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간호사 사망...필수의료분야 지원정책이 해법

뇌출혈 간호사 사망...필수의료분야 지원정책이 해법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8.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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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김미애 의원,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 모색 토론회 개최
신경외과계 전문의들, 한 목소리로 "만성적 저수가 문제" 지적
김용배 이사 "11시간 수술하고도 마이너스…누구 배불리자는거 아냐"
박진규 부회장 "필수의료분야 국가책임제, 독립된 협의체 운영" 제안
고형우 과장 "수가 가산 공감…어디서부터 지원할지 의료계와 논의"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워원회)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보건복지워원회)은 8월 10일 국회에서 '<span class='searchWord'>수술방</span>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워원회)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보건복지워원회)은 8월 10일 국회에서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라는 주제로 뇌출혈 간호사 사망으로 바라본 응급뇌혈관 의료체계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의협신문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신경외과 등 정부의 필수의료정책에 관한 문제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필수의료 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은 공통으로 만성적인 저수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의료 정책 마련 시 정책과 연관된 의료 직역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워원회)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보건복지워원회)은 8월 10일 국회에서 '수술방에 갇힌 신경외과 정책, 이제는 바꿔야 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대거 참석해 신경외과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상대가치점수의 현실화와 수가가산제도, 필수의료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유인 정책 등을 제언했다. 

특히 발제를 맡은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는 '아산병원 뇌출혈 환자 사망 원인 분석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주제로 발표하며 필수의료분야에서 전문의 부족현상 문제를 짚었다.

ⓒ의협신문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의협신문

김용배 이사는 "전국에 100차례 이상의 클립핑을 경험한 숙련된 개두술 의사가 총 133명이다"며 "이는 85개 수련병원에서 한 병원당 2명이 채 안 되는 현실이며, 그나마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지방은 전문가 부족현상을 매우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로패셔널리즘을 가진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봉사와 의무, 이타심, 자율성 등이다. 이제는 이런 사명과 사회적 책무를 어깨에 짊어진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들의 설 자리와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 살펴봐야 할 시기가 됐다"며 "자기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공정하다고 믿는 시대에 지금의 수가나 보상 체계가 필수의료분야에 몰두하려는 의료인에게 충분히 매력적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분야 진료역량 강화의 해법으로 ▲필수의료분야 수가가산제 ▲인재교육, 배출 가능한 호의적 진료환경 구축 ▲선의의 진료 행위 결과에 대한 면책 보장 ▲행위 상대가치점수 현실화 ▲의료정책 주요 의사결정 구조의 합리화 ▲인적자산 확충 및 지역별 균형 분배에 선제적 국가 지원 등을 제안한 김용배 이사는 이날 비현실적인 의료 수가의 현실을 실감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본인이 시행한 수술의 실적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김용배 이사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4명으로 구성된 뇌혈관 팀의 치프로 있으면서 지난 1년 동안 4명 중 개두술을 가장 많이 시행했다. 이 중에는 수십 번의 고민과 검사를 거듭하며 진행한 11시간이 넘는 고난도 수술도 있다"며 "그러나 결과는 인건비와 재료비, 경비를 모두 포함한 원가의 104%를 소진했다. 의료 이익을 보면 마이너스 4%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립핑을 하려면 클립이 있어야 하는데 핵심 장비의 단가가 태국과 대만과 비교하면 각각 50%, 30%로 낮다"며 "원가 보전이나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누구를 배를 불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김대현 대한신경외과학회 수련교육이사는 "전공의, 전임의 현황으로 본 젊은 신경외과 의사 감소 현상'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김대현 이사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공의 20∼25% 정원 감축을 시행하면서 최근 3년간 충원율이 올라가고 중도 포기자가 줄었다"면서도 "신경외과는 특성상 긴급한 응급진료와 위험한 중환자 진료가 많고 수련과 교육이 어려워 오랜 수련 기간과 1∼2년 차 뿐 아니라 고년 차 전공의도 근무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당직 시 응급환자진료시간이 길다"며 전공의들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더불어, 현재 전임의 지원자가 감소하고 (상급)종합병원의 지도전문의 지원자가 감소한 상황도 짚었다.

김대현 이사는 "학회는 체계적인 신경외과 전공의 연차별 교과 과정을 마련해 각 병원에 맞춤형 수련 교육 계획서를 작성하게 하고, 관리 평가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보건복지부는 각 전문과목학회의 전공의 목표정원 조정을 하고 전공의 정원외 배정 시에는 학회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발제 이후 이뤄진 토론에서도 의료 전문가들은 더는 의료진의 희생을 바탕으로 의료체계를 이끌 수 없다고 우려하며 만성적인 저수가 해결과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요구했다.

임동준 대한뇌혈관외과학회장은 "최근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본질은 수술의사의 부족이라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은 만성적인 저수가와 여러 가지 국가 정책에 중증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의 참여가 배제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여러가지 의료 환경 개선도 필요하지만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정책은 필수 의료진에 대한 수술 가산료를 책정해서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진규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응급, 뇌혈관 등 필수의료분야를 살리기 위해 ▲필수의료분야 획기적 처우개선 ▲뇌혈관 수술 등 진료수가의 현실적 조정 ▲필수의료인력 수련비용 국가 부담 ▲신경외과 전공의 우선 배정 등 중증 진료 분야 인력 확보 ▲권역·지역별 민간병원과 연계한 필수의료 민관 협력(야간 온콜 시스템 도입) ▲의료분쟁특례법 및 필수의료지원 특별법 제정 ▲중증 필수 의료 분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 ▲증증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국가책임제 시행 ▲지역 필수의료 육성 ▲필수의료 우선순위, 수가 정상화 등 독립된 협의체 운영 필요 등을 요구했다.

박진규 부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각종 회의를 소집하고 공청회 및 토론회 등을 통해 진위 파악과 대안 논의를 하며 대책을 마련했다"며 "대부분은 일시적인 미봉책을 발표하는 정도에서 지나갔고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 또 일련의 절차와 과정이 반복되는 것을 자주 봤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토론회에서 논의된 사항이 가능한 한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 과제로 별도로 추진하는 등 정부와 국회, 의료계가 굳은 의지를 보였으면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날 정부는 필수의료분야의 저수가·인력부족 문제를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적극 논의하고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필수의료분야의 수가를 가산하고 올릴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한다"며 "다만, 필수의료분야의 구분을 어디까지 하는지, 어디서부터 수가 지원을 해야 할지의 검토가 필요하다. 의료계와 정부가 이 부분에 체계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인원 확충 문제는 의대정원을 증원하자는 의견과, 전공의를 지원하자는 의견, 병원 현장을 지원하는 의견이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혼자 하기보다 의료계가 같이 참여하는 형태로 논의를 진행해 현장 의견을 많이 듣고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정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겠다. 조만간 필수의료분야 수가와 인력확충 등에 대한 정부 정책을 마련해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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