높았고, 20대는 직장문화 스트레스도 함께 겪고 있었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보고서는 개인적 차원의 개입과 구조적 차원의 개입 모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먼저 개인적 차원의 접근으로는 스스로의 정신 건강에 대해 전문가적 자세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20대에서 주요 직장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힌 직장문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개인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마음자산 중 부족한 영역으로 나타난 '사회적 지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의료업무 외에 대인관계를 늘리고, 매너리즘 해소를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동아리 활동, 문화행사 참여 등을 모색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구조적 차원의 개입은 예방이 중점이다. 1차 예방으로 기본적인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교육, 연령별·직역별로 두드러진 스트레스 요인 완화 방법 도입, 2차 예방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통한 선별검사 유도, 치료적 개입 활성화를 위한 익명성 보장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전공의특별법과 같이 전임의 등의 연속 근무시간 및 휴게시간 권고 규정 마련, 익명성 보장 치료 창구 개설, 정신건강 검진 시행, 정신건강 관련 교육 연수평점에 포함 등이 제안됐다.
이번 연구 책임자인 조성준 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국내 의사들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의 개입과 조직적 차원의 개입이 모두 필요하며, 이런 개입이 이뤄졌을 때 각 개입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의 크기도 규명돼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소진 등 정신건강 문제 개입에 대한 최적의 방법론을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의사의 정신건강은 의사 개인만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