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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I 기기에 산소통 빨려 들어가 환자 사망…의사 유죄
 MRI 기기에 산소통 빨려 들어가 환자 사망…의사 유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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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촬영실 내 이동용 산소공급기 사용...기기 안에 빨려들어가 환자 사망
법원 "금속제 물건 MRI 촬영실에 반입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해당" 판단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MRI 기기 안으로 빨려 들어온 산소용기에 의해 MRI 촬영 중이던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응급의학과 과장과 영상의학과 소속 방사선사에게 금고형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최근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병원 응급의학과 과장과 방사선사에 대해 각각 금고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D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인 A의사는 2021년 10월 14일 저녁 8시 25분경 병원에서 당직 근무를 하다가, COVID-19 백신 접종 이후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던 E씨(남, 61세)의 뇌출혈 또는 뇌경색이 의심돼 MRI 촬영을 지시했고, 같은 병원 영상의학과 소속 B방사선사가 MRI 촬영을 담당하게 됐다.

A의사는 E씨가 몸부림을 치며 MRI 촬영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검사진행을 위해 병원 MRI 촬영실 내로 들어와 E씨에게 진정제를 투여했다.

그런데, MRI 촬영실 벽면에 설치돼 있는 고정용 산소공급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공급 호스가 짧다면 긴 호스로 연결할 수 없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금속제인 이동용 산소용기를 가져오라고 간호사 등에게 지시했다.

B방사선사는 A의사가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하기 전에 '영상의학과 MRI 검사실 업무지침'에 따라 MRI 촬영실 벽면에 설치돼 있는 고정용 산소공급기를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공급 호스가 짧다면 호스로 연결할 수 없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피고인들(A의사, B방사선사)은 업무상 과실로 공동해 E씨가 MRI 촬영이 개시된 후 MRI 기기 안으로 들어가면서 팽팽해진 산소 호스에 끌려오다가 순간적으로 MRI 기기 안으로 빨려 들어온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에 머리를 맞아 충격 및 압착에 의한 다발성손상(머리 및 몸통부위 손상)으로 같은 날 저녁 9시 8분경 병원에서 사망했다.

법원 재판부는 "MRI 촬영기기는 상시적으로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있어 자기력의 영향을 받는 금속성 물건이 순간적으로 MRI 기기 내부로 빨려 들어갈 수 있으므로 MRI 촬영실 내에 금속성 물건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료인이라면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봤다.

또 "관련 단체의 '영상의학과 MRI 검사실 업무지침'에 '산소 공급환자의 경우 이동용 산소 용기가 검사실에 못 들어가게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MRI 촬영실 출입문에도 강한 자기장이 항상 작용 중이므로 금속제 산소 용기나 휠체어·침대 등이 MRI 기기에 빨려 들어갈 수 있어 금속성 물체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경고 그림 및 문구가 잘 보이게 붙어 있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MRI 촬영실 내부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MRI 촬영을 감독·담당하게 된 의료인에게는 금속제 물건이 MRI 촬영실 내부에 반입될 수 없도록 막고, 산소 공급이 필요하더라도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할 것이 아니라 벽면에 설치된 산소공급기나 금속제 물건이 포함돼 있지 않은 산소공급기를 사용해야 하며, 부득이한 이유로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산소 용기를 MRI 촬영실 밖 등 MRI 기기의 자기장 범위 밖에 두고 충분한 길이의 호스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해야 함이 당연하고, 특히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나 위험한 금속제 물건이 MRI 기기 가까이 끌려와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만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A의사가 금속제인 이동용 산소 용기를 가져오라고 간호사 등에게 지시했다면,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가 MRI 촬영실 내부로 반입되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 확인하고 반입을 막았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가 MRI 기기에 가깝게 위치하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으므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속제 이동용 산소 용기를 MRI 촬영실 밖에 두고 충분한 길이의 호스로 피해자에게 산소가 공급되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B방사선사에 대해서도 "이동용 산소 용기를 사용하기 전에 '영상의학과 MRI 검사실 업무지침'에 따라 MRI 촬영실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고정용 산소공급기를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공급 호스가 짧다면 긴 호스로 연결할 수는 없는지 확인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영상의학과 방사선사인 피고인들이 부득이한 이유로 금속제 이동용 산소용기를 사용하더라도 자기장 범위 밖에 두어 금속제 물건이 MRI 기기에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환자가 사망하게 됐다"며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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