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낮은 가격, 증산 걸림돌" 아세트아미노펜 약가 조정신청
보건복지부 "약가 조정신청 가능한 약제, 기준 있는데..." 난감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으로 감기약 품절 대란이 재현될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가운데, 제약계가 감기약 생산 증대를 위한 해결책으로 '약가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감기약의 급여 단가가 낮은 점이 생산 증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인데, 전례 없는 일이라 정부의 고민도 깊다.
9월 27일 제약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제약사들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약제의 상한금액 인상을 추진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처방·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의 급여 상한금액은 현재 정당 51원 수준이다. 정부가 요청한대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의 생산을 늘리려면 생산 라인을 확대해야 하는데, 이 가격으로는 다른 약제를 우선해 아세트아미노펜을 뽑아낼 유인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게 업계의 얘기다.
감기약 생산증대 책임을 맡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같은 업계의 의견을 취합, 최근 보건복지부에 아세트아미노펜 상한금액 인상안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의 고민은 깊다. 감기약 생산 증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전례 없는 방안인 까닭이다.
현 제도상 제약사가 정부에 약가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기전이 존재하기는 하나, 아세트아미노펜은 이 조정신청 평가기준에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현행 제도는 약가 조정신청을 낼 수 있는 대상을 ▲대체약제가 없거나(실질적인 단독공급 고려)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약제이거나 ▲대체약제가 있어도 대체약제와 비교해 투약비용이 저렴한 경우(진료상 필요하고, 투여경로와 성분이 동일한 제제 내에서 업체 수가 1곳이어야 함)로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약계의 요청에 따라 해당 안건을 검토 중"이라며 "현행 제도는 약가 조정신청 평가기준을 정하고 있어, 해당 약제가 이 기준에 부합하지는지 여부를 우선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약계는 감기약 생산 증대 지원책의 하나로, 정부에 사용량-약가연동 협상(PVA) 보정안을 요청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산분에 대해서는 사용량 계산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받아들여, 식약처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생산을 독려한 감기약이 PVA로 선정될 경우, 치료에 사용된 사용량을 제외하거나 특정시기 사용량을 제외하는 등 협상참고가격을 보정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