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봉 교수, 6일 국감 참고인 출석...국내 뇌전증 치료 실태 증언
"뇌전증 수술 가능 병원 전국 6곳 뿐...인력·시설·장비 모두 부족"
"연 27억원의 예산이면 36만 뇌전증 환자의 가정과 생명에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다. 국회와 정부의 관심을 부탁드린다."
홍승봉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가 10월 6일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내 뇌전증 진료 현황을 알리고, 국가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뇌전증 권위자로 대한뇌전증학회장 및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과거 간질로 불리던 뇌전증은 대표적인 신경계 질환으로 국내 환자 수는 36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갑작스런 발작이 전형적인 특징인데, 언제 어디서 발작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늘상 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살아야 한다.
홍 교수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의 사망률은 정상인의 10배에 이르며 20∼30대 젊은 환자의 경우 그 비율이 27배, 약물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그 비율이 47배로 높아진다. 난치성 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로, 뇌전증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는 돌연사 위험이 1/3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6곳에 불과하다. 미국 260곳, 일본 50곳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나마 6곳 중 2곳은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해있다.
홍 교수는 "수술 병원이 많지 않다보니 뇌전증 환자의 대부분은 수술 치료가 있는 줄도 모르는 실정"이라며 "그나마 문을 연 병원도 서울과 부산 뿐이라 그 외 지역에서는 접근조차 쉽지 않아 일부는 중국과 대만 등 원정수술에 나서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체 뇌전증 환자의 30%에 해당하는 12만명은 약물치료로 조절이 안돼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환자이며, 특히 긴급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힌 홍 교수는 "국내 뇌전증 수술 건수는 연간 100건에 불과하다"고 실태를 전했다.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인력 및 지원 부족을 들었다.
홍 교수는 "검사와 수술이 어렵고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 전 검사를 담당하는 신경과 전공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인구구조의 변화에도 전공의 정원은 20년째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인구구조와 의료수요에 맞춰 전공의 정원 재분배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국내 의료수요를 감안할 때 전국에 적어도 10곳 정도의 뇌전증 수술병원이 안정되게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수술 로봇 도입 비용 국가 지원 ▲수술병원 운영비 국가 지원 ▲뇌전증지원센터 예산확충 ▲뇌전증 사회사업 시행 등을 부탁했다.
홍 교수는 "이들 모두를 시행하는데 연간 27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며 치매예산의 100분의 1정도만 투입하면 36만 뇌전증 환자의 가정과 생명에 희망의 등불을 켤 수 있다. 국회와 정부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