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넘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지랖'

도를 넘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오지랖'

  • 이명진 초대 의료윤리연구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17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욕의 심평원

의약분업 갈등이 최고조에 있을 2000년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일명 심평원)이 발족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의료행위가 근거중심에 의한 의료행위인지 심사하고 평가해 의료재정이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이용되어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기 위한 일을 하는 기관이다. 

심평원은 발족 당시 열악한 환경과 상황 속에서도 부족한 재정을 지켜내기 위해 욕도 많이 먹고 비난도 받아왔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고무줄 심사기준으로 심사활동을 해왔지만 지난 20 년간 긍정적인 성과도 이뤄냈다.

가장 큰 업적은 항생제 사용을 급격하게 줄인 것이다. 의약분업을 추진했던 세력들은 의약분업의 효과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심평원의 공(功)이지 의약분업의 효과라고 하기 어렵다. 둘째, 의료기관별로 처방하는 처방결과를 해당 기관에 통보해 처방의 흐름을 자율적으로 파악해 개선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심평원의 근거가 부족한 심사기준과 무더기 삭감행위는 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의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깨뜨려왔다. 의사들의 강한 항의와 요구로 조금씩 개선이 되고 있는 것 같지만, 일명 심평의학( 의학 교과서와 진료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심평원의 진료기준을 빗댄 명칭)이라는 오명을 쉽게 지우기 어려워 보인다. 

심평의학을 따르기 위해서는 의사들은 모든 수기와 재료사용을 한 번에 성공시키는 의술의 달인이 돼야만 했다. 당연히 편법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을 수 없다. 혹이라도 의료재료나 기구를 더 사용하게 되면 부당청구라는 오명을 쓰고 가차 없이 삭감 당한다. 오로지 100% 성공의 '생활의 달인(?)' 같은 술기를 가진 의사가 돼야 한다. 의사들의 몸과 마음을 깎아 먹는'열정페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의사들을 몰아치고 있다.
 
도를 넘은 오지랖

최근 심평원이 도를 넘어선 업무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환자 경험 평가 3차 결과를 공개하면서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설문 중 심평원이 관여해서는 안 되는 영역까지 담당하겠다고 과욕을 부리고 있다. 의사의 친절도를 평가하겠다고 한다. 향후 이러한 평가를 개원가까지 확대하겠다는 황당무계한 계획도 발표했다. 

의료라는 것은 의학 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 전문적 지식과 기술과 함께 이루어지는 Art의 영역이다. 의료의 개념에 대한 몰이해와 도를 넘어선 오지랖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에티켓과 매너의 부분을 평가하겠다는 의도가 심히 무례하고 불쾌하다. 개인마다 달리 느끼는 주관적인 영역을 평가하겠다고 덤비고 있다. 

이런 평가는 스스로 하는 것이지 남이 하는 것이 아니다. 심평원의 할 일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 의사에게 대한 결례이고 실례를 범하고 있다. 심평원은 의료진에 대해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 대했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강요된 선의는 폭력이고 횡포다

인간의 행위를 수치화해 기계화시키고자 하는 타락한 세속주의와 사회주의자들의 행태에 불과하다. 그들만의 이상향으로 의사들을 노예화하려는 교만이 숨어있다. 선의를 가장한 못된 행위이고 과욕이 아닐 수 없다. 

자율의 영역을 타율로 간섭할 때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선의가 강제될 때 진정한 선의는 숨을 쉴 수가 없다. 도덕과 예절이 자율이 아닌 외부 간섭을 받아 법과 평가 기준이 되어버리면 전체주의 사회가 되어버린다. 강요된 선의는 폭력이고 횡포다. 이런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바꿔 보겠다는 생각은 몽상이고 억지다. 도를 넘어선 심평원 오지랖 넓은 행위는 바뀌어야 한다. 

심평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길

심평원 발족이후 지금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의료계에 대해 저지른 몹쓸 행위에 대한 철저한 자기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 괜히 쓸데없는 데 돈과 재원 낭비하지 말기 바란다. 그 동안 뻔히 알면서도 개선하지 못했던 심사기준들을 바꿔 나가길 바란다.

의료진들이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현장을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이고 근거중심의 심사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심평원은 오지랖 넓은 과욕을 버리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국민과 의료진들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