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 치료기 '중입자치료' 내년 3월 환자 치료 시작
의대 신축 등 캠퍼스 마스터 플랜 통해 공간활용성 높여
윤동섭 의료원장, 취임 2년차 맞아 미래의학 선도 계획 밝혀
2020년 8월 취임해 취임 2년차를 맞은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이 "우리나라 의료를 이끌어 온 연세의료원이 의료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선도 분야인 로봇수술 외에도 중입자치료 등 정밀의료를 통해 중증 난치성 질환 극복에 앞장 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9월 19일 연세대 백양누리 최영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윤 의료원장은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등 데이터 사이언스와 세포 치료제 등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를 강화할 것"이라며 "카티세포(CAR-T세포,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등 새로운 치료법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중입자치료 도입, 약제·바이오마커·의료기기 개발로 선진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꿈의 암 치료기 중입자 치료 내년 3월 환자 치료 시작
특히 2023년 3월을 목표로 꿈의 암 치료로 평가받는 중입자치료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다고도 강조했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중입자치료는 국내 병원이 현재 운용 중인 기존 방사선치료와 양성자치료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중입자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 및 양성자보다 2~3배 정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입자가 양성자보다 질량비가 12배 높기 때문에 질량이 무거운 만큼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또 목표 지점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중입자의 특성으로 암세포가 받는 충격을 더 키울 수 있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몸 속 암세포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생체 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암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싶어도 정상세포의 손상을 고려해 에너지를 조정해야 한다. 반면, 중입자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목표한 암 조직에서 에너지 대부분을 발산한다. 이러한 중입자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부른다.
암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환자가 겪는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수한 치료효과 외에 암환자가 겪어야 하는 투병 생활 전반에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동섭 의료원장은 "중입자치료는 5년 생존율이 30% 이하여서 3대 난치암이라고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에서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등의 희귀암의 치료는 물론,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실제 일본의 많은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평균 치료 횟수를 낮출 수 있던 비결이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환자 한 명당 치료 시간은 2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준비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치료기 3대에서 하루 동안 약 50여명의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치료 후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가 가능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 곳에 불과하며, 해외 원정 치료를 떠날 경우 소요되는 비용만 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의료원이 2023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하면 국내 난치성 암환자들의 치료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의료원 산하 4개 병원 정밀의료 실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윤 의료원장은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에는 빅데이터 활용이 필수이기 때문에 디지털을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브란스병원부터, 강남, 용인, 그리고 개원 예정인 송도세브란스병원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으로, 이를 위해 올해 초에는 디지털헬스실을 신설하며 그 기반을 마련했다. 디지털헬스실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구자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 중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 AI 의료영상 기업 등과 협업하며 의료 빅데이터 분야를 이끌고 있다.
캠퍼스 마스터 플랜 수립 통해 효율성 증진...의대 신축 추진
이와함께 의료·교육·연구 효율성 향상을 위한 캠퍼스 마스터 플랜 진행 상황을 소개한 가운데 "지난 4월 연세대 법인이사회에서 의대 신축 부지로 알렌관 등이 승인됐다"고 전하고, "시설 노후와 연구 공간 부족 등 지속적인 인프라 문제를 겪어 온 의대는 신축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의료원장을 빅데이터, 유전체 정보 기반 정밀의료 등을 실현해 연세의료원이 미래의학을 선도하려면 '사람중심의 경영'이 기반이 돼야 한다며, 채용전문면접관을 통한 현장의 목소리 반영 및 MZ세대 증가에 맞춰 젊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병원 조직문화에 반영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끝으로 윤 의료원장은 "미래 우리나라의 의과학분야를 선도할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과 기독정신에 입각한 의학교육을 통한 국제개발 모델 확대,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참여, 교직원 나눔 운동 등 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