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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골든타임'…병원전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뇌졸중 '골든타임'…병원전단계 환자이송에 달렸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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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체계-뇌졸중센터 네트워크 구축…환자 상태 의료진에 즉시 전달
턱없이 낮은 수가 '뇌졸중집중치료실' 확대 걸림돌…전문인력 부족 과제
초고령사회 진입 앞두고 70개 중진료권 기반 뇌혈관질환센터 확보 시급

"뇌졸중 진료는 환자를 확인한 현장부터 의료기관 치료까지 연계돼야 하고, 24시간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해야 한다."

최근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원내에서 발생한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와 관련된 의료제도 및 의료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함께 시선을 넓혀 국내 뇌졸중 치료 전반에 대해서도 촘촘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간호사의 사망원인은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지주막하출혈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는 대부분 흔히 뇌경색으로 불리는 허혈성 뇌졸중(76.3%)이며, 출혈성 뇌졸중으로 뇌내출혈(14.5%)·지주막하출혈(8.9%) 등이 있다. 

뇌혈관질환은 암·심장질환·폐렴 등에 이어 국내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해마다 환자 수와 진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도 뇌졸중 환자의 78%가 60세 이상이며,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20%) 진입을 앞두고 갈수록 사회·경제적 부담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뇌졸중 치료는 시간이 생명이다. 그만큼 병원 전 단계에서 뇌졸중을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이 중요하다.  

'119 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지침'에는 ▲급성 뇌졸중이 의심될 경우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 ▲병원 전 뇌졸중 선별검사가 양성인 경우 즉각적인 혈전용해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 등이 규정돼 있다. 

문제는 모든 지역응급의료센터가 뇌졸중센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올해 5월 기준 215곳의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있지만 대한뇌졸중학회가 인증한 뇌졸중센터는 70곳에 그친다.

사전에 뇌졸중 치료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또 다른 병원을 찾아 전전해야 한다. 

구급대원과 뇌졸중센터와의 연계체계가 미흡하고, 뇌졸중 사전고지 내용도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17%는 처음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간 이내 전원해서 치료받는 상황이다. 

뇌졸중 자원 관리를 통한 병원 간 이동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IT 기술을 활용해 전국 뇌졸중센터의 의료진·입원 현황 등이 실시간으로 파악하게 되면, 사망이나 후유장애를 줄이고 병원 전단계로의 회복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료: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회]
[자료: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회]

대한뇌졸중학회는 지난 2018년부터 뇌졸중센터 인증 사업을 통해 재관류치료 뇌졸중센터및 일반 뇌졸중센터를 인증하고 있다. 

재관류치료는 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뇌졸중학회는 전국적으로 뇌졸중센터 숫자가 100개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뇌졸중센터의 지역 불균형도 해결해야 한다. 현재 뇌졸중센터의 57.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 불균형의 원인은 우선 전문인력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신경과 전문의도, 전공의도 부족하다. 이렇다보니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뇌졸중 전문인력이 없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전공의 증원도 필요하다. 2021년 기준 신경과 전공의 정원은 82명이다. 뇌졸중센터 100곳을 기준으로 당직체계를 감안하면 센터당 최소 2명이 필요하고, 적어도 200명은 돼야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다. 

저수가 문제도 있다.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는 턱없이 낮다. 

지난 2017년 신설된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는 전담의사(2만 7730원), 상급종합병원 입원료(15만 5720원)·종합병원 입원료(13만 3320원) 등이다. 

일반 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수가(16만 710원)보다 낮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일반 중환자실 수가의 절반 수준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월 29일 공개한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급성기 뇌졸중 진료를 시행하는 233곳 가운데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춘 곳은 42.5%에 그쳤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은 중환자실과 비슷한 환자모니터링 설비와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의 24시간 진료가 필요하지만 낮은 수가 때문에 병원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시설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간호사의 경우도 해당 병원에서 뇌동맥류 클립결찰술(클립핑) 전문 의사를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것은 저수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클립핑은 개두술로 신경외과 영역에서도 고난이도 수술이어서 외국에서는 높은 수가를 인정받지만, 국내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위험도가 높고 예후도 좋지 않은데다 수가마저 낮으니 의사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뇌졸중 환자 급증은 예견된 미래다. 초고령사회가 마주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뇌졸중 치료 시스템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대한뇌졸중학회는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시스템 강화를 먼저 꼽았다. 

119 구급체계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뇌졸중 의심 환자의 경우 즉시 뇌졸중센터 및 뇌졸중 전문의와 연결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센터 구축도 필요하다. 

70개 중진료권 기반 뇌혈관질환센터를 확보하고,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 

응급의료수가·응급행위수가 등과 같은 뇌졸중진료 수가 산정도 시급하다. 법·제도적 뒷받침을 통한 뇌졸중센터 확대와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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