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는 '사회안전망'…주요 의제 목소리 낼 것"

"소아청소년과는 '사회안전망'…주요 의제 목소리 낼 것"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0.2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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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학회, 아동보호·저출산 대책·건강권 확보 등 역할 모색
의료접근 뿐만 아니라 국민 삶 속으로…현장 전문가 의견 정책 반영 필요
아동학대 예방·아동건강기본법 제정·저출산 대책·아동보호전문가 양성 주력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0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동보호, 저출산 대책, 소아청소년 건강권 등 주요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줄 왼쪼부터 김지홍 이사장, 배기수 회장, 뒷줄 왼쪽부터 이진아 홍보이사, 김한석 기획이사, 강훈철 학술이사, 이영목 총무이사.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0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동보호, 저출산 대책, 소아청소년 건강권 등 주요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줄 왼쪽부터 김지홍 이사장, 배기수 회장, 뒷줄 왼쪽부터 이진아 홍보이사, 김한석 기획이사, 강훈철 학술이사, 이영목 총무이사.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시작합니다. 올해 학술대회 주제를 '아동학대 극복과 저출산 대책 및 소아청소년 건강권 보장'으로 정한 것도 궤를 같이 합니다. 의료적인 접근을 넘어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0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동보호, 저출산 대책, 소아청소년 건강권 등 주요 사회적 의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소아청소년과가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이 충분치 않았다는 반성과 함께 아동학대 예방, 아동보호 전문가 양성, 아동기본법 제정 추진, 어린이 건강보장원 설립, 저출산 정책 개발 참여 등에 학회 차원에서 주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지홍 이사장(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배기수 회장(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목 총무이사(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훈철 학술이사(연세의대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한석 기획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진아 홍보이사(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등이 참석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10월 20∼21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제72차 추계종합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 주제는 '아동학대 극복과 저출산 대책 및 소아청소년 건강권 보장'.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통해 기여할 것인지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아동보호 분야는 그동안 연수강좌에서 일회성으로 논의됐지만, 체계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 학회는 최근 산하에 아동보호위원회를 발족했다. 아동학대 사안은 의료적 문제도 있지만 사후 처리문제, 합병증, 심리 발달, 트라우마 관리 등 전반을 살펴야 한다"라며 "저출산 정책 역시 입안 과정에서 소청과 전문의 참여가 적었다. 현장을 벗어난 이들의 논의는 공허하다. 아이들의 건강권, 양육권, 보육권 보장을 위해서도 우리의 역할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예방에 소아청소년과의 중요성도 짚었다. 

배기수 회장은 "아동보호의 큰 줄기는 아동학대 예방에 있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아동학대예방사업이 지난해 국가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규모는 커졌지만, 따뜻함과 섬세함이 떨어질 수 있다"라며 "현장 경험이 있는 민간과 국가 기관의 협업이 잘 이뤄져야 한다. 민간 영역에는 소아청소년과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의사 중에도 대표적으로 아동학대 예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되새겼다.

학회는 먼저 아동보호 전문가 양성에 나선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재교육이나 전공의 교육에 아동보호 이슈가 제대로 녹아 있지 않다는 진단이다. 학회 주도로 아동보호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상급종합병원이나 96개 수련병원에 최소한 1명의 프로바이더(아동보호전문가)를 배치해 의료진 교육과 사회적 연계, 보호자와의 관계 설정 등에 최선의 역할을 찾겠다는 의지다.

아동건강기본법 제정의 밑거름도 다진다. 

아이들의 건강과 발달에 대한 기본법 개념이다. 국가에서 아동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에 대한 법·제도가 확립돼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해진 프로토콜이 없다보니 일관성이 없었다. 아동기본법에 근거해 어린이건강보장원을 설립하고 건강관리 모니터링 등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아동의 건강권 보장을 통해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학회는 아동건강기본법 제정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설 계획이다. 

저출산 극복 대책 마련에도 힘을 보탠다. 

김지홍 이사장은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인식되지만 정책 입안 과정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참여 기회가 적었다. 현장을 벗어난 이들의 논의는 비효율적으로 흐를 수 있다. 엄마들의 목소리를 매일 듣는 소청과 의사들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와도 협의를 하고 있다. 기회를 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최악의 기피과로 자리잡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예방과 중재 중심 진료와 건강 플래너로서의 역할을 제시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는 대상이 아이들이기 때문에 병력청취도 어렵고, 아픈 곳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찾아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업무 강도가 1.7배 더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저수가에 저출산이 덧대지면서 불안감도 있다"라며 "최근 전공의 1년차 교육 과정에 아동보호 내용을 포함했다. 이젠 처방 중심 다량 진료가 아니라 예방과 중재 중심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아이들의 건강 플래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사회안전망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 1월 60%대이던 대학병원 교수 당직 비율은 현재 70%대로 높아졌으며, 24시간 방문이 가능한 소아응급실은 50%를 밑돈다. 이 수치에는 응급의학과 영역도 포함돼 실제로는 더 낮다. 안정적으로 중환자 관리가 가능한 응급실은 전국적으로 37% 정도다. 3곳 중 1곳만 소아응급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응급실뿐 아니라 병동도 마찬가지다. 병동을 케어할 의사가 없다.

김지홍 이사장은 "모든 정책은 사후약방문이 되면 안 된다. 안전망 구축을 위해 국가에서 전문의를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응급·중환·고난이도 진료를 커버해야 한다. 시급한 상황이다. 위기다"라고 토로했다. 

전문의 재교육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주요 과제다.

전문의 역량 강화는 새로운 수가를 산정할 수 있는 정당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전문의 상시교육을 위한 온라인 교육센터를 개설하고 장기적으로는 평생교육제도 인증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전공의 교육 플랫폼 역시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다. 

김지홍 이사장은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은 전문의 시험 때문에 잘 마련돼 있지만, 전문의 재교육은 미진한 측면이 있다. 학회는 이제 상시 교육시스템을 마련한다. 전문의 역량 강화를 통한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우리의 노력은 근거를 만들어 간다. 차곡차곡 쌓인 자기학습 결과는 근거가 된다. 어려운 때이지만 내일을 위한 준비를 멈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는 소통, 공감, 화합을 통한 내부 결속으로 헤쳐나간다.

여러 위기 상황이 있지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있고,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시간의 적절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진단이다. 적시성 확보에는 소통·공감·공유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두를 위한 공동의 가치에 대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 

김지홍 이사장은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 학회가 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비롯, 아동병원협회, 의대주임교수협의회, 분과학회 회장단협의회 등 직능단체와 협력 강화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턱없이 낮은 영유아건강검진 수가, 건강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검진, 소아발달 관련 상담수가 신설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아쉬움도 전혔다.  

영유아검진은 수검률이 80%에 이르지만 만족도가 떨어진다. 검진 중 중요한 부분이 중재 역할인데 제대로 하려면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런데 수가는 2만 7000원 수준이다. 다른 진료를 포기하고 검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개원가의 참여를 독려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과 중재가 충분하게 이뤄지게 하려면 최소한 3배 이상 올라야 한다는 판단이다. 

학교검진은 더 심각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검사위주의 학교검진이 시행되고 있다. 주관 부처도 교육부다. 학회는 지속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검진이 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검진항목 개선도 연구 중이다.    

소아발달 관련 상담수가 신설도 필요하다. 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하지만 대기 기간이 길고,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소아우울증의 상담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 전까지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최근 '발달이사'를 정식 상임이사로 승인하고 발달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볼 계획이다.

김지홍 이사장은 "비만과 대사질환을 검사로 찾는게 아니라 식단이나 생활습관 예방에 수가가 투입돼야 한다. 학교검진은 초등학교 1년 때부터 만성질환 관리 중재, 심리발달 스크리닝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검진이 건보공단으로 이관되면 성인 검진과 이어지게 된다"라며 "검진에는 중재가 들어가야 한다. 중재에 대한 보상은 국가 지원이 당연하다. 양육, 주변 시설 등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갖겠다. 앞으로 학술적 접근은 분과학회에서 맡도록 하고, 소아청소년과학회는 건강 관련 정책적 이슈에 촘촘하게 다가서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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