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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사망, "면역항암제 사용과 무관…설명의무 위반 아냐"
환자 사망, "면역항암제 사용과 무관…설명의무 위반 아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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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진행에 의한 것으로 사망...면역항암제 사용과 인과관계 불성립
조진석 변호사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사망...진료과정 과실추정 안돼"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식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에 대해 병원 의료진이 면역항암제를 사용했지만,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들이 면역항암제 사용과정에 과실이 있었다며 손해배상청구를 한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의료진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환자의 사망은 병의 진행에 의한 것으로, 면역항암제의 사용과는 무관해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면역항암제로 인한 발생가능한 부작용(합병증)을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은 잘못도 없다고 판단한 것.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10월 19일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은 후 사망한 환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환자의 사망과 면역항암제 사용은 무관하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A환자는 2018년 11월경 Y병원에서 식도암을 진단받고, 2019년 1월경 서울아산병원에서 식도암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았으며, 2019년 1월∼3월까지 국립암센터에서 식도암에 대한 양성자치료를 33회 받았다.

당시 A환자는 국립암센터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강력하게 권유받았으나 이를 원하지 않았고, CCRTx(항암요법과 방사선요법을 함께 시행하는 항암화학 방사선요법)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들었으나 이를 거부하고 양성자치료만 받았다.

A환자는 2020년 6월 24일부터 7월 3일까지 B병원(피고 병원)에 1차 입원하면서 표준항암제[cisplatin, fluorouracil(5-FU)]와 이 사건 면역함암제(옵디보)를 투여받고, 별다른 증상 없이 퇴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2020년 6월 29일경 A환자에게 식도암으로 인한 항암약물치료 동의서를 교부했고, 이 동의서에는 약물치료의 장점과 단점, 약물치료 후 발생 가능한 합병증(후유증)의 내용, 정도 및 대처방법, 약물치료 관련 주의사항이 상세히 기재됐고, 폐렴의 발생 가능성도 기재돼 있었다.

동의서에는 표준항암제인 cisplatin, fluorouracil만 기재돼 있고, 면역항암제는 기재돼 있지 않았으며, A환자는 동의서에 기재된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했다.

A환자는 B병원에 입원(2020년 7월 23일∼7월 30일 1차, 2020년 8월 23일∼8월 28일 3차)하면서 표준항암제와 이 사건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고, 별다른 증상 없이 퇴원했다.

또 B병원에 4차 입원(2020년 9월 21일∼9월 24일)하면서 표준항암제의 부작용을 견디기 힘들다고 했고, 이에 B병원 의료진은 A환자에게 이 사건 면역항암제만 단독으로 투여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23일 위내시경 검사 결과 A환자의 식도에 전반적인 점막의 병변 및 그 협착은 매우 호전된 상태로 확인됐다.

또 2020년 11월 13일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기존 방사선 치료에 의한 폐렴은 호전된 상태로 확인됐고, A환자가 B병원에 5차 입원(2020년 11월 17일∼11월 21일)하면서 받은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2020년 11월 17일)도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B병원 의료진은 A환자의 5차 입원 시 이 사건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고, 2020년 11월 19일 유전자 분석을 위한 내시경하 조직검사를 소화기내과에 의뢰했으나, A환자에게 발열증상이 있어 이를 중단하고 해열제를 투여한 후 경과관찰을 했다.

이후 A환자의 혈압, 체온 등 활력징후는 정상으로 확인됐고, A환자는 2020년 11월 21일 항생제를 포함한 약을 처방받아 퇴원했으나, 2020년 11월 29일 Y병원에서 식도암에 의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B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문제삼으며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B병원 담당 의사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2020년 9월경부터 사망 전까지 표준항암제의 독성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한 면역항암치료제만 단독으로 4회 투여했는데, 이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폐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병원 담당 의사는 2020년 11월 17일 적절한 조치 없이 A환자를 퇴원조치하게 해 폐렴을 주 원인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치료과정에서 B병원 의료진은 A환자와 유족들에게 항암치료 시 이 사건 면역항암제로 인해 발생가능한 부작용(합병증)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고의 이런 주장에 재판부는 이 사건 면역항암제와 A환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내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는지를 살폈다.

재판부는 "법원이 의뢰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와 변론 취지를 종합한 결과,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면역항암제와 A환자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거나,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진료기록감정촉탁 의사들은 ▲이 사건 면역항암제와 A환자의 폐렴 발생 내지 악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전혀 없고 ▲2020년 11월 18일 면역항암제 투여된 후 퇴원 당시의 기록에 의하면 활력징후는 안정적이었고 발열도 없었으며 ▲2020년 11월 27일 Y병원의 흉부 CT 소견은 2020년 9월 피고병원의 흉부 CT 소견에 비해 폐하부의 흉막 삼출과 흰색 음영은 좋아졌으며 ▲피고병원의 CT에서 보이던 폐하부의 폐렴도 호전됐으며, A환자는 폐질환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다고 의견을 밝혔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관해 재판부는 "A환자의 치료경위와 진료기록감정촉탁 담당 의사들의 의견 등에 비춰,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환자의 사망과 피고 병원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 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또 "이 사건 면역항암제의 사용은 A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인 사망이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인 망인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 피고병원 측 대리를 맡은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비록 환자가 사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질병 고유의 경과로 인해 사망한 경우 그 자체만으로 진료과정에서의 과실이 추정될 수는 없고,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되지 않음을 확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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