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치료, 한방에 가시겠습니까?

안면마비 치료, 한방에 가시겠습니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9.07 15:49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과학회 "72시간 내 스테로이드 치료 받아야...한방 전전하다 치료시기 놓쳐"
안면마비 발생 부위 90% 귀 안·귀 주변 질환 연관…이비인후과 진료 권고
과학적 진단, 보존적·수술적 치료 모두 가능 종합적 치료계획 세울 수 있어

대한이과학회는 9월 6일 제56회 귀의 날을 맞아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열고 안면마비 치료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대한이과학회는 9월 6일 제56회 귀의 날을 맞아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열고 안면마비 치료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갑작스럽게 이마에 주름이 안 잡히고, 눈이 감기지 않으며, 입이 삐뚤어지고, 먹은 음식이나 물이 새어나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안면신경마비 증세다. 흔히 찬바람을 많이 맞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가볍게 여기거나, 심각하게는 뇌졸중을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안면마비에서 귀 전문의에 의한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과학적 진단과 함께 보존적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적 치료까지 종합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해마다 9∼10만명 정도의 안면마비 환자가 발생한다. 그 중 67%는 원인불명이거나 헤르페스 바이러스·대상포진 바이러스 등에 의한 '벨마비'와 귀 주변 대상포진에 의해 발생되는 '람세이 헌트 증후군'이다. 또 귀 주변을 포함한 두부 외상(13%), 귀나 침샘의 종양이나 염증(10%), 선천성 혹은 중추성(10%) 안면마비가 원인이다. 즉 원인불명이거나 염증·외상·종양·감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안면마비가 발생한다. 찬바람이나 뇌졸중과는 관련이 없다. 

안면마비가 발생 부위를 살펴보면 90% 안팎에서 귀 안이나 귀 주변 질환과 연관돼 있다. 결국 이비인후과 진료 영역이라는 방증이다. 

문제는 안면마비에 대해 잘못 알려진 질환 정보와 환자들의 인식이다. 안면마비가 발생할 경우 처음부터 이비인후과를 찾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한방치료를 선호하는 인식 때문이다.

올해 4월 서울에서 열린 제14차 세계안면신경심포지엄에서는 안면마비 치료에 대한 높은 국내 의학 수준을 인정받았다. 

안면치료에 대한 의학 수준은 높지만 국민의 어긋난 인식 때문에, 최신 의학 수준에 걸맞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비상식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안면마비 가운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벨마비 관련 완전회복률 연구에서 이같은 문제는 그대로 드러난다.

■ <span class='searchWord'>벨마비</span>에서 완전 회복률 차이 비교
벨마비에서 완전 회복률 차이 비교

대한이과학회(1995)가 보고한 한국의 벨마비 완전회복률은 68%인데, 2002년 연구에 따르면 벨마비 자연회복률은 71%다. 국내 벨마비 치료에 따른 완전회복률이 치료를 하지 않은 자연회복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벨마비에서 초기에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외국의 회복률은 88%에 이른다(2000).  

앞선 연구결과 처럼 안면마비는 발생 72시간 내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복용 자체가 다른 질환으로 인해 절대 금기가 아니라면 반드시 써야 한다. 평소에 당뇨와 고혈압이 있더라도, 혈당 조절 및 혈압 조절에 유의하면서 사용해야 좋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안면신경의 부종을 감소시켜 안면신경 기능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 안면마비 후 대표적 합병증인 연합운동으로 인해 식사할 때 눈이 감기거나, 반대로 눈과 이마를 움직일 때 입이 저절로 움직이는 현상 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조기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신경 손상 후 생기는 왈러변성(Wallerian degeneration)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왈러변성은 비교적 심한 정도의 안면마비 환자에게 발생하는데 안면마비가 생기고 약 2∼3일부터 시작해 2∼3주까지 비가역적인 안면신경의 변성이 진행되면서, 결국 영구적 안면장애의 원인이 된다. 

안면마비 치료를 위해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조기에 고농도 스테로이드 처방과 심한 경우 항바이러스 투여, 안면신경 감압술 등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왈러변성을 막고 만성적 안면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돕는다.

■ 중추성과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시 나타나는 증상과 원인들(보건복지부·대한의학회 자료).
■ 중추성과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시 나타나는 증상과 원인들(보건복지부·대한의학회 자료).

게다가 심각한 것은 안면마비 환자의 25% 정도는 귀 안이나 주변 부위에 다른 질환이 숨어 있다. 대표 질환으로는 만성 중이염, 청신경 종양, 안면신경초종, 이하선 종양 등이다. 평소에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혹은 서서히 안면마비만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벨마비로 오인돼 부적절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안면마비클리닉이 이비인후과 내에 설치돼 있으며, 안면마비가 생기면 귀 질병에 대한 감별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비인후과 진료를 권고하고 있다.  

안면마비의 예후는 불완전 마비 형태의 벨마비의 경우 다행히 90% 이상에서 완전회복되지만, 완전 마비의 경우 약 70% 정도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경 변성이 90% 이상인 완전마비의 경우 14일 이내에 안면신경감압술 시행을 고려해야 하고, 초기 치료에도 추후 안면신경장애가 남는 경우 보톡스 주사 치료, 도수치료, 수술 등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대한이과학회는 "모든 급성 말초성 안면마비가 구안와사와 같은 원인 불명의 벨마비가 아니며, 같은 벨 마비라 해도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뇌 신경종양의 경우에도 벨 마비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6개월 이상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 안면마비는 뇌 영상 검사가 필요하며, 심한 안면마비일수록 눈과 입의 연합운동과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