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자격 논란 집중 공세…조규홍 후보자 "성과로 설명하겠다"
여야 위원, 보건 의료 구체적 사안에 "전문성 부족" 우려 목소리
의정협의체 약속대로...의료 저수가·건정심 구조 개선 의지 보여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보건·복지분야의 전문성과 자질을 평가하는 인사청문회가 12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규홍 후보자의 보건·복지 분야 전문성을 우려하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주요하게 짚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월 27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인사청문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야당 측의 대통령의 발언 사과 없이는 청문회를 진행하지 못한다는 입장과 여당 측의 대통령 발언과 인사청문회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해 인사청문회가 시작 30분만에 정회됐기 때문.
이날 야당 의원들은 본인의 자리에 '비속어 외교참사 대통령은 사과해라', '외교참사 책임 떠넘기기 언론탄압 중단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설치하고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오후 1시 다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는 조규홍 후보자에 대한 보건·복지 분야 전문성과 더불어 후보자의 보건부 독립, 공공의대 및 의대 증원, 필수의료, 의료 저수가 등 의료현안에 관한 입장과 후보자에게 제기된 위장전입·세대분가·공무원 연금수령 의혹 등에 관한 질의가 나왔다.
■끊임없는 전문성 지적…"누구랑 비교해도 뒤지지 않아"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사안은 조규홍 후보자의 보건복지분야 전문성 관련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은 공통으로 조규홍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솔직히 조규홍 후보자는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라기보다 앞서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올라왔다는 시각을 벗어나기 어려운 거 아닌가"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부 고유의 공공성과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점을 놓치면 최대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역시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는 감동적인 인사라는 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서 기가 막힌 사람을 뽑으려나 기대했는데 결국 기획재정부 출신 보건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조규홍 후보자여서 탄식했다"라며 "보건복지부는 이해관계가 많고 조정하고 국민을 설득해내는 과정이 힘든데 얼마나 해낼지 의문이다. 결국, 대선 과정에 보은성 인사, 논공행상, 자리 나눠 먹기 의혹이 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은 "후보자는 공직 생활 대부분을 기재부에서 했다. 보건복지 전문가보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시장을 우선시하며 복지 예산을 축소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며 "보건복지부는 경제부처가 아닌 사회부처로 사회적 공공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야당 의원의 전문성 부족 지적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공석이 4개월을 넘었다. 최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의 죽음 등 국민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힘이 되는 평생 친구'를 캐치프레이즈로 갖고 있는 힘이 되는 장관님을 기대한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규홍 후보자는 "지난 30년간 재정 업무를 담당하면서 보건복지 업무를 경험하고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보건복지 전문성을 놓고 봤을 때 다른 사람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관으로 취임하면 성과로 설명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 4개월간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현장을 많이 다녔다"며 "그 결과 정부 정책 방향은 책상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현장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여 현장에 맞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필수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 보건진료 전담 공무원 제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전공의 수련환경 등 보건의료 세부 분야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며 전문성 부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의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장관이 되고 나서 보건의료에 대해 언제 공부하고 언제 파악해서 보건의료 현안에 대책을 마련할지 걱정된다"며 "실제로 보건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나 현안에 대한 지식에 대해 상당히 실망스러운 마음"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 중요한 파트너"…'의정합의' 재강조
조규홍 후보자는 지난 2020년 9월 4일 의료계와 정부가 체결한 의정합의 이행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원이 의원은 지역 의료 불균형과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짚으며 "후보자는 서면 질의를 통해 의사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의대 없는 지역 의대 신설 등에 대해 의정협의체를 통해 충실히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의료계 단체가 이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에 해당 논의를 옮겨 심의하는 게 어떻겠나"고 질의했다.
또 "의정협의체도 있지만, 보건의료노조와 정부와의 협의도 있다. 해당 협의에서도 의사 인력 확충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총괄적으로 다루는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역시 "필수의료 인력이 절실하고 의료 격차가 심해지는 것에 국민적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지만, 의정협의체가 밍기적 거리며 2년이 지났다"고 협의의 진행 속도가 더딤을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도 조규홍 후보자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수 증원, 지역의사제 등의 논의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이뤄지도록 정부가 약속한 것이기에 그 절차대로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료계는 정부의 중요한 파트너다. 약속은 큰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지켜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의료 저수가· 건정심 구성 개편 등 의료 현안 질의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의료 저수가문제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등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조규홍 후보자는 신현영 의원의 "우리나라 의료 수가가 적정하다고 판단하느냐"는 질의에 "적정한 수가도 있지만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의 척도로 결론 내기는 어렵다"면서 "고난도·고위험·중증 의료 분야에서는 적정한 수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신현영 의원은 "수가와 관련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있다"며 "건정심 구성은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정부가 건정심 내에서 캐스팅 보트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건정심 구조에 대한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이에 조규홍 후보자는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정심 구조 개선의 여지를 뒀다.
이 밖에 보건부 독립과 의료 민영화 등 의료 현안 질의에 관해 조규홍 후보자는 "보건과 복지는 같이 가야 한다. 앞으로 보건과 복지의 분리가 추진된다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설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또 의료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의료 분야 규제혁신에 가장 중요한 내용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원칙 아래에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원칙이 이뤄지지 않으면 규제 혁신이라 볼 수 없다. 보건의료 민영화는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각종 의혹 해명에 "국민 정서 맞지않아" VS "성실·정직하다"
조규홍 후보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내정 이후 위장전입, 세대분가, 연말정산 소득 공제, 유럽부흥개발은행 재직 당시 공무원 연금수령, 세종시 공무원아파트 특공(공무원 특별공급) 분양 후 미거주, 건강보험 편법 미납, 병역 문제 등의 의혹들이 제기됐다.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의혹들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조규홍 후보자는 해당 의혹들과 관련해 "오해 소지를 만든 것 자체에는 국민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적법한 절차로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조규홍 후보자의 해명과 태도에 여야 의원들은 각기 다르게 해석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조규홍 후보자의 해명이 국민적 정서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해당 의혹들에 대해 '합법입니다'라는 기준으로 답변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며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을 책임지는 부처의 장관 후보자로서 직무 연관성 논란에도 불법은 아니었다. 개인 신상에 대해서도 불법은 아니었다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나.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살았는데 당연히 합법으로 살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합법성, 적합성, 진정성 등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27년 된 공무원이 합법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서 얼마나 사회적으로 공적인 공공의 영역에서 살았고, 공공의 영역을 위해 헌신하고 살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은거다"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은 "장관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문제는 없었다"고 조규홍 후보자를 두둔하면서도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잘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기윤 의원은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조규홍 후보자가 참 정직하고 성실하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잘 수행하겠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며 "유럽부흥개발은행 관련, 군 복무 중 야간 대학원 다닌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 정서나 감정 부분에 질타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장관이 된다면 소외된 국민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바탕으로 앞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합의해 인사청문 보고서가 작성될 예정이다.
조규홍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마무리하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저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소홀하고 부족했던 점도 적지 않았음을 깨닫게 됐다"며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소임이 주어진다면 오늘 청문회에서 나온 여러 고견을 정책에 충실히 반영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