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영문 명칭 'Oriental Medical Doctor'→'Doctor of Korean Medicine' 변경
의협 한특위 "한방사 'Doctor' 영문 명칭 의사와 혼동 우려" 철회 촉구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26일 한의사의 영문 명칭을 기존 'Oriental Medical Doctor'에서 'Doctor of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하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의협 한특위)는 8월 4일 '한방사의 영문 명칭 변경에 대한 입장-한방사가 Doctor면 모기도 Bird인가'을 통해 "한방사는 중국에서 전래된 요법을 행하는 사람들로서 의사가 아니며, 현대의학과는 거리가 먼 체계에 속한 직업군"이라며 한방사가 의사인 것처럼 혼란을 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 한특위는 "이전 한방의 영문 명칭을 'Korean Medicine'으로 변경한 이후 일어난 또 하나의 황당한 작태이며, 그동안 늘 한방 편에 서서 그들을 비호해오던 보건복지부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라면서 보건복지부에 강력한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의협 한특위는 "대한민국 국민,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방사'를 '의사'로 속이고 한방사들에게 의사면허증을 주려는 보건복지부의 음모가 숨어있다"며 "보건복지부는 한의약정책관실을 필두로 숱하게 한방편에 서서 그들을 비호해 왔다. 2018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한민국에서는 한방사도 의사'라면서 세계의학교육기관 목록(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MS)에 한의대 등재를 요청하는 서한을 세계의학교육협회(WFME)에 보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의협 한특위는 "의학의 과학적 체계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부터 세계 각지에는 다양한 전래요법이 존재해왔고, 전 세계 의료계에서는 '전래요법의 부적절한 사용은 부정적이거나 위험할 수 있다'며 주의를 늘 당부해왔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또 "WHO에서는 세계 인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중의학도 단순히 'Chinese Medicine'이 아닌,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을 공식 용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차별 또는 혐오의 표현이 아니라 과학적 원리와 표준에 기반하지 않은 전래요법을 분명하게 명시함으로써,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짚었다.
의협 한특위는 "이런 추세에 비춰보면 국민이 원하는 의료서비스가 '의학'인지 '한방'인지, 학문적으로나 법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된 의사와 한방사를 혼동하지 않기 위해서는 용어의 사용부터 세심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은 윤리적으로 자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보건복지부의 폭거로 말미암아 국민은 의사와 한방사가 '의사', 'medicine'과 같은 단어를 공유함으로써 서로를 혼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됐고, 이런 일들은 비단 대한민국 국민에만 한정되지 않게 됐다"고 꼬집었다.
"'Doctor'는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을 지칭하지 않는 이상, 보통은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 'Medical Doctor'를 의미하기 때문에, 'Doctor'가 포함된 한방사의 영문 명칭을 접한 외국인들에게 'Medical Doctor'와 구분하기 어려운 여지를 주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의협 한특위는 "'Traditional'이라는 단어를 제외해 'Korean Medicine'으로만 표기함으로써, 외국인들에게 한방이 전래요법인지 아닌지 구분이 모호한 인상을 주는 상황에서 극단적으로는, '한방사'가 아닌 '한국인 의사'로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 "한방처럼 근거가 미약한 전래요법을 'Korean medicine'이라고 하는 건 우리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며, 국가 이미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 한특위는 "의학과 전래요법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학문적·법적·윤리적인 이유를 완전히 무시한 행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보건복지부에 영문명칭 변경 철회, 책임자 처벌, 한방 비호 정책 폐기, 한의약정책관실 폐과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