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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사들은 기승전 '수가'?…"가슴 무너져 내린다"

인터뷰 의사들은 기승전 '수가'?…"가슴 무너져 내린다"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8.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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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지역사회 응급·필수 의료 지키기 어려워"
"의대 늘린다고 필수의료 부족 문제 해결 못해...별도 지원책 마련해야"
심·뇌혈관 질환자 생명 구하려면 119구급대 응급환자 이송 원칙 바꿔야

"신경외과 살리기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과장이 '의료계는 기승전'수가'를 주장한다'고 말하는 걸 듣고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수가 이야기는 식상하니까 말하지 말라는 뜻이지 않나. 필수의료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에 실망했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8월 26일 [의협신문]과 인터뷰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정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낮은 수가 문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포항병원은 2008년 생명과 직결되는 지역사회 심·뇌혈관 질환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가치 있는 일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기치 아래 개원했다. 신경외과·신경과·정형외과·내과·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산부인과·영상의학과·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진료과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에스포항병원은 명지성모병원(서울시 양천구)·굿모닝병원(대구시 남구)·정산의료재단 효성병원(충북 청주시)과 함께 전국에서 네 개뿐인 보건복지부 지정 뇌혈관 전문병원이기도 하다. 신경외과에만 12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

2021년 한 해 동안 뇌혈관 수술 및 뇌동맥류 수술 2711건, 심혈관 수술 944건을 진행하고 뇌혈관 질환 관련 응급수술 시행 역시 개두술 67건, 천두술(Burr-hole) 69건, Coil 50건, 뇌혈관동맥류(EVT) 134건 등을 시행하며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뇌혈관 질환자들의 생명을 구했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발병 이후 빠른 시간 안에 초기 대처가 생명과 직결되는 심·뇌혈관 질환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일원으로서 지역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응급의료체계 등에 관한 정부 정책의 아쉬움, 지역사회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등을 제언했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Q. 최근 서울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뇌혈관 분야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대두했다. 뇌혈관 전문병원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어떤 게 있었나?

전문병원을 만들면서 시설과 장비, 전문 인력 등 인프라를 구성하고 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런 인프라가 다 구성됐음에도 119는 지역 내 뇌혈관 관련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우리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지 않았다. 우리 병원이 응급의료기관이라는 이유 때문. 119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 기준에 의하면 응급환자는 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뇌혈관 응급환자들이 병원으로 늦게 이송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1월 50대 여성은 갑자기 발생한 두통 및 의식 저하로 포항의 A대학병원에 이송됐으나 A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못해 에스포항병원으로 전원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환자는 전원 도중 재출혈 및 경련이 발생했고, 우리 병원에서 응급코일색전술 및 뇌실외배액술을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올해 5월에는 타 지역에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 환자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한 사례도 있었다. 창원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은 B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A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시행할 수 없어 부산, 대구, 구미 등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았으나, 결국 우리 병원으로 전원되어 응급코일색전술 및 뇌혈관 약물 성형술을 받고 23일 후 퇴원했다.

다만, 전문병원은 병원의 특성상 다양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다. 이에 응급 환자가 내원해도 응급실에서 해당 과목 전문의가 바로 환자를 보고, 진료하고, 수술로 이어져 응급의료센터 지정은 물론 응급실이 클 이유가 없다. 이런 부분을 119에 설명하고 환자를 바로 이송하도록 만드는 게 어려웠다. 119구급대원은 어쩔 수 없이 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Q. 119 현장 응급처치 표준 기준을 수정해야 한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현재 119구급대원 현장응급처치 표준 기준에 '급성 뇌졸중이 의심되는 경우 가까운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송 원칙을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 의료기관에서 뇌혈관 전문병원 및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으로 이송 병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병원 전 뇌졸중 선별검사가 양성일 때 즉각적인 혈전용해 치료가 가능한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 역시 뇌혈관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 관련 인증 병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Q. 보건복지부와 119 이송 기준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이 있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오히려 이송 병원을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의료센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뇌졸중 환자를 예로 들면서 뇌졸중 환자가 뇌혈관에만 병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심장과 콩팥 등에도 병이 있을 수도 있는데 해당 진료를 볼 수 있는 전문의를 갖추고 응급실의 병상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3년간 의사로 일을 하면서 대학병원 교수도 하고, 종합병원 페이닥터로도 일을 했지만, 응급 뇌 질환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첫 사흘 동안 다른 과가 관여한 걸 본적이 없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Q. 필수의료 의사 부족 문제가 대두하면서 정부와 국회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는 입장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결국은 보상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과장이 의료계는 늘 '기승전 수가'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저수가로 일방적인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의료 정책이 더는 지속해선 안 된다. 물론 수가는 재정과 물가 등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도 끝도 없이 쏟아부을 순 없다.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은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다른 주머니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뇌혈관 개두술을 한 번 하는데 수가가 약 300만 원이다. 수가 300만 원에는 의사 한 명의 노동력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최소 10명의 의료인이 한 팀으로 4∼6시간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말이다. 보상이 전혀 안 된다.  

Q. 일각에선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과대학 설립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의료를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재배치하려면 의과대학 숫자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또, 그 사람들을 다른 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온갖 규제를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규제를 피해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료체계를 재배치하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Q. 정부나 사회에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신경외과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신경외과를 선택한 이유가 자부심 때문이다. 다른 필수의료 과목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부심 때문에 전문과목을 선택해도 의료 왜곡으로 결국 돈이 되는 파트로 넘어간다.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가려면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인책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의료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삶을 보장해준다면 다른 데로 가라고 해도 안 갈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최소한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존중은 커녕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녹음기를 커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출근하고 퇴근할 때까지 정신없이 수술하고, 환자 관리하고, 격무에 시달리면서 일하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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