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 질병청장과 밤샘 기 싸움 끝 '협의'
"제출 않을 시, 국회 증언 감정에 의한 법률 따라 고발"
가장 늦게 퇴근한 보건복지위 '새벽 1시 12분' 종료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줄곧 요청받은 자료인 주식거래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기한은 오는 10월 28일 오후 6시.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질병청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하게 된다.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자정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 "위원장과 간사위원 간 협의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질병관리청에 대해 서류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출 기한이 지날 때까지 요구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의한 법률에 따라 질병관리청장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안내했다.
곧이어 보건복지위원회는 '의사 일정 제1항, 국정감사 서류 제출 요구 건'을 선정한 뒤 의결에 들어갔다.
정춘숙 위원장은 "이 안건은 국회법 제128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우리 위원회가 질병관리청에 대해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절차에 따라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이날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전체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늦은 시각인 새벽 1시 12분에 퇴근했다. 이들의 늦은 퇴근은 백경란 청장의 주식 거래 내역 제출 자료 불충분이 주된 원인이었다. 계속되는 자료 제출 요구에 질병청장은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며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제출 요구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을 필두로, 갈수록 격양되는 양상을 보였다.
강훈식 의원은 "질병청장은 이해충돌방지법에 의거해 이전에 본인과 같이 주식 거래를 했던 사람들을 처벌하고 그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됐다"면서 "국민들은 (관련 의혹이 있는 사람이) 질병청 내의 위원회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항을 고발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경란 청장이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음을 짚은 뒤 위원회에서 발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포함된 공기정화장치 제공 회사 주식 역시 매입해 큰 수익을 얻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강훈식 의원은 "로드맵 작성 당시 전체 19회 회의 중 15회나 참석했다. 로드맵에 포함된 공기정화장치 제공 회사는 코로나19 당시 460%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많은 산하 기관에서도 눈치를 보면서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엄중하게 생각하고, 국민을 무서워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정춘숙 위원장 역시 "국감 시작부터 여러 위원들이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청장님이 자료라고 주신 내용을 살펴봤지만 자료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계속 여러 위원님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답변을 하실 때도 그렇다. 이미 말씀드렸듯 국정감사기 때문에 위증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자료 제출' 요구에 목소리를 더했지만, 자정을 넘기면서 '질병청장 주식 이슈'에만 집중된 사태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자정이 넘었다. 오늘 제가 느끼는 것은 백경란 질병관리청장님이 질병관리청장이 아니라 한국관리청장인가라는 생각"이라면서 "왜 이렇게 한 분의 공무원에 대해 이렇게 집요하게 해야 하나? (법적 절차 등) 지름길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존중해 최소한 예의를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여기는 인사청문회자리가 아니다. (질병청장은) 인사청문 대상도 아니다. 국정감사의 제도적 의의와 맞지 않는 걸로 장시간 이렇게 하는 데 대해서 상당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다만 "만약에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법적 절차를 밟으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질병청장님이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심경을 느꼈다. 또 어찌보면 질병청장의 인사청문회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청장은 국감에서 나온 이야기를 깊이 받아들여야 한다"라면서 답답한 심경을 표했다.
결국 2022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질병관리청에 대해 서류 제출을 요구키로 협의한 뒤에야, 마무리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끝까지 질병청장의 자격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질의는 하루를 넘긴 10월 21일 오전 1시 12분이돼서야 마무리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