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과 길, 선택지 제시하는 선배와의 조우... 가장 큰 소득
<의협신문>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의대생을 대상으로 명예기자제를 운영했습니다. 이들 학생 명예기자들은 법조인, 소설가, 영화감독, 경제학자, 출판기획자, 환경운동가, 헬스케어 전문가, 기업가, 국제구호활동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 의사, 그리고 음악, 스포츠, 요리 등 의사들의 다양한 취미활동을 직접 취재해 기사화하면서 <의협신문>의 콘텐츠 다양성에 기여했습니다.
이들 명예기자들은 코로나 19 상황으로 대면 활동의 기회가 줄면서 첫 기획의 목표를 100% 달성하기는 힘들었지만 선배 의사들을 취재하면서 의료 현실을 체험하고, 진로에 대한 탐색과 의사로서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 기회를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1기 명예기자 12명은 모두 29편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 인터넷 의협신문 <백인백색>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1기 명예기자로 활약한 박기정 명예기자(가톨릭관동의대)가 1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느낀 소감과 아쉬었던 점 등을 자문자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같은 학교에서 함께 활동했던 명예기자들의 의견도 보탰습니다. 1기 명예기자의 생생한 소감은 2기 명예기자 운영에 넉넉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취재 때 만난 선배 의사 처럼 성취하려면 내 분야 사랑하고 정진해야죠"
# 1년간 명예기자로 활동한 소감?
매일 쏟아지는 영상 자료와 뉴스에 밀려 입지가 많이 좁아졌지만, 한 때 모든 사람들이 신문기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고 가장 간단하게 직조할 수 있는 형태일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신문기사를 중요한 일상처럼 구독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매일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들을 무심하게 제목과 사진만 보고 넘기는 것이 습관이 된 현대인의 모습은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1년간 <의협신문> 명예기자 활동을 하며 기사 한 편을 작성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명예기자 모두가 과제, 시험 등의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글을 써 봤을 것입니다. 비록 포털 대문 주요 기사는 아니지만 내 이름으로 기사 한 편이 올라가는 경험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독자 대부분이 무심하게 넘길 것을 알면서도 한 자 한 줄을 고민없이 써 내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평생을 학생으로 살아왔던 저는 평생 처음 색다른 책임감을 느끼며 더 좋은 기사를 써내고 싶어 노력하는 자세를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 책임감을 되새기며, 앞으로 잘 쓴 기사들을 보면 한 번 더 눈길이 갈 것 같습니다. 또 무슨 일을 하던 이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부심과 책임감을 잃지 않고 내 분야를 사랑하고 정진해야 '백인백색' 기획을 쓰며 만나 뵀던 선배님들과 같이 어떤 분야에서 존경받을 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좋았던 점?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은 인터뷰를 명분으로 의사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길을 가는 선배님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선배들이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미래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해주는 모범답안들을 접할 다시없는 기회였습니다. 자신만의 선택지를 만들고, 그 선택지가 본인 하기에 따라 오답이 될 수도 있고 정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 다양한 형태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매번 조금씩 다른 느낌이었던 인터뷰를 글로 녹이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많이 발전했습니다. 매번 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 같지만 어디서도 얻기 어려운 배움을 얻은 활동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
개인적으로는 의과대학 특성상 예과생이거나 휴학을 했거나 방학이 아닌 이상 자유시간이 상당히 제한적이기에, 좀 더 많은 인터뷰를 하거나 시간을 더 들여야 하는 색다른 프로젝트를 할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예과 때 참여했다면 더 열심히 활동하고 더 많이 배웠을 것 같습니다. 동일한 이유와 코로나 상황 때문에 명예기자들끼리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 개선하면 좋을 것들?
앞으로 명예기자 운영시에는 명예기자들끼리도 교류의 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타 의대와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처럼 함께 활동하며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에서 고충과 경험을 나누는 교류의 장이 있으면 명예기자에도, 더 나아가 길고 고단한 의대 생활에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또, 기자들의 조언을 듣고 기사 작성 노하우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먼저 활동했던 선배 명예기자들과 교류하고 서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기 명예기자 때는 임상 실습처럼 기자들과 동행해 취재를 참관하고 같은 내용으로 기사를 쓴 후 피드백을 받거나, 게시가 꼭 되지 않더라도 칼럼이나 사설과 같은 글을 근거를 찾아서 작성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동료 명예기자들은 [백인백색]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의협신문> 독자 분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의과대학 생활'(가칭)이나, 한두 가지 주제에 대해 명예 기자들이 사설·논평 등을 작성해 보고, '의사'외의 다른 의료인이나 의료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을 취재할 수 있는 기회도 좋을 거라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