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외과' 살리려면 '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수

필수의료 '외과' 살리려면 '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수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2.10.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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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 21일 '외과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
정의철 회장 "외과 위기 극복하려면 외과의사가 직접 나서야"

ⓒ의협신문
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가 주최한 '외과의 발전과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이 10월 21일 경남 진주제일병원에서 열렸다. ⓒ의협신문

서울의 모 학회나 대형병원이 아닌 지역의 작은 학회가 외과 교수·병원의사·전공의 등 외과의 모든 직역을 한 자리에 모아 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때 전문과목 중 메이저 과로 불리며 '잘 나갔던' 외과가 최근 전공의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왜 위축되고 있는지를 두고, 이날 각 직역 외과 의사들은 냉정한 진단과 함께 극복방안을 제시했다.

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는 10월 21일 경남 진주제일병원 벽원관에서 외과 분야의 각 직역 관계자를 연자와 토론자로 초청, '외과의 발전과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을 열었다.

정의철 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장(진주제일병원장)은 "힘겹게 지켜온 외과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을 개선하려면 외과 의사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심경으로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했다"며 "젊은 외과의사가 앞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앞장 서겠다"고 심포지엄 개최의 의미를 설명했다.

병원의사이자 2차 병원장을 맡고 있는 정도현 부산영도병원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정도현 영도병원장은 "365일 콜대기하는 외과병원 주니어 의사보다 주 5일 근무하고 허리통증 주사를 놓는 외과 병원의사 연봉이 40%나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외과의사가 수술을 기피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좋은 외과의사를 점점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천환 안산한사람병원장은 외과병원을 개원, 10여년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병원 제도 개선 방향을 짚었다.

이천환 병원장은 "전문병원 인증 심사를 받을 때 드는 투자와 노력이 만만치 않지만 막상 인증을 받아봤자 맘껏 전문병원이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 외에 큰 메리트가 없다"며 "병원 수익 개선을 위해 로봇수술기 도입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한국 의료체계에 로봇수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서울민병원장(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과 여한솔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2차 외과 전문병원을 살리는 핵심 방안으로 꼽았다.

김종민 병원장은 "지방 병원이나 서울의 2차 병원들은 대형병원이 블랙홀처럼 환자를 다 빨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맹장 수술도 대형병원이 도맡는 현재의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외과 전문병원 운영과 외과 개원의의 삶이 지금보다 더 고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경증 외과 환자는 대형병원이 받을 수 없도록 제도로 만들고, 외과를 지원하기 위한 수가 가산 정책을 펼쳐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토론자들은 최근 정부와 의료계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협의에 들어간 상황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지원방안이 대형병원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외과나 외과의사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모았다.

ⓒ의협신문
'외과의 발전과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병원이 아닌 외과나 외과의사를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이에 조영대 보건복지부 사무관(보험급여과)은 "윤석열 정부는 필수의료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지원 방안이 제도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 중 우선 지원 분야 등을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정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젊은 의사들은 외과의사의 '삶의 질 개선'에 관심이 컸다.

김철중 순천향대병원 전공의는 "외과가 점점 기피과가 되면서 정원 확충도 못하다보니 사명감으로 지원한 전공의의 당직은 늘어나고, 근무 시간은 많아지면서 '워라밸'이 다 깨져 버렸다"며 "사명감과 보람만이 아닌 젊은 의사가 지원하기 좋은 외과 수련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나영 경상국립대병원 전공의는 "외과가 필수의료라는 생각을 젊은 의사 역시 품고 있지만 외과를 선택하는 순간 온콜 당직과 상대적인 저임금 등을 각오해야 한다"며 "당직을 줄이고 젊은 의사도 워라밸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이태순 대구드림병원장은 "저수가 체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건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다보니 외과의사의 위라밸이 무너져 버렸다"며 "건수를 단순히 늘리는 방안에 빠지지 않도록 의료계 내부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병원장은 "젊은 의사가 당직을 안서려하고 근무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다 보면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경험해야 할 것을 놓칠 수 있다"며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의료계의 노력과는 별개로 굳은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잊지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정승규 서울양병원장·신응진 순천향대 교수·홍순찬 경상국립대 교수·박성수 고려의대 교수·류승완 계명의대 교수 등이 3개 세션의 좌장을 맡아 이끌었다. 김준기 평택성모병원장의 'My 30years with Laparoscopic Surgery' 주제발표도 이어졌다.

ⓒ의협신문
대한2차병원복강경외과학회가 10월 21일 주최한 '외과의 발전과 새로운 미래' 주제 심포지엄.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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