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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대 졸업 의사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

외국의대 졸업 의사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

  •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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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대 졸업 의사 우리도 이제는 고민해 봐야 할 시기"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국민 외국의대 졸업자의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의과대학 진입이 매우 어렵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외국인에게 입학이 쉬운 외국의 국제 의과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공평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들어오게 된 것은 외국의 선교사 의사와 일본인 의사였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외국인 의사가 우리나라에서 서양의술을 펼칠 때 어떤 제약도 없었고 해방 후에도 법적으로 외국인 의사가 우리나라에서 교육 등 선의의 목적으로 하는 의료활동을 허용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국과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의사 인력 부족 현상이 현저히 나타났다. 영·미에서 의사 부족 사태를 해결방안의 하나는 외국의대졸업 (International Medical Graduate)의사의 수입이었다.

이들 수입 인력 덕분에 지친 자국의 의사에게 시간적 여유를 부여할 수 있었고 종종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지역사회나 의사 부족 지역에서 진료 공백을 막을 수 있었다. 

2022년 영국의사회나 미국의사회의 대의원총회 모두 외국의대졸업 의사에 대한 긍정적이고 호의인 언급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채택됐다.

영국의사회의 2022 대의원총회는 여러 산하단체에서 동시 다발로 상정한 동의안에서 외국의대졸업 의사의 영국 의료에 대한 공헌에 감사를 표했고 외국의대졸업 의사가 영국에서 일반의학(General Practice) 전공을 하기 위해 최소 5년 기간의 비자발급과 이들 가족의 영국 정착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올해 초 미국의사회(AMA)는 하원 법사위원회의 이민 및 시민권 소위원회에 서면 증언을 통해 COVID-19 사태에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메꾸어준 외국의대졸업(IMG)의사의 역할을 치하했다.

미국은 코로나 감염병 대처를 위해 은퇴한 의사를 소환하고 진료 범위 확대를 허용하고 일시적으로 타주 면허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미국의사회는 이런 정책이 장기적으로 의사 부족 격차를 채우지 못한다고 전망했고 따라서 외국인 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사회는 외국의대졸업 의사는 종종 시골 지역과 의료 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봉사하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에 있는 많은 시민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이들을 매우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사회 대의원회 산하 외국의대졸업의사 분과(section)를 따로 두고 있다. 미국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에서 외국의대졸업 의사의 증원을 촉진하고 이들이 미국에서 COVID-19와 싸움에서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방해받지 않도록 정부가 외국의대졸업 의사의 미국 진입을 촉진하고 비자 획득을 쉽게 할 것을 주장했다. 

미국의사회 수석 부회장 겸 CEO인 James L. Madara는 미국 전역에서 약 21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은 외국에서 훈련받은 의사가 전체의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러한 외국 의사들이 계속 미국에 남아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미국의사회의 견해를 밝혔다.

미국의사면허기구연합회인 FSMB(Federation of State Medical Boards)에서 발행한 2020년 의사 인구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는 약 23만 4000명의 외국의대졸업 의사가 있으며 이는 의사 인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010년 이후 24%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과대학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Medical Colleges)의 2019년 자료에 의하면 가장 많은 외국의대졸업 의사를 보유한 전문과목은 내과로 4만 7840명이고 뒤를 이어 가정의학과 2만 8569명, 소아과 1만 4981명, 정신과 1만 1800명, 마취과 8722명 순이었다.

외국의대졸업 의사는 주로 1차 진료 인력이고 이들이 없다면 미국의 1차 의료 공백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되어 미국의사회는 의사 인력 부족을 악화시키는 외국의대졸업 의사의 미국 정착에 반대되는 여러 규칙을 비판하고 있다.

외국의대졸업 의사와 가족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이민 정책, 특히 미국 시민이 아닌 특정 외국의대졸업 의사에게 비자나 영주권 부여를 제한하는 이민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시카고에서 열린 2022년 미국의사회 연례 대의원총회는 미국의사회가 미국 의회와 바이든 행정부에 로비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지역에서 근무하는 외국의대졸업 의사에게 영주권 취득의 우선순위를 부여받도록 결의했다.

이외에도 미국의사회는 외국의대졸업 의사를 지원하기 위해 비자발급·이민장벽·교육과 훈련 등에 관한 다양한 정책을 채택했다. 다양한 나라로부터 우수한 두뇌 유치가 선순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모두 전체의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의대졸업 의사에 대한 시각과 수용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개방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국가 단위에서 사회성은 국가의 국제성에 대한 논의로 발전된다.

우리나라 의료수준은 국제적 수준에 도달했고 성공적인 첨단 의료의 확보 뒤에는 국제적인 교류가 커다란 역할을 했다. 많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국외연수를 경험하였기에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의대졸업 의사에 대한 정책은 영·미나 유럽의 나라들과는 상당한 시각 차이를 보인다. 외국인 의사에 대한 임상 연수도 제한적이고 소극적이다.

외국인 의사에 대한 문호 개방은 중국에 대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척박한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이 외국의대졸업 의사에게 매력적이지도 않을 것 같다. 

줄어드는 인구와 늘어만 가는 노령인구, 외국인 거주자의 증가, 그리고 일차 의료가 비인기과가 되어가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외국의대졸업 의사 인력에 대한 선제 정책을 탐사해 볼 시기가 됐다.

부유한 선진국에서 보여주는 외국인 의사 수입의 보편화가 이제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과연 적용 가능한 정책인지? 외국의대졸업 의사 인력의 장, 단점과 타당성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연구가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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