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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폐업 후 새로 개원한 병원 업무정지처분 승계?
법률칼럼 폐업 후 새로 개원한 병원 업무정지처분 승계?
  •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7.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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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폐업한 병원에서 있었던 부당청구 문제로 폐업 후 새롭게 개원한 병원에 업무정지처분이 나올 수도 있을까. 이른바 행정처분의 승계 문제이다. 

업무정지처분의 승계 문제는 개별 사안마다 다양한 분석이 필요해 즉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인데, 최근 대법원에서 업무정지처분의 성격에 대해 입장을 밝힌 두 사례가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A의사(원고)는 서울 용산구에 병원을 개원했다가 2014년 5월 경 폐업했고, 두 달 뒤에 세종시에 신규로 병원을 개원했다.

A의사가 과거 폐업한 병원에서 원외처방전을 발급한 것이 문제가 되어, 보건복지부는 2017년 5월에 신규 병원에 대한 10일의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A의사는 신규 개원한 병원에 업무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1심, 2심, 3심 모두 A의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받아 들여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했다.

대법원은 업무정지처분의 성격이 대물적 제재이고, 법 규정상 위반행위 당시 요양기관에 대해서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판결 이유를 살펴보자면,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처분을 '그 요양기관'에 대해서 할 수 있다고 하여 처분 대상을 위반행위 당시의 요양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요양기관은 요양기관 개설자(의사)와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점, 요양기관 개설신고는 대물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처분이 승계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나, 업무정지처분 절차가 진행되기 이전에 이미 폐업한 요양기관에서 발생한 위반행위를 이유로 신규 개설된 요양기관에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고 본 것이다(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0두39365 판결). 

두 번째 사례를 살펴보자. B의사는 2014년 9월부터 병원을 운영하다가 2018년 5월 종전 병원을 폐업하고, 2018년 10월 신규로 병원을 개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월에 종전 병원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했는데 B의사는 현지조사를 거부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3월에 B의사의 현지조사 거부를 사유로 신규 개원한 병원에 대한 1년의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1심과 2심에서는 업무정지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B의사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첫 번째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 주효했다. 

대법원은 이 사례에도 앞서 나온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대물적 처분의 성격이 있는 업무정지처분을 신규개원한 병원에 대해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2두30546 판결). 

이처럼 최근 대법원 입장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처분은 의사 개인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요양기관에 대한 것으로서 대물적 성격을 가지므로, 요양기관이 폐업한 때에는 그 요양기관은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그 처분대상도 없어졌기 때문에, 그 요양기관 및 폐업 후 그 요양기관의 개설자가 새로 개설한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폐업한 병원에서 있었던 부당청구를 사유로 신규로 개원한 병원에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처분이 예외적으로 승계될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위 사례들을 일반화할 수는 없고, 사안마다 면밀한 검토를 요한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업무정지처분이 확정된 후 요양기관 양수인, 업무정지처분 절차 진행 중 요양기관 양수인에게 제재사유의 승계를 정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판례들은 모두 폐업 당시 업무정지처분의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업무정지처분을 확정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아니다. 

그리고 의료법에 자격정지처분, 즉 대인적 제재처분이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에서는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경우를 의료인 자격정지처분 사유로 정하고 있고, 개설자인 의료인이 자격정지가 된 기간에는 의료기관이 의료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현지조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 의료법, 의료급여법에 따라 여러 행정처분이 나올 수 있다. 처분의 취지와 성격도 다르며, 승계 문제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점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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