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원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 공개
전문인력 평가 '신경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 상근'…상종 100% 만점
증상 후 응급실 골든타임 '3시간'…현실은 '3시간 51분'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병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체 의료기관에서 증상 후 응급실에 도착하는 시간의 중앙값이 골든타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지난 7월 29일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중 서울권에서 1등급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30곳이며, 경기권 34곳, 경상권 32곳, 충청권 16곳, 전라권 14곳, 제주 4곳, 강원 2곳 등이다.
뇌졸중(腦卒中)은 뇌기능의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급속히 발생한 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일컫는다.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 파열로 인해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돼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으로 구분하고 있다.
9차 평가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증상 발생 후 7일 이내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진료한 233기관(상급종합병원 44기관, 종합병원 189기관)이 대상이다.
평가 결과 종합점수 평균은 8차 평가 대비 1.13점이 감소했지만 91.32점으로 전반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은 99.67점으로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 종합병원은 89.37점으로 지난 평가 대비 1.43점이 하락했다.
종합점수에 따른 등급은 1등급은 132곳으로 56.7%였다. 이중 서울권이 30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등급 의료기관이 분포했다. 경기권은 34곳(59.6%), 강원권은 2곳(22.2%), 충청권은 16곳(53.3%), 전라권은 14곳(41.2%), 경상권은 32곳(55.2%), 제주권은 4곳(66.7%)에서 1등급 평가를 받았다.
평가는 어떤 기준을 통해 이뤄졌을까.
평가지표는 ▲전문인력 구성여부 ▲Stroke Unit 운영 여부 ▲뇌영상검사 실시율(1시간이내) ▲정맥내 혈전용해제(t-PA) 투여율(60분이내) ▲조기재활 평가율(5일이내) ▲연하장애 선별검사 실시율(첫 식이전) ▲항혈전제 퇴원처방률 ▲항응고제 퇴원처방률(심방세동 환자) ▲입원 중 폐렴 발생률(출혈성 뇌졸중)의 9개다.
이중 주목할 지표는 '전문인력 구성여부'. 의료계는 이번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건에 대해 '필수의료 종사 의료 인력의 부족'이 초래한 비극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당 사례에서 필요했던 수술은 '클립핑'이었다. 이는 신경외과 영역에서도 고난이도 수술로, 위험도가 높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제는 뇌혈관 분야 수가가 낮아 병원 경영진은 적자를 이유로 채용을 꺼린다는 것. 의사들 역시 1년 내내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강도 높은 근무와 의료사고 위험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 탓에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수도권 대형병원 조차 적정 인력을 고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외과 계열을 비롯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수가 체계를 개선하고, 의료사고와 의료분쟁으로 인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지원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심평원 평가에서는 '뇌졸중 치료를 담당하는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3개과 전문의 상근 여부'만을 기준으로 했다. 이에 전체 기관의 72.5%가 동 영역에서 만점(A, 100점)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모두 100% 만점 평가를 받았다.
증상 후 응급실 골든타임 '3시간'…현실은 '3시간 51분'
뇌혈관 질환은 2020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4위로 사망률 및 장애 발생률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질환 특성상 증상 발생 이후 골든타임(3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심평원 평가 결과, 우리나라 뇌졸중 증상 발생 후 응급실 도착까지 소요되는 시간의 중앙값은 '3시간 51분'으로 골든타임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적 보완 개선 필요성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서 골든타임 이내 도착 여부는 구급차 이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는 55.1%가 3시간 이내에 도착했지만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은 환자는 골든타임 이내 도착한 비율이 24.0%에 그쳤다. 두 경우의 차이는 31.1%p다.
심평원은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지체하는 시간을 줄이고, 구급차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평소 가까운 병원을 미리 확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10차 급성기 뇌졸중 적적성평가는 올해 10월∼내년 3월(6개월) 입원 진료분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결과는 2024년 7월에 공개할 계획이다.
심평원은 "그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 자료를 재평가한 뒤 진료과정 중 전반적으로 잘 하고 있는 평가기준은 종료하고 평가가 필요한 영역은 유지 또는 확대한다"고 밝혔다.
주요 변경 내용은 조기재활 실시, 퇴원시 기능평가 실시, 입원 30일 이내 사망률 등이다.
정영애 평가실장은 "급성기 뇌졸중 평가는 많은 병원들의 노력으로 전반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급성기 뇌졸중 치료의 중요한 기준을 반영하고, 진료 결과를 나타내는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