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은 상상력이 꽃 피어나는 화단化壇 이며 환상이 자라는 들판이다.
책상 앞에는 창문이 있고
창문 밖 땅바닥에는 바람에 밀려 수많은 낙엽들이 군인들처럼 몰려가지만
바다에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흰 머리카락들을 흔들며 파도가 몰려온다.
책상 위에는 오래된 나무가 자라고
증오가 사람을 가두고 사랑이 사람을 해방시킨다.
나와 당신의 대화가 커피잔에서 흘러나와 책상 위에서 잠시 포즈를 취한다.
책상은 바다이기도 하고 들판이기도 하다.
책상 위에는 책꽂이가 있고 책꽂이에 책처럼 생긴 구름이 꽂혀있다.
그 구름은 당신이 걸어놓은 노래이다.
책상 위에는 목도리 같은 검은 골목들이 미로를 만들고 있다.
골목 속에서 새들이 날아오르고
새들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골목이 걸어간다.
어두운 골목은 따뜻하다.
조용한 골목은 이야기를 생산하고 있다.
하나의 골목이 두 개의 골목으로 분열하고
골목 안에는 소란한 어둠이 의자 위에 앉아있다.
골목에 날개가 돋아 골목이 하늘로 날아 오른다.
책상 앞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 그리운 문장이 등 뒤에서 나를 부른다.
길 잃은 새가 부리로 하늘을 쪼아대자 서서히 노을이 꽃 피어난다.
오래된 책에서는 저자의 생각과 상상력의 냄새가 뭉게구름이 되어 올라오고
예전에 책 속에 꽂아둔 꽃잎들은
시간이 흐르지 않고 생각이 텅 비어있는 하얀 공간으로 걸어 들어간다.
▶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편지와 물고기><다른 시각에서 보다><목숨보다 소중한 사랑><달리의 추억> /문학 문예사조 이론서<알기 쉬운 문예사조와 현대시>/<시와사상>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