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사문서행사죄로 실형 받은 의사 "면허취소 위법"

위조사문서행사죄로 실형 받은 의사 "면허취소 위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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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근거로 의사면허 취소 처분
대법원 "사문서 위조·행사죄는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 사유 아냐" 판단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위조 사문서 행사죄로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에 대해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최종 판결했다.

위조 사문서 행사죄는 의료법(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보건복지부가 의사면허를 취소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7월 14일 위조 사문서 행사죄·사문서 위조죄·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기소, 형사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의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의사는 2014년부터 임신 중인 B산모와 태아를 위한 진료와 분만을 맡았다. B산모는 2015년 1월경 영아를 출산했으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A의사는 2016년 9월 업무상 과실치상,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 재판을 받았다.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A의사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권한 없이 간호기록부 양식에 임의로 산모와 태아의 상태, 그리고 산모에게 취한 조치 내용 및 시각을 기재했으며, 간호사의 이름으로 서명했다고 지적했다.(사문서 위조) 또 위조한 간호기록부 사본을 위조 사실을 모르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우편으로 제출한 점도 제시했다.(위조 사문서 행사) 이 밖에 위조한 간호기록부 사본을 제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업무 방해)

1, 2심 재판부는 A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상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사문서 위조죄, 위조 사문서 행사죄,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의사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기각 판결로 2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형사재판 결과가 확정되자 보건복지부는 2020년 6월 A의사에 대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됐다'는 이유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그러나 A의사는 의사면허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의사면허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의사면허를 둘러싼 행정소송에서는 형법 제234조 허위진단서 등 행사죄에 위조 사문서 행사죄를 포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의사는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는 형법 제233조에서 정하고 있는 '허위진단서 등 작성죄를 범해 작성된 허위진단서, 검안서, 생사에 관한 증명서에 관한 행사죄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형법 제231조에서 정하고 있는 사문서 위조죄 및 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이 형법 제234조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았다면, 의료인 결격사유 및 의사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형사 재판에서 형법 제234조에서 정한 위조 사문서 행사죄가 유죄로 인정,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으므로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것.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4조는 형법 제233조에서 정한 허위진단서등 작성죄를 범해 작성된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하는 허위진단서 등 행사죄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일반적인 위조 사문서 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격사유 범죄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범죄에 한정하기 때문에 일반 사문서위조는 해당이 안 된다고도 봤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구 의료법은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정했는데, 2000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가 형법 제233조, 제234조 및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 등으로 제한됐다"고 밝혔다.

의료법에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열거돼 있는 범죄들 중 형법 제234조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들은 모두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범죄들인 점, 특히 형법 제347조의 경우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해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만한다'고 해 사기죄 중 진료비 청구와 관련된 경우만을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제한하고 있는 점,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서도 '의료 관련 법령'이라고 제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입법취지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해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는 형법 제234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문서죄 중 형법 제233조(허위진단서 등에 관한 내용)만을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형법 제234조는 형법 제233조의 죄를 범해 만들어진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한 경우만을 의미한다"면서 "사문서 위조 및 행사죄를 의료인에 대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자 했다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형법 제231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규정하고, 제347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와 관련된 문서에 한한다'는 취지의 제한을 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의사는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행사해 보건의료에 관련된 범행이라고 보고 의사면허를  취소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의료법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에 사문서위조로 생긴 위조사문서에 대한 행사죄(형법 제231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간호기록부가 형법 제233조에서 정한 문서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A의사가 보건의료에 관련된 문서인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행사했더라도, 별도의 입법(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포함시키는 것)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의사면허 취소는 불가능하다"며 A의사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면허취소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보건복지부는 1심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제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보건복지부는 대법원에도 문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도 "구의료법(2020년 4월 7일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4호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4조는 형법 제233조의 죄를 법해 만들어진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한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사에게 구 의료법 제65조 제1항 단서 제1호,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면허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이 시간 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잘못이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의료법에서는 허위 진단서 작성·행사죄(형법 제233조, 234조)에 대해 의료인의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의사는 형사재판에서 사문서 위조·행사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사문서 위조·행사죄는 의료법상 면허취소 처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면허취소 처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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