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메가펀드 조성·민간 자금 유치·해외 자금 확충 모색 제안
"신약 개발 완주하려면 정부·민간·해외 자본 활용해야" 강조
신민식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 발표
국내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이른바 다국적 '빅파마'에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받는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신약개발 전 과정을 완주하려면 공적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등 특단의 자본 확충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신민식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정책보고서에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자본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기고를 통해 3가지 자본 확충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대규모 메가펀드 조성을 꼽았다.
신 본부장은 "바이오·의료 부문의 신규 벤처투자 건수는 2021년 약 1조6770억원으로 5년 전보다 4.4배 늘었으나, 벤처투자 자금의 활용은 대체로 초기 임상단계 진입에 그치고 있다"면서 "정부 등이 대규모 바이오 전문 메가펀드 신설을 통해 후기 임상시험 자금을 학보해 자금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미 올초 윤석열 정부에 바이오 산업 메가 펀드 조성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정부는 현재 범부처 메가 펀드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다방면의 민간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라고도 제안했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민간 부문의 R&D 투자 비중은 2015년 45%에서 2019년 약 52%까지 증가했다.
신약 전 과정 완주와 이에 필요한 민간 자본 조달을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과 대형 제약사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앤테크를 꼽았다.
2008년 터키 출신 독일 이민자인 우그르 사힌과 외즐렘 튀레지 부부가 창업한 바이오앤테크는 10여년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18년 미국 화이자와 mRNA기반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연구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현재 거대 바이오 회사로 거듭났다.
이 사례에서 신 본부장은 ▲대형제약사의 소규모 바이오 회사에 지분투자를 통한 협업과 잠재적 M&A 초석 마련 ▲바이오회사와 연구협업을 통한 지분희석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희석화(Non-dilutive) 자금조달 ▲연구협업을 통한 인적 물적 자원 공유 및 이로 인한 효율적이고 빠른 의약품 개발 등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국내 민간 자본 분 아니라 해외 자금 확충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의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유럽 신약 허가와 중국 임상 시험을 위해 해외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자본을 확충, 신약 가치를 최대화한 사례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2019년 2월 아벨 테라퓨틱스와 엑스코프리의 5억3000만달러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아벨의 지분 12%도 취득했다.
아벨은 대형 제약사가 아니라 노바퀘스트, LSP 등 글로벌 투자사들이 함께 설립한 신약개발사였는데, 당시 다수의 글로벌투자사로부터 1000억원 이상의 해외 자본을 조달해 유럽 신약허가 취득의 밑거름이 됐다.
신 본부장은 "최근 해외 벤처캐피탈 회사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력에 관심이 늘고 있어, 한정된 국내 자본을 보충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큰 기회가 왔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