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동아일보 "정부 책임" 부각 vs 한겨레·경향신문 "의사협회 비윤리적 행위" 비판
찬반 논쟁 보도, 공중 혼란·보건의료 발전 저해...근본 원인·대안 전달 언론 역할 다해야
2020년 의사파업 당시 보수 매체는 주로 '원인 제공 프레임'을 통해 정부의 책임을 부각한 반면, 진보 매체는 '공공성·도덕성 평가 프레임'을 통해 대한의사협회의 비윤리적 행위를 비판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동덕여자대학교 김나연(보건관리학과 석사)·정민수(보건관리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한 <보건사회연구> 제42권 제2호에 발표한 '2020년 의사파업에 대한 언론보도와 미디어 프레임 분석'을 통해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의료정책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찬반 논쟁을 이어가거나 특정 측면을 확대·재생산할 경우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공중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과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연·정민수 연구팀은 "언론은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공중에게 객관적이고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공공의료정책을 둘러싼 의제 설정과 갈등 관리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 분석 대상 매체는 2019년 발행부수·유료구독자수 상위 10위 매체 중 보수 성향을 띠는 조선일보·동아일보와 진보 성향인 한겨레·경향신문을 선정했다.
분석 기간은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언급한 2020년 6월 28일부터 정부와 합의를 체결한 2020년 9월 4일까지로 정했다. 분석 대상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검색 서비스(BIGKINDS)를 이용, '의사파업'으로 검색한 493건.
493건 신문기사는 정량적인 방식으로 기사·취재·정보원 유형과 내용을 분석했으며, 사설 24건은 정성적인 프레임 분석을 실시했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전문가가 참여, 확인 절차와 상호교차 검증도 진행했다.
2020년 의사파업 기사 유형은 사건 중심 보도 84.4%(416건), 주제 중심 보도 15.6%(77건)로 집계, 단순한 정보 위주의 보도 경향을 보였다.
취재 유형은 직접 취재 74.2%(366건), 간접 취재 16.2%(80건), 직간접 취재 9.5%(47건)으로 집계, 주로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얻는 보도 방식을 취했다.
정보원 유형으로는 의사협회를 정보원으로 활용한 기사가 32.0%(158건)로 가장 많았고, 정부 25.6%(126건), 학계 등 18.7%(92건), 정당 17.0%(84건), 국민 6.7%(33건)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념 성향에 따른 보도 양상도 살펴봤다.
기사 유형은 보수 매체는 사건 중심 보도 89.4%(303건), 주제 중심 보도 10.6%(36건)로 집계됐으며, 진보 매체는 사건 중심 보도 73.4%(113건), 주제 중심 보도 26.6%(41건)로 나타나 진보 매체에서 주제 중심 보도 경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취재 유형은 보수 매체는 직접 취재 69.6%(236건), 간접 취재 20.6%(70건), 직간접 취재 9.7%(33건)로 나타났으며, 진보 매체는 직접 취재 84.4%(130건), 간접 취재 6.5%(10건), 직간접 취재 9.1%(14건)로 조사됐다. 모든 매체에서 직접 취재의 비율이 높았지만 보수 매체는 상대적으로 간접 취재를 더 많이 활용했다.
정보원 유형은 보수 매체는 의사협회가 36.9%(125건)로 가장 많았고, 정부 28.0%(95건), 정당 18.6%(63건), 학계 등 13.9%(47건), 국민 2.7%(9건)으로 나타났다. 진보 매체는 학계 등이 29.2%(45건)로 가장 많았고 의사협회 21.4%(33건), 정부 20.1%(31건), 국민 15.6%(24건), 정당 13.6%(21건) 순으로 조사됐다. 보수 매체는 상대적으로 의사협회를, 진보 매체는 학계와 국민을 정보원으로 더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체의 이념 성향에 따라 사설에서 쓰인 프레임을 비교한 결과, 보수 매체는 17건 중 원인 제공 프레임이 35.3%(6건)으로 가장 많았고 갈등 프레임 29.4%(5건), 국민 불편 프레임과 합의 프레임이 각 17.6%(3건)로 집계됐다.
반면 진보 매체는 52건 중 갈등 프레임이 23.1%(12건)로 가장 많았고 공공성 프레임 21.2%(11건), 합의 프레임 19.2%(10건), 도덕성 평가 프레임과 국민 불편 프레임 15.4%(8건), 원인 제공 프레임이 5.8%(3건)로 조사됐다. 보수 매체는 상대적으로 원인 제공 프레임 비중이 높았고, 진보 매체는 공공성 프레임과 도덕성 평가 프레임 비중이 높았다.
갈등 프레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공의료 정책에 반발해 의사협회가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모습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시각을 비쳤다.
의사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불편을 겪는 국민들에 초점을 맞춘 국민 불편 프레임 역시 보수·진보 모든 매체에서 제기했다. 다만 보수 매체는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정부와 의사협회의 계속되는 갈등이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점을 상대적으로 강조한 반면, 진보 매체는 의사파업이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부각했다.
보수 매체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의사단체와의 협의 부재에 무게를 실었다. 파업에 대한 정부의 법적 대응을 비판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정책을 시행하려는 정부의 책임 문제를 프레이밍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진보 매체는 공공성 프레임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의 강화와 의료 인력의 증원이 필요하며, 이해당사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도덕성 평가 프레임을 통해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감염병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 확충이 중요해진 상황임에도 이에 대항해 파업을 강행하는 의사협회의 모습은 직업 윤리 측면에서 비도덕적인 행위임을 부각했다.
연구팀은 "언론이 쟁점의 조정자로서 역할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이념 지향성에 따라 정책의 논리를 옹호하거나 합리적인 근거보다는 감정이나 도덕에 기반하여 찬반논쟁을 이어가고 사회적 현실에 대해 과장이나 왜곡된 프레임을 구축한다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어렵고, 이슈에 대한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면서 "정보 전달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언론이 그들의 이념적 지향에만 고립되거나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면 갈등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며 보건의료체계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갈등은 이해당사자들의 나눠먹기식 합의로 귀결되거나 점증주의식 해법으로 결론이 나서 국민은 다시 소외되고 보건의료체계의 모순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 연구팀은 "언론은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지 공중에게 객관적이고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공공의료정책을 둘러싼 의제 설정과 갈등 관리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