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전 세계 기생충학자들이 덴마크로 모였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기생충학회(ICOPA)의 대주제는 '기생충과 함께 살기'로 기생충을 단순히 박멸해야 하는 질병학적 접근이 아닌 새로운 차원으로 접근하는 기생충학 연구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원 헬스(One Health) 접근방식은 인수공통감염병 차원에서 시작하였으나, 이제는 인간 외 생물과 환경영역까지 개념이 확장됨에 따라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항생제 내성, 동물실험 대체, 인류의 정신건강까지도 다루는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연구생태계의 중심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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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건강한 지구 만들어야
뉴노멀시대를 열어준 팬데믹,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으나 필자는 전 세계적 무역이 가능해지면서 인류가 서로 연결되고 더욱 쉽게 이동하게 된 점을 들고 싶다.
인간-동물-환경이 예전보다 더 많은 교류와 큰 밀접성으로 서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네이처>에는 1940∼2004년까지 35개 신종 감염병의 기원과 추세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동물로부터 감염되는 질병들이 60.3%를 차지한다.
연구진은 신종 감염병이 사회·경제·환경·생태학적 요인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 헬스 차원에서 이러한 상호작용에 관해 연구를 시작하고, 필요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원 헬스 연구를 위해서는 분명한 거버넌스와 다학제적 융합이 이뤄줘야 한다. 당연히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직접 나서야 하나의 건강한 지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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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과 자연면역
하나의 건강을 추구한다는 것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으로 국가간 격차가 없는 효과적인 집단면역을 꼽을 수 있다. 오픈 엑세스 글로벌 통계 웹사이트인 'Our world In Data'(2022년 8월 30일 기준)를 살펴보면, 전 세계 인구의 67.7%가 코로나 백신 1회 이상 접종을 받았다. 저소득국가의 경우 20.9%의 접종률에 그쳤다. 이 수치는 공교롭게도 유럽(69%)과 아프리카의 접종률(28%)과 유사하다. 백신의 공급이 선진국 위주로 진행되고 개발도상국과와의 진단면역 격차가 벌어진다면 코로나 극복은 어렵게 된다.
또 다른 코로나 극복의 노력이 있다면 자연면역을 키우는 것이다. 즉, 생태계의 파괴가 신종질병을 야기했다면 생태계의 복원은 예방이 된다. 생물 종 다양성이 더욱 풍부해야 한다. 인간이 파괴한 생태계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서 인간은 다시 노력해야 한다.
인수공통 감염병과 원 헬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의 활동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생태계 파괴, 야생동물 서식지 교란 및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을 야기하는 한편,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자연면역은 약해지고 있다.
원 헬스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인수공통감염병이라 할 것이다. 19세기 말 비교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돌프 비료흐(1821∼1902년)가 동물에 의해서 발생하는 인간 질병을 '인수공통 감염병(Zoonosis)'이라고 처음 명명하였고, 동물과 인간의 의학 사이에는 구분선이 없다고 하였다. 비료흐는 돼지근육에 선모충(Trichinella spiralis) 실험동물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소의 낭미충증 및 결핵 연구를 진행한 기생충학자이다. 베를린에서 함께 공부하고 비료흐의 영향을 받은 오슬러는 수의병리학 강의를 통해 원 헬스 개념을 널리 전파하였다.
대부분의 인수공통감염병은 다른 동물로부터 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가 된다. 종간 전파가 되는 것을 스필오버(spillover), 다른 말로 유출 감염이라고 표현한다.
인류가 알고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약 250종이다. 인류의 역사 속에 큰 공포를 심어준 흑사병은 흔히 쥐에 사람에게 옮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원인체인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Xenopsylla cheopis)을 통해 전파가 된다. 숙주에 더부살이하는 '기생'은 특별한 생활방식이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은 기생생물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육식이나 초식 같은 다른 형태의 먹이활동보다 훨씬 빈번하게 관찰되는 생물 생활사 가운데 하나이다.
인류 생존 위해 동물·환경 공존 생태계 고민해야
생태계 안에 존재하는 인류는 생태계의 건강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이것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것이며 그 대책으로 공존하는 동물과 환경과 함께 지속가능한 건강(SDG3)을 추구하는 것이다.
원 헬스의 진화는 기후변화와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는 수인성기생충병(아메바, 지아르디아, 와포자충 등) 및 식인성기생충병의 발발(테니아조충, 간흡충, 폐흡충 등), 매개체 전파 감염병(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진드기에 의한 바베시아, 체체파리에 의한 아프리카수면병 등)과 토양매개기생충병(회충, 편충, 구충 등) 등 전방위적으로 건강에 위협을 준다.
농작물에 해를 입히는 뿌리혹선충이나 산림자원에 병충해를 입히는 소나무재선충 등도 원헬스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기생충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건강 문제 및 동물과 식물, 환경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원 헬스를 통한 지속가능한 혁명이 필요하다.
토양매개성기생충병(STH)은 흔히 경제와 위생문제 및 교육수준과 함께 다룬다. 방글라데시는 우리나라와 달리 STH관리에 실패한 나라로 장내기생충 감염률이 48%에 육박한다.
2021년 기생생물세계은행의 틸락박사는 방글라데시 3개 지역에서 사람과 동물, 토양에서 검체를 채집하여 STH 감염 및 토양오염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는 원 헬스 차원에서 이 질병의 관리를 접근하는 흥미로운 시도로서 해당 지역의 기생충감염 유행도를 사람의 감염률만이 아닌 그 지역의 생물들과 환경에 노출정도를 함께 관찰함으로써 기생충 감염예방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 큰 기대를 받고있다.
이제는 원 헬스 접근을 통해 각 단과대학에서 의학기생충학·수의기생충학·식물기생충학·기생충생태학 등으로 강의하고 연구하는 학과 간의 과외성을 뛰어 넘어 학문 간 가교 역할 및 하나의 통합 학문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