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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과대학생연합회와 리더십 역량
세계의과대학생연합회와 리더십 역량
  • 안덕선 고려대 명예교수 (전 의료정책연구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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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전문직이 갖춰야 할 비임상적 역량 강화
의대생협회 회원 예우…'리더십' 조기 경험 필요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은 만성적 리더십 부재 현상을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정치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각종 조직체의 보편적인 문제로도 확장 가능해 보인다. 

다양한 의사단체가 보여주는 리더십을 보면 리더십의 연결과 교체가 부드러운 단체도 있으나 미숙하고 거친 모습도 보인다. 우리나라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도 사실이나 정당정치를 비롯 전문직 단체가 민주적이고 규범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세계의과대학생연합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Medical Students Associations)는 6·25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결성된 단체로 지구촌의 의과대학생회의 총 연합체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기만 헤도 우리나라 의과대학생이 이런 기구에서 활동하기 쉽지 않았다. IFMSA는 세계의학교육연합회(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실행위원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중요한 회원이기도 한데 여기에 참가하는 IFMSA 대표 학생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은 학생들인지 이들이 보여주는 성숙함과 국제적인 시각이 부럽기만 했다. 

임기가 짧아 자주 변경되는 대표단임에도 소속 단체의 입장을 매우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학생대표의 발언 수준도 우리나라의 중견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정도의 역량을 보여줬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학생임에도 국제적인 시각이 매우 높았다. 의과대학생보다 연령대가 높은 전공의와 젊은 전문의 연합회인 'Junior Doctors Network'도 마찬가지로 이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을 보며 우리나라의 학생과 전공의 단체 대표도 언젠가 이들이 보여주는 성숙함을 함께 하기를 기대해 본다. 

IFMSA는 학생들이 모여 구성한 단체임에도 자체적인 의학교육에 관한 국제적인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세계보건기구나 세계의학교육연합회의 직접적인 참여와 중요한 의제에 대한 자체적인 정책 수립과 필요한 교육자료를 갖추고 있다. 

최근 의과대학과 의학교육의 사회적 책무성(social accountability)이 국제적인 화두가 되었을 때 전 세계의 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자체적인 교육자료 제작은 물론 학생으로서 자신이 소속된 대학에 대한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감측(monitoring) 자료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의과대학 입학은 쉽지 않고 양적으로 질적으로 매우 힘든 학습 과정이 요구된다. 

기초의학과 임상교육의 내용 면에서는 이미 표준화돼 모든 나라가 비슷하다. 그러나 전문직이 갖추어야 할 제3의 보편적 역량인 의사소통술·리더십·팀워크·조직력·관리역량 등 비임상적 역량(non-clinical competence)에 관한 교육은 나라별로 편차를 보인다. 비임상적 역량은 이미 경영·심리·경제·사회학 등 다른 분야에서 사회적 역량으로 표기되기도 했고 흔히 soft skill 이나 soft science로 통용되기도 한다. 교육에서 hard science는 soft science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하기 용이하고 soft science는 교육하기 힘들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전문직에게 사회적 자산(social capital)을 키워주는 무형자산의 교육은 의과대학 교육이나 전공의에 대한 투자와 선진화가 동반돼야 가능하다. 

리더십은 인간이 모여진 어떤 조직체에서도 필요한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 리더십에 필요한 요소는 의사소통능력·팀워크·조직능력·섬김의 역량 등이다. 

우리나라도 많은 의과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육과정을 갖고 있다. 

의학보다 더 사회과학적 성격이 강한 간호교육은 리더십을 상대적으로 더욱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보건의료인 양성에서 리더십 교육을 강조하고 있고, World Economic Forum이 제시하는 미래의 교육에도 리더십은 빠지지 않는 중요한 역량이다. 

리더십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견이 없어 보이는데 의과대학에서 어떤 교육을 어떤 방법으로 도입해야 하는 문제는 대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학생에게 리더십 교육은 이론보다는 실천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다. 

가장 흔하게 학생회 활동·봉사활동·동아리 활동도 포함된다. 외국과 같이 학생으로서 우선 자신이 소속된 의과대학의 지배구조(governance)에 직접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만큼 성숙한 제도도 없을 것 같은데 아직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이런 참여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다. 

외국 경험에서 의과대학평가인증을 위해 방문한 평가단을 영접하는 주체가 학생대표단인 대학도 있다. 학생대표단이 방문평가단에게 학교 소개와 안내를 맡아서 했다. 

그리고 방문평가단과 학생 대표간 공식적인 회의에서 성숙한 학생대표단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외국과 같이 의과대학 학생회 임원에게 교육과정위원회의 정식 투표권을 갖는 구성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의과대학이 학생회에 대한 엄격한 존중의 문화도 흔한 것은 아니다. 

수년 전 의학교육의 우수성으로 표창하는 유럽의학교육협회의 'ASPIRE Award'를 수상한 독일의 한 의과대학은 학생부학장 임용에 학생의 동의를 거쳐야 임명이 되는 규정도 갖고 있었다. 평소 학생을 위한 관심과 경력을 보여준 교수가 아니면 동의를 받을 수 없어 보였고, 실제로 학생부학장 후보자를 탈락시켰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학생도 의사회의 회원이다. 이들 의사회는 학생들이 의사단체에서 의사회 활동에 대한 조기 노출과 실천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전문의를 획득하고 비로소 의사회에서 전문직 단체에 대한 경험을 시작한다. 일찍이 학생, 전공의 시절에 진작 겪었어야 할 과정부터 뒤늦게 시작하는 것이 통상적인 우리의 리더십 경험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의과대학생이나 전공의, 공보의들이 의료정책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학습도 부쩍 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투자로 '의료정책최고위과정' 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런 고무적인 현상을 보면 대한의사협회도 의과대학생을 협회 회원으로 예우해 의사단체의 미래지향적 역량 상승을 도모하고, 학생·전공의·공보의 등 미래의 주역인 젊은 의사들에게 리더십에 관한 조기 경험을 위한 각종 지원 방안을 제공하여야 할 시대적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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