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대한 설명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설명의무 위반이면 손배책임
구두로 설명했더라도 입증하기 어려워…동의서 밑줄 치면서 설명 바람직
의사에게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가 있음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다하였는지는 거의 대부분의 의료소송에서 쟁점이 되고 있고 의사의 과실을 주장하는 환자측에서도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하여 예비적으로라도 설명의무 위반은 거의 100% 주장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침습적 시술을 주로 하는 의료기관에서는 의료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의사가 환자에게 해야 하는 설명의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설명의무의 내용이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숙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란 진료행위와 관련하여 의사가 환자 자신이 수술 등 침습적 시술을 받기 전 일정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해 줄 의무를 말하며, 이는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자기결정권 행사를 돕기 위해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승낙을 받도록 하는데 취지가 있다.
설명의무의 의의에 대해서 대법원은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8443 판결 등).
그런데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의료행위와 관련된 주요내용, 특히 후유증이나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해야 하지만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설명의무의 범위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은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등과 같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고 하여(대법원 1995. 4. 25.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의료행위의 모든 대상에 대해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지는 않고 있어서 환자 스스로의 결정과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대해서까지 의사가 설명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요양의 방법 기타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 합병증, 후유증 또는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하여야 할 것이지만, 수술 등 의료행위 당시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을 것이다.
즉 대법원은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아니하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거나(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의사에게 당해 의료행위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이 아니거나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하여(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악결과와 의료행위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기왕증이 원인인 경우 등), 예상할 수 없는 합병증 발생의 경우 등에는 설명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설명의무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환자가 동의해야 하므로 환자에게 직접 설명해야 하는데 환자가 혼수상태에 있는 등 동의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보호자에게라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
또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의사능력이 있다면 설명을 듣고 한 동의는 일응 유효하지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고 사후적으로 취소가 가능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도 함께 받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설명의 방법은 구두 또는 서면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구두로 하였다 하여 설명의무를 안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겠으나 소송실무에서는 의사가 구두로 설명을 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수술동의서 등 아무런 증거가 남아있지 않고 환자가 설명을 못들었다고 반박할 경우에는 법원에서는 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설명의무를 이행하면서 반드시 이를 뒷받침하는 서면동의서를 갖추는 것이 필요다.
서면동의서에 부동문자로 기재된 내용이라고 해도 환자의 서명 이외에는 아무런 의사의 자필기재가 없는 경우 부동문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고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동의서의 중요한 부분은 밑줄을 치면서 설명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되므로 의사는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하는데, 실무상으로는 대략 수백만원 정도의 위자료 금액이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민사소송을 당하고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면 의사 개인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평소 환자에 대한 설명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아니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의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