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약
그럼요,
안 보이는 게 무게를 탐하면
보이는 것보다 더 무거워지죠
요 며칠 눈이 무거워 들른 병원
의사가 안약에 말을 섞었다
점적이 중얼거리며 각막에 닿을수록
점점 더 무거워지더니
제 몫 다하고 꾸겨진 처방전처럼
한 방울 한 방울씩 무게를 떨구다
눈가 끄트머리에 난처히 머뭇대면서
걷겨 닮은 주름 사이로 흘러
도랑에 쪼그려 고인 방울들
무게에 씻긴,
아니, 잠겨버린 구실들이
마지막 점적을 기다린 끝에
약기운만큼 무거워진 눈을 따라
병원 문을 나선다
▶한림의대 명예교수(강남성심병원내분비내과)/<문학청춘> 등단(2013)/한국의사시인회 초대회장/시집 <가라앉지 못한 말들> <두근거리는 지금>/산문집<늙은 오디세이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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